주차장이 발전소로... 대전, 도심형 에너지 전환 시동

이경호 2026. 5. 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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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화 앞두고 지원조례 논의 본격화... "민간 중심 구조 보완 필요"

[이경호 기자]

공공주차장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 확대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가 대전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녹색당, 대전YWCA, 에너지전환네트워크는 지난 4월 30일 오후 2시 도심형 산업지원플랫폼 중회의실에서 '대전시 공공주차장 태양광 발전 지원조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도심 속 유휴공간, 에너지 전환의 핵심 자원으로

이 토론회는 2205년 11월 말부터 공공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가 본격 시행되는 상황에서 지역 여건에 맞는 지원조례를 구상하고 태양광 설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영아 대전YWCA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으며, 공공주차장 태양광의 제도적 의미부터 지역 적용 방안, 구체적인 조례안까지 이어지는 발제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공공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법제화의 의미와 과제를 짚으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환경운동연합이 서울과 경기,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공공주차장의 태양광 에너지 잠재량을 조사해 왔다고 설명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재생에너지 100GW 목표가 제시되어 있음에도 실제 보급 속도는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목표만 높게 설정된 채 실현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생산지가 도시와 떨어진 농촌지역이 많아 계통 부담이 커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이 또 다른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은 에너지 생산을 떠안는 이른바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재중인 권우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 이경호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권 활동가는 주차장 태양광을 제시했다. 도심 내 주차장은 이미 확보된 공간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지 갈등 없이 활용할 수 있으며, 전력 생산과 소비를 같은 공간에서 연계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기차 충전시설과의 연계 가능성도 높아 실용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의 90% 이상이 민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화력발전은 민간 비중이 41% 수준에 그치는 점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분야의 과도한 민영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공공 영역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차장 태양광이 생산과 소비를 완전히 일치시키는 해법은 아닐지라도 공공에너지 전환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의무화 대상은 80면 이상, 또는 1000㎡ 이상 주차장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권 활동가는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시민과의 이익 공유 방식, 사업 주체 설정, 에너지 민주주의 회복 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대전의 낮은 전력자립률, 구조적 한계 드러나

이어진 두 번째 발제에서는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국장이 대전 지역 공공주차장 현황과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전쟁과 에너지 위기가 맞물리며 에너지 체계 전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조 국장은 지자체가 태양광 확대의 어려움으로 흔히 '부지 부족'을 이유로 드는 점을 지적하며, 주차장 태양광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차장은 도심 내 분산형 전원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주민 수용성 또한 높은 유형의 재생에너지 설비라고 평가했다.
 발제 중인 조용준 국장
ⓒ 이경호
대전의 에너지 현실도 짚었다. 대전시 전력 자립률은 3.06%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중 역시 0.65%에 불과하다. 도심형 도시 구조로 인해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차장과 옥상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한 분산형 에너지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 대전시 공공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은 약 10만 2774kW로 나타났으며, 민간 주차장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잠재량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대학이 가장 큰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단지, 차고지, 공공기관, 공원 순으로 설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현재 대전시 정책에 대해서는 한계도 지적됐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사업이 중점 사업으로 선정되고 전력 자립률 16% 목표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실행 주체가 불분명하고 비예산 사업으로 분류되어 민간 유치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또한 대전시의 재생에너지 목표가 1만 2000MW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잠재량이 약 7만 9000MW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 국장은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구축과 실행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햇빛발전 활성화, 대학 중심의 스마트 캠퍼스 조성, 에너지 복지와의 연계를 통해 취약계층 보호까지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안하며, 이러한 내용을 조례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자산은 모두의 것"... 조례안 방향 제시

세 번째 발제에서 한재각 대전녹색당 운영위원장은 보다 구체적인 공공주차장 태양광 지원조례(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특히 농촌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생산과 소비의 분리를 심화시켜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며, 도심형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주차장 태양광 잠재량 조사와 법제화 추진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한 위원장은 대전의 에너지 현실을 언급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여전히 가스발전을 논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태양과 바람, 그리고 공공자산은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공 영역에서 추진된 사업이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게 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모습
ⓒ 이경호
그가 제안한 조례안에는 의무화 대상 확대(50면 이상), 민간 영역까지 적용 가능한 의무 부과, 공공주차장 부지의 공공기관 및 협동조합 임대 의무, 발전 수익의 공적 환원 등이 포함됐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령의 주요 내용을 반영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전시 에너지정책과 서용필 주무관과 유성구청 한규호 푸른환경과 과장, 구완석 주차관리과 과장 등이 참여해 행정적 관점에서의 의견을 더했으며, 지정 토론에서는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위원장,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영준 대전대안대학포럼 변호사가 참여해 다양한 쟁점을 논의했다.

토론 전반을 통해 드러난 핵심은 공공주차장 태양광이 단순한 설비 확대를 넘어 에너지 체계 전환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동시에 의무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 제도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의무화 대상 확대와 단계적 적용, 명확한 실행 주체 설정, 민간 중심 구조를 보완할 공공성 확보, 안정적인 재정 투입, 시민 참여와 수익 공유 구조,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결국 이번 토론회는 공공주차장 태양광이 대전의 낮은 전력자립률과 도심형 에너지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동시에 조례가 단순한 선언에 그칠 것인지,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실행 설계가 될 것인지는 향후 제도 설계와 정책 의지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제 남은 건 실행이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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