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개 팔던 화장품 회사...‘30초 버블팩’으로 매출 수백억 껑충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5.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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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개 팔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때 어떻게 하면 10개 팔지 하면서 고민했었죠.”

최근 K뷰티 시장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메노킨의 이보경 대표가 회상한 창업 초기 모습이다. 불과 몇 년 전 하루 판매량을 걱정하며 ‘데스밸리(초기 창업 기업이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기간)’를 겪던 이 스타트업은 이제 K뷰티 업계의 판을 흔드는 기업(법인명 포레스트에비뉴)으로 탈바꿈했다. 2022년 2억3000만원에 불과했던 연매출은 지난해 280억원으로 치솟았고,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전년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는 40%를 돌파했다.

이런 고속 성장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메노킨 본사를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과 각국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에 응대하는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로비 전면에는 전속 모델인 배우 박보영의 대형 포스터와 함께 누적 판매량 200만개 돌파, 버블팩 마스크 국내 1위라는 수식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배우 박보영을 모델로 쓴 메노킨. (포레스트에비뉴 제공)
그 아래로는 기능별로 세분화된 메노킨의 30초 타임세이빙 스킨케어 라인업이 정갈하게 진열돼 있었다. 한쪽 사무 공간에서는 글로벌 유통망 확장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화상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회의실마다 하반기 신제품 론칭과 수출 물량 선적 일정을 조율하느라 논의가 한창이었다.

육아 고충에서 탄생한 30초 버블팩

창업자는 이보경 대표. 회사는 생소하지만 대표는 뷰티 업계에서 잔뼈가 제법 굵었다. 대학 졸업 직후 첫 창업에 도전하기도 했던 그는 스스로를 ‘새로운 걸 만드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성향’이라고 소개했다. 창업을 접고 이직한 한 화장품 회사(리아네이처)에서 그의 이런 성향은 빛을 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그는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에 이르는 초기 뼈대를 세우는 업무를 전담했다.

이 대표는 “2012년 처음으로 화장품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휴일 없이 계속해도 하루 종일 화장품 생각만 날 만큼 이 업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미 세팅된 브랜드보다 새로 시작하는 브랜드에서 팀을 만들며 일하는 데 더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업계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쯤 다시 창업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메노킨을 만들게 됐다”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창업자 이보경 대표. (포레스트에비뉴 제공)
야심 차게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2020년 3월 창업 직후 임신과 출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데스밸리가 찾아왔다. 이 대표는 “재택을 하는 시기가 1년 반 동안 지속됐는데 그 기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처럼 진행돼 하루 판매량이 3개에 불과해 막막했던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돌파구는 뜻밖에도 이 대표 자신의 일상 속에 있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며 밤낮없이 회사 업무까지 챙겨야 했던 그는 거울 앞 스킨케어에 할애할 1분 1초의 시간조차 부족했다. 시트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고 20분씩 기다리거나 여러 단계의 화장품을 덧바르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일과 육아에 지친 워킹맘, 그리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효과를 주는 화장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고충과 뷰티 디렉터로서의 통찰이 결합해 탄생한 것이 오늘날 메가 히트작인 ‘30초 버블팩’이다. 시트형 마스크팩의 대기 시간을 없애고 바르고 흡수시키기만 하면 되는 노워시(씻어낼 필요가 없는) 타입의 마이크로버블(모공보다 작은 미세 거품) 제형을 고안한 것이다.

외부 투자 없이 매출 280억원 돌파

메노킨 버블팩의 핵심은 단순히 사용 단계를 줄인 물리적 축소가 아닌, 특유의 미세 거품 기술력에 있다. 이 대표는 “특허받은 포뮬러에 그 비결이 있다. 피부에 잠시 머무르면서도 마사지하면 금세 흡수되고, 20분 동안 시트 마스크를 떼어냈을 때의 보습감이 느껴지도록 사용감을 잡았다”며 “같은 히알루론산이라도 품질이 좋은 고가 성분을 주로 사용해 한 번만 사용해도 좋다고 느낄 수 있도록 원료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트형 마스크팩의 대기 시간을 없애고 바르고 흡수시키기만 하면 되는 노워시 타입의 30초 버블팩. (포레스트에비뉴 제공)
자본이 부족했던 초기, 마케팅은 직관성에 승부를 걸었다. 펌핑 한 번으로 생성된 거품이 피부에 빠르게 흡수되는 과정을 담아낸 영상이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대표는 “론칭 당시는 광고를 할 여력이 없어 하루 5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메타(인스타그램) 광고를 시작했다”며 “고객이 직접 써보고 만족해 주변에 선물을 많이 해준 덕분에 자연스레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액의 광고비 집행에도 버블팩의 월매출은 단숨에 1억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성장이 창업 이후 외부 투자 유치 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향후 자금 운용 전략에 대해 “초기에는 투자를 받고 싶었지만 못 받았었고, 지금은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 중이다. 투자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는 메노킨의 성장 배경에 대해 “가장 큰 경쟁력은 명확한 브랜드 철학과 차별화된 제품력의 일치에 있다”며 “실용성을 중시하고 숏폼 콘텐츠에 반응하는 글로벌 소비자의 니즈를 30초 타임세이빙이라는 키워드와 시각적인 미세 거품 제형으로 관통했다. 마케팅 자본 없이도 인디 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도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체코서 시작된 수출 돌풍, 글로벌 K뷰티 새 판 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업계 동향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브랜드 위주의 시장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앞세운 인디 뷰티 브랜드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메노킨의 고속 성장 역시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구조적 재편과 궤를 같이한다.

사업 초기 메노킨은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 프랑스와 체코 등지로 수출길을 뚫었고, 뜻밖에 체코 현지에서 먼저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하루 3개에서 4개를 팔던 중, 수출했던 체코에서 버블클렌저가 톱 순위에 올랐다며 축하한다는 메일과 함께 리오더(재주문)를 받은 일이 있었다”며 “품절이 나면 하루 한 통도 울리지 않던 회사 전화가 매일 걸려오고, 클렌저를 꼭 다시 만들어달라는 고객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메노킨 버블팩 시리즈는 해외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올해 매출의 40%가 수출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레스트에비뉴 제공)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는 점차 글로벌 영토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4월 초 일본 빅3 채널인 앳코스메, 로프트, 프라자 등에 론칭해 첫날 곳곳에서 품절을 기록했다. 미국 틱톡숍, 아마존 채널의 성장도 이어져 올해 아마존 마스크팩 순위 상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미국 세포라 론칭 계획도 있다.

현재 메노킨은 버블팩의 성공에 이어 클렌저, 선크림 등 스킨케어 전반으로 시간 절약 철학을 적용해 라인업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직 메노킨은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해 전 세계 여성들의 일상에서 간편하지만 효과적인 피부 개선을 선사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데스밸리를 지나게 하는 것은 결국 버티고 이겨내는 것밖에 다른 방도를 찾지 못했지만, 그 시간 동안 많은 테스트를 할 수 있었기에 앞으로 무궁무진한 신제품을 계속 선보일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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