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벌써 1424곳 폐업…잘 나가는 건설주의 두 얼굴
두 얼굴의 건설산업
![할인분양 중인 대구의 한 미분양 아파트.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2/joongang/20260502080139909cxfp.jpg)
전후 재건 사업 수주에 대한 기대감 속에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지만, 정작 국내 건설산업은 경기 침체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4월 폐업신고를 한 건설사는 1424곳으로, 주택경기가 최악이었던 2014년(1577곳)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하루에 12곳씩 폐업신고를 한 셈이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일감 자체가 확 준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물과 토목을 포함한 건설투자는 지난해 4분기에만 3.9% 감소했다. 여기에 인건비 등 공사비가 뛰면서 수익이 적거나 사라진 부실 사업장이 빠르게 늘어났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폐업신고 건설사는 역대 최고치(2020년 4705곳)에 육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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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부실에 전쟁까지, 지방 중소 건설사 직격탄…올들어 1424곳 폐업
건설업계는 올해 폐업 증가의 배경으로 장기화한 건설경기 침체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건자재 수급 애로, 공사비 상승 압박이 한꺼번에 겹친 점을 꼽는다. 이미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분양시장 위축으로 채산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자재·물류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며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엎친 데 중동전쟁이 덮친 형국이다.
실제 코로나19가 막바지였던 2022년 즈음부터 건설경기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건설 수요가 줄고 부동산 PF 부실이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다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3만429가구에 이른다. 이는 전월 대비 5.9% 증가한 수치로, 2012년 3월(3만438가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3만 가구를 넘겼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만큼 미분양은 곧바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이 터지면서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의 중견·중소 건설사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의 85.4%(2만6003가구)는 지방에 몰려 있다. 미분양이 적체하면서 아파트 등 주택 사업 위주의 중견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중견 건설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전문 건설사는 수주 잔액이 마를 수밖에 없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월 지역별 건설 수주액(잠정치)은 서울·수도권이 전월 대비 5.9% 증가했지만 지방은 16.7% 감소했다.
중견·중소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는 은행 연체율에서도 드러난다. IBK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중소 건설업 연체율은 1.71%로, PF 부실이 본격화한 2022년 말(0.4%)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시중은행 3곳(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소 건설업 연체율 평균도 지난해 말 기준 0.74%로, 2년 전(0.38%)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중소 건설업 연체율은 2022년 말까지만 해도 0%대에 머물렀지만 2023년 말 1%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뛰었다.
그렇다고 서울·수도권 대형 건설사의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전후 재건 기대감 속에 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 등 주요 대형 건설사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 원전·발전소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 중단 등으로 일감이 준 건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대손상각비(받기 어려워진 돈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는 2조800억원대로 전년 5560억원보다 275%가량 증가했다. 단순히 공사비 회수 지연이 아니라 회수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손실로 처리한 것이다.
물가 연동, 공사비 주기적 갱신 체계 필요
증권가에서는 중동 전쟁이 끝나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 등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금액이 크게 늘 것으로 내다본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종전 이후 3년간 기대되는 원전 등 재건 사업 수주 금액은 최대 14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후 재건 호재가 당장의 악재를 상쇄하기엔 시점상 간극이 크다는 게 문제다. 건설업계는 장기적으로는 호재지만, 당장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건설경기실사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2월보다 16.7포인트 급락했다. 자재수급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자재 수급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규제와 대출 압박은 건설업계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형 건설사도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3일부터 장기근속자 등을 상대로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규 인력 채용 역시 줄고 있다. 현재까지 상반기 신입 공채를 진행 중이거나 예고한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3곳뿐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대형 건설사의 인력 감축은 건설 불황이 더는 일부 취약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인력 감축은 연관 산업과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은 설계·감리·자재·운송·장비·하도급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돼 있어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 건설산업은 산출액 10억원당 10.8명의 고용을 유발해 제조업 평균(6.5명)을 크게 웃돈다. 특히 서민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큰 건설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비는 중동 전쟁이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과 자재 공급망 불안으로 공사 원가 부담과 공사 기간 지연이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사는 전쟁 영향으로 유가·환율·운송비가 동시에 오르자 레미콘과 아스팔트, 페인트 등 석유 기반 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현장 운영비까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전쟁이 발발한 3월 134.42(잠정)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전쟁이 이어지면 자재 수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여파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 재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공급에 문제가 생겨 최악엔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8일 ‘건설·금융업권 합동 간담회’를 열어 중동 전쟁 상황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건설업계를 지원키로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의 금융 지원이 건설산업 적재적소에 투입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금융업권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올해 공공발주 규모는 8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최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SOC 예산이 는 건 다행”이라며 “다만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물가와 시장 상황을 공사비에 반영하는 주기적 공사비 갱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미분양 한해 다주택 중과세 제외를”
금융 규제 완화나 세제 지원 등 다각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건설사에 적용되는 조달 금리가 적절하게 내려가야 한다”며 “부동산 PF의 과도한 수수료 항목도 금융당국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방의 미분양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지난해 LH의 1차(3000가구), 2차(5000가구) 매입 실적은 목표 대비 각각 1.3%, 37.2%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달 초 3차(5000가구) 매입 공고를 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의 직접 매입보다는 민간 투자자를 미분양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 미분양 주택에 한해 다주택자 중과세나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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