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1분 만에 포착”…한국 감시망 완성하는 ‘천조국 위력’
2023년 3월 9일 오후 6시 20분, 북한이 남포 일대에서 서해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쏜 걸로 파악했다. 그런데 미 측은 이보다 많은 5~6발을 북한이 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보를 공유해왔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1발”에서 “여러 발”로 정보 평가를 조정했다.
다음날 북한 관영 매체는 ‘북한판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로 불리는 신형전술 유도무기의 발사 사진을 공개했는데, 정확히 6발을 쏜 모습이었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선 한·미의 종합적인 정보 평가가 필수적이라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미 대북 정보 제한에 상응 조치까지 고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 시설’ 발언 여파로 미국의 대북 정보 제한이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제한하는 정보는 핵 시설 동향과 관련한 이미지 정보(IMINT), 즉 위성 사진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장기화하며 정부 일각에선 “우리도 미 측에 제공하는 정보가 있다”며 미 측에 ‘상응 조치’를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우리도 미 측이 끊는 만큼 비례적으로 정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여기에는 그간 언론 매체에서 다뤄졌던 구성시 핵 시설 동향을 미 측이 새삼 기밀이라며 문제 삼은 데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도 미 측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질적, 양적으로 많이 올라왔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한·미 간 비밀 정보에 대한 기준과 평가가 달라서 생긴 일일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이번 일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 자칫 대북 대비 태세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25로 ‘눈’ 밝아져…배경엔 ‘절대 의존’ 설움

최근 몇 년 새 군 당국의 대북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능력이 크게 올라온 건 사실이다. 정부는 2023년 12월부터 ‘4·25 사업’을 통해 중대형 위성 5기를 잇따라 궤도에 안착시켰다.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대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1대를 확보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서브미터급 고해상도로, 30~50㎝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할 수 있다.
4·25 위성 5기를 완전히 운용하면 한반도를 2시간 30분 간격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SAR 위성은 날씨에 관계없이 수풀이나 일부 엄폐물까지 투과해서 볼 수 있다. 독자적으로 대북 정찰을 할 수 있는 ‘눈’이 생긴 셈인데, 이를 통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절대적이었던 우주 정찰 자산의 대미 의존도를 줄여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군 당국은 2040년대까지 소형·초소형 위성을 군집으로 올려 30분 간격으로 한반도를 샅샅이 훑는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12월엔 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의 아리랑 7호 다목적 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아리랑 7호는 서브미터급 고해상도 전자광학카메라(AEISS-HR)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 당국의 대북 이미지 정보 수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경보 위성은 여전히 美의존

4·25 위성과 같은 ‘정찰용 위성’은 주로 북한의 핵 시설 동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준비 동향, 잠수함·함정 기지 등의 핵심 표적을 분석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군의 현행 작전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보용 위성’은 여전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다.
대표적인 게 미 우주군(USSF)이 운용하는 ‘우주기반 적외선체계(SBIRS)’다. SBIRS 위성은 탄도미사일을 쏠 때 뿜어져 나오는 화염을 포착, 1분 이내로 반응한다. 미국은 6기의 정지궤도 위성과 고타원 궤도 위성 2기로 북한을 포함한 지구 전역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정교하게 감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센서 기능을 SBIRS보다 대폭 개선한 차세대 상공 지속 적외선 위성 체계(OPIR)도 개발 중이다.
지상·해상 레이더론 순항미사일 대응 한계

물론 우리 군 당국도 조기 경보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다. 지상 기반의 그린파인 레이더(탐지거리 500㎞ 이상), 해상 기반 이지스함의 AN/SPY-1 레이더가 거의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을 잡아낸다.
그러나 지구 곡률 상 탄도 미사일 발사 직후 구간은 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저고도로 해수면에 붙어 시스키밍을 하는 순항미사일은 미 측 자산의 보완 없이는 탐지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우리 군은 E-737 조기경보기 등 공중 정찰 자산과 기타 신호 정보 자산으로 이를 보완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정밀한 ‘눈과 귀’가 더해지면 그만큼 그물이 촘촘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달 7일 북한이 서부 지역에서 발사한 직후 폭발한 600㎜ 방사포(KN-25) 추정 발사체도 한·미의 정보가 중첩적으로 모이면서 정확한 분석이 가능했다고 한다.
미 측은 차세대 고고도 정찰기 아레스, RC-135W 리벳 조인트 등 다양한 공중 정찰 자산도 운용하고 있다.
TEL 바퀴 수도 보는 美위성
미국의 우주·공중 정찰·감시 자산은 양적 측면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앞서 있다. 미 국가정찰국(NRO)이 운용하는 ‘키홀 위성(KH-11, KH-13)’은 해상도 10~15㎝급으로,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 중에선 세계 최강으로 알려져 있다. KH 뒤에 붙은 숫자는 위성의 숫자를 의미한다. 이는 전차의 포신 방향, 이동식발사대(TEL)의 바퀴 수까지 식별 가능한 수준이다. 키홀이 ‘지구를 보는 허블 망원경’이라 불리는 이유다.
우리 4·25 위성 역시 서브미터급 위성으로 성능이 상당하지만, 현재까진 하나라도 고장 나면 방문 주기가 길어져 감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정교하고, 촘촘한 미 측 위성 정보를 많이 받을 수록 보다 정확한 분석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과정에서 미국의 ISR 자산은 미 측이 병행 지원하기로 한 대표적인 보완·지속 지원 전력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는 “여러 대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고 단기간에 우리 능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영상 자료를 해석할 수 있는 경험과 분석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미 측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고 언급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우리가 동맹의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면 예산 측면은 물론 정보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면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 측에 정보 공유를 요청해야 하는데, 섣불리 우리도 정보를 끊을 수 있다는 식의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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