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차에는 두 줄 서기…하차는 무질서?

진현우 2026. 5.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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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등 영향으로 대중교통 이용률 늘며 혼잡도도 증가
전철역 내 질서 있는 승차 유도 위한 스티커 부착
그러나 하차 유도선은 설치되지 않아…시민의식에만 기대
전문가 "큰 안전사고 발생 우려…질서 있는 하차 적극 홍보해야"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가 실시된 지난달 8일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분주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GTX-A를 타고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역 인근 회사로 출퇴근을 하는 박모(31)씨는 최근 서울역에서 내리다가 다칠 뻔했다. 다른 승객들이 빠른 하차를 위해 좁은 문을 비집고 서로 먼저 내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너무 크게 다칠 뻔했던 순간"이라며 "나는 미리 줄을 서서 내리려고 했는데 다른 승객들은 새치기를 해서라도 먼저 내리려고 해서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중동 위기에 따른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무질서한 하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관계기관의 계도 및 질서의식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교통 이용률 높이고 혼잡도 낮추기 위한 대책 잇달아

2일 국토교통부·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석유 자원 안보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강화되고 공공기관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 등 에너지 절약 대책이 시행된 영향으로 이달 대중교통 출퇴근 통행량이 전년보다 약 4.1% 늘었다.

이와 함께 서울 지하철에서 혼잡도가 150%를 넘는 구간도 3월 초 11개에서 지난 달 초에는 30개로 약 3배 늘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혼잡도는 낮추기 위한 대책은 잇달아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대중교통비 환급 서비스 '모두의카드'(정액제 K-패스)의 환급 기준 금액을 50% 인하하고 출퇴근 시간대 전후로 지정된 시차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환급률을 30%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서울시도 지난 달부터 오는 6월까지 3개월간 기후동행카드 30일권 이용자를 대상으로 월 3만원을 페이백해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서울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통합정기권이다.

지원 대상은 4월부터 6월 사이 기후동행카드 30일권을 충전해 이용을 마친 서울시민으로 시는 개별 이용자의 충전·만료 내용을 확인 후 6월부터 지원금을 지급한다.

혼잡이 가장 심각한 서울 시내버스 196개 노선과 신분당선 정자∼신사 구간은 평일 기준 4회 증차했다. 서울 지하철 2·7호선 중 사당∼방배, 철산∼가산디지털단지 구간도 운행을 18회 늘렸다.

경인선(1호선 동인천∼용산) 급행열차를 활용해 출퇴근 수요가 많은 대방, 신길, 개봉, 동암, 제물포 등 5개 역에서는 하루 15회 정차 횟수를 늘릴 예정이다.

석유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면 필요성을 고려해 시내버스 파업에 준한 도시철도, 버스 등 집중 배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 네 줄 서기를 유도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질서 있는 승차 유도…하차는 무질서 방치?

그러나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무질서한 하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유도선까지 마련하며 질서 있는 승차를 당부하는 것과는 달리 하차는 시민의식 준수에만 호소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및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GTX-A 운영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하철 및 GTX 역 내 플랫폼에는 역사 안전 관리자 판단 하에 질서 있는 승차를 유도할 수 있는 유도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특히 서울지하철의 경우 지하철 이용률이 높은 출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지난 2004년부터 서울역과 종각역 등 출퇴근시간대에 시민들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4열 승차대기'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 역시 역사 안전 관리자 판단 하에 유도 스티커가 설치된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하차할 때는 별다른 유도선을 발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교통공사 및 GTX-A 운영 측에서는 때때로 질서 있는 하차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시민의 상호 배려를 바탕으로 자발적인 질서 유지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각종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경로를 안내할 때 가장 빠르게 개집표기(자동개찰구)로 향하거나 다른 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출구를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특정 출구에 더욱 집중적으로 승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 때문에 하차 시 두 줄 서기 등 질서 있는 하차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혼잡도가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한 일본 도쿄지하철의 경우 출입문 양쪽에서 대각선 모양으로 줄을 서는 문화가 자리 잡아 비교적 질서 있는 하차가 가능하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승차하려는 승객과 빠르게 하차하려는 승객이 겹치는 경우 그렇지 않아도 전철 문이 좁고 지하철 승강장 폭이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시민의 안전의식을 계도하거나 '두 줄로 하차하기' 문화를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무질서한 하차 문화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아직까지 열차 내 하차 유도선을 설치할 계획은 따로 없다"면서도 "승무원의 안내방송을 늘리거나 안전 도우미를 좀 더 배치하는 등 열차 내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GTX-A 운영 측은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개인 간의 질서 문제를 모든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통제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며 "주요 혼잡 시간대에는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있고 안전 캠페인을 실시해 현장에서 적극적인 계도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GTX-A 서울역 도착을 앞두고 승객들이 하차를 위해 출입문 앞에 서 있는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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