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1년 지났지만 신체·정신적 여파 큰 주민들…3명 중 1명 PTSD 고위험군

지난해 3월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 주민 3명 중 1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증상뿐 아니라 호흡기 증상 등 신체적 후유증을 겪는 이재민도 절반을 넘었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지난 2월 경북 산불 피해 주민 400명(의성군 200명, 안동시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피해 주민의 34.3%는 PTSD 고위험군으로 판정됐다. 특히 주택 피해를 본 이재민(42.1%)이 고위험군 비율이 더 높았다. 또한 기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40%)가 없는 경우(34%)보다 PTSD 양성으로 선별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진행한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택 파손과 기존 정신과 치료 이력이 심리적 부담을 가중하는 핵심 독립 위험요인으로 규명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응답자의 24%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호소했다. 16.3%는 중등도 이상의 불안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산불 재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재민 34%가 PTSD 고위험군으로 선별되는 등 임상적 수준의 심리적 후유증이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호흡기 질환 급증…수면 장애 겪기도
산불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재민들의 신체적 건강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3.8%는 산불 이후 지난 1년간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호흡기 질환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응답자는 산불 발생 이전 25명(6.2%)에서 산불 이후 140명(35.0%)으로 5.6배 증가했다.

새롭게 발생한 증상(복수 응답)으로는 응답자 71.5%(286명)가 우울감이나 수면 장애 등 정신 관련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기침·인후통이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도 55.2%(221명)로 절반 이상이 경험했다. 산불 이후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됐다고 답한 비율도 64.5%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2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열리는 ‘산불피해 이재민의 장·단기 건강영향조사 및 대응체계 연구포럼’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김원호 질병관리청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산불 피해 이재민의 건강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공유하고, 장기추적 조사체계 구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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