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맞출 땐 77이었는데, 언제 44가 됐어"…예비 신부 '약발'에 뒷목 잡는 웨딩숍
계약 시 면책 조항까지…업계 운영 전면 변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체중 감량제 확산이 미국 웨딩드레스 산업의 운영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과거에는 결혼 전 5~10파운드(약 2~4.5㎏) 감량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15파운드 이상 줄이거나 수십파운드를 감량 사례도 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위고비와 삭센다 등 약물 사용이 늘면서 단기간 체중 감소가 일반화됐다. 미국 결혼 플랫폼 졸라가 올해 결혼을 앞둔 1만1500쌍 이상을 조사한 결과, 약 10%가 체중 감량제를 사용 중이며 10%는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변화는 맞춤 제작 중심의 웨딩드레스 시장의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들의 체형 변화 폭이 커지면서 제작 일정, 재고 관리, 계약 조건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웨딩드레스는 상담부터 제작·인도까지 통상 3~4개월이 걸리는데, 이 기간에 체형이 크게 변하면 완성된 드레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환불이나 교환 요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매장은 체형 변화로 인한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계약 단계에서 '체중 감량제 복용으로 인한 사이즈 변화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waiver)을 포함하고 있다.
수요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식 6~9개월 전에 드레스를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구매 시점이 1~2개월 전으로 늦춰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막판 체형 변화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재고 부담은 커지고, 단기간 제작·수선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미국 대형 웨딩드레스 업체 데이비즈브라이덜의 경우 4주 이내 제작해야 하는 '급행 주문'이 최근 2년간 약 1.5배 증가했다. 회사는 수선 전문가 3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초과근무를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드러났다. 허리 아래로 퍼지는 실루엣이나 끈으로 조절 가능한 구조 등 체형 변화에 대응하기 쉬운 디자인을 권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체중 감소 폭이 큰 경우 기존 드레스 수선이 불가능해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WSJ는 이 같은 변화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분석했다. 체중 감량제를 사용하는 신부들이 구매 시점을 늦추면서 재고 관리 부담이 커지고 수선 중심의 운영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수요 구조를 가진 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체중 변화라는 변수로 인해 공급 방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재고 관리, 제작 일정, 고객 응대까지 전반적인 운영 방식이 바뀌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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