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육아일기'인가…투바투가 다시 꺼낸 아이돌 육아 예능 [D:방송 뷰]

전지원 2026. 5. 1. 11: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귀여움보다 중요한 것은 '존중', 예민해진 시청자 사로잡을 제작진의 숙제

'god의 육아일기', '헬로 베이비' 시리즈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아이돌 육아 시리즈물이 돌아온다. 그간 유튜브와 SNS를 통해 아이돌과 아기가 만나는 단발성 콘텐츠는 간간이 이어져 왔지만, 아이돌이 아기를 돌보는 과정을 전면에 내건 프로그램은 실로 오랜만이다. 달라진 예능 트렌드와 더욱 엄격해진 시대적 감수성 사이에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TXT의 육아일기' ⓒ웨이브

웨이브 'TXT의 육아일기'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14개월 아기 유준이와 함께하는 10부작 육아 관찰 리얼리티다.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멤버들이 유준이를 달래고,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가는 일상은 물론 회사 연습실까지 동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다정하게 챙기는 멤버들의 모습은, 이번 프로그램이 단순한 특집성 만남을 넘어 '돌봄' 그 자체를 프로그램의 중심에 놓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러한 포맷은 'god의 육아일기' 이후 24년만, '헬로 베이비' 시리즈 이후로는 13년 만의 부활이다.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아이돌 육아 예능의 공백이 길었던 이유는 예능 트렌드의 변화에 있다. MBC '아빠! 어디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실제 부모와 자녀가 출연하는 가족형 리얼리티가 주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연예인들이 정해진 기간 아이를 키우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주된 웃음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아이의 감정과 행동이 서사의 중심이 되고 실제 가족 관계가 주는 진정성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아이돌이 아기를 일시적으로 '체험'하는 예능보다 가족의 리얼리티가 주는 힘이 커지면서, 아이돌 육아 포맷은 자연스럽게 밀려난 셈이다.

물론 아이돌과 아기의 만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규 시리즈가 아닌 유튜브형 단발성 콘텐츠로 파편화됐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유튜브 채널인 '꿈친구', 스튜디오슬램 채널의 '콜미베이비' 등이 대표적이다. 컴백 시기에 맞춰 아이돌이 게스트로 출연해 아기와 하루 즐겁게 노는 모습을 담아내지만, 기저귀를 갈거나 잠을 재우는 등의 현실적인 육아의 고단함은 배제된 채 '예쁜 장면' 위주로 소비돼 왔다.

지금 다시 이 포맷이 소환된 배경에는 예능 시장의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아이돌 예능이 팬덤 내부의 콘텐츠를 넘어 대중적인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보편성이 필수적인데, 아기는 그 자체로 강력한 정서적 장치가 된다. 아이돌의 반전 매력과 서툴지만 진심 어린 돌봄,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만드는 웃음과 힐링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번 귀환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아동이 카메라 앞에 서는 콘텐츠를 대하는 대중의 감수성은 과거보다 훨씬 예민하고 까다로워졌다. '꿈친구'의 경우 길어야 2~3시간 촬영하며 이 중 최소 1시간은 새로운 출연자와 아이가 익숙해지는 교감 시간으로 사용한다. 실제 촬영은 1시간 30분 정도만 진행하고 아이가 낮잠이나 밤잠을 자는 동안에는 전 스태프가 철수한다.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즉시 촬영을 중단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현실적인 제작비와 스케줄 제약 속에서도 아이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촬영 현장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휴식 시간과 컨디션, 그리고 사생활 보호를 얼마나 우선순위에 두느냐는 이제 제작진의 필수적인 덕목이 되었다.

'TXT의 육아일기'를 바라보는 체크포인트 역시 분명하다. 얼마나 귀엽고 웃기냐보다, 아이가 한 인격체로서 어떻게 존중받으며 다뤄지느냐다. 아이의 울음이나 돌발 상황이 자극적인 웃음 소재로만 소비되지는 않는지, 제작 효율을 위해 아이의 컨디션을 희생시키지는 않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보호 원칙을 세우고 아이의 생활 패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제작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포맷의 귀환은 반갑다. 이제 남은 건 성숙한 제작 방식으로 그 반가움을 증명하는 일뿐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