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치명적인 문제점 [최홍섭의 샬롬 살람]

데스크 2026. 5. 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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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 파업 벌이면 30조원보다 더 심각한 피해 예상
리얼미터 조사서 국민의 70%가 파업 부적절하단 응답
반도체 경기 하강에 대비해 노사 모두 겸손한 태도 필요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이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로 일대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이번 파업은 왠지 불길하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대로 파업에 돌입해 반도체 셧다운(공장가동 중단)이 벌어지면 한국경제는 푹 가라앉을 위험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 수준인 최대 45조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평택공장 일대에서 집회를 벌여 왔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1인당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 터 6월 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파업이 단행된다면 봄철을 맞아 전국적으로 연쇄적인 노사분규에 기름을 붓게 된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임금 14% 인상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5월 1일부 터 5일간 파업을 예고했다.

국민들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경기는 불안하고 유가는 상승세인데, 삼성그룹의 간판인 반도체와 바이오 업체에서 이렇게까지 파업을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니 국민의 70%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광주·전라 지역이 80%로 가장 높았다.

돌아보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보지 못한다"면서 "노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임직원에 대한 보상을 잘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삼성은 일사불란과 완벽주의가 기업 문화인데, 노조 활동처럼 통제되지 않고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가 개입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상실된다고 보았다. 특히 재계 라이벌인 현대그룹이 자동차와 중공업 등에서 연례 파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더 무(無)노조 경영을 강화했다. 삼성 인사팀에서는 사전에 노조가 만들어질 기미라도 보이면 치밀하게 저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좌파 정권은 자체 신념에 따라 또는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를 의식하여 1등 기업인 삼성전자에 노조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이재용 회장을 두 번이나 감옥에 보냈는데 당시 검찰은 개정된 노동관계 법령을 근거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노조 설립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와 주동자 관리 방안' 등의 문건을 찾았고 삼성의 인사 담당 임원들을 대거 구속했다.

드디어 2019년 11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창립되면서 삼성전자에 본격적인 노조가 등장했고 2020년 5월 6일 이재용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노조를 만들지 여부는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 사항인데 과연 이것이 사과까지 할 일인가"라며 우려하는 여론이 많았다.

국가별 노조 조직율을 보아도 한국이 낮지 않은데다, 삼성전자의 경쟁 기업 중에 TSMC·엔비디아·인텔 등은 노조가 없으며,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직원들에게 노조가 없어도 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을 지나 이재명 정권이 등장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2025년8월 국회 통과, 2026년3월 시행) 등이 시행되면서 노동운동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노동계가 여당을 향해 사실상 대선 청구서를 속속 내밀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계속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벌어질 경우 초정밀 산업인 반도체는 단 한 번의 셧다운으로도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다. 노조의 주장대로 18일의 파업 기간에 30조원의 피해가 아니라, 더 심한 비극도 발생할 수 있다. 2500여 개의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연쇄 타격을 받는다.

반도체의 경우 한번 공급이 끊어지면 신뢰에 타격을 입고 이탈한 고객을 되찾아 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대만 언론은 신이 났다. "삼성이 파업하면 TSMC 등이 반사적 이익을 볼 수 있다"면서 파업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여러 차례 공장을 멈추어도 타격이 덜한 자동차, 조선, 가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무기로 '벼랑끝' 또는 '배째라' 전술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가 무조건 좋아할 일인가. 삼성전자의 파업은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가속화할 것이다. 생산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전 사업장에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 무인공장)'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노조에 크게 데인 이재용 회장은 피지컬 AI와 로봇으로만 구성된 공장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노조의 파업 소식이 불거지자 삼성이 인수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흔히 "이메일이 등장했어도 이를 프린트하느라 종이 수요가 더 늘어난 것처럼, 로봇이 늘어나도 지원과 보조 업무 때문에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옳지 않다. 과거와 달리 피지컬 AI가 곁들여 있기 때문이다. 회사로서는 로봇에게 월급이나 성과급을 주지 않아도 되고 건강보험료나 퇴직금도 부담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지금 삼성전자의 반도체 호황이 엄청난 기술혁신이나 신제품 개발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AI 바람이 불면서 너나없이 데이터센터를 짓는 과정에서 D램을 비롯한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슈퍼 사이클'이란 이름으로 급등한 결과다. 돈벼락을 맞았지만, 무슨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거나 기술개발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운이 좋았다.

지금도 메모리 분야에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를 일방적으로 누르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최첨단 1나노급 양산에 들어가 현재 4나노급이 성숙 공정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전략이다. 거기에 한때 문 닫은 듯하다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인텔은 내년 1.4나노급 공정 양산을 위해 장비 반입을 진행 중이다. 어디를 보아도 만만한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 경영진이나 노조 모두 운을 실력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보다 겸손해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D램 공급을 부족하게 만들고 이는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론 전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요즘 반도체 대호황이 2028년까지는 지속한다는 리포트가 많이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정점이 언제인가다. 이르면 올 연말에 정점이 온다는 말도 있다. 산업이란 현재 실적이 괜찮아도 하강세를 보이면 위기가 시작된다. 지금의 초호황이 드라마틱하게 초불황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 때도 노조는 이런 요구를 할 것 것인가.

삼성전자 노조의 시위 방식도 문제다. 첨단 IT업체 노조의 시위가 과거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현장의 시위 행태나 정치판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은 실망스럽다. 가령 이재용 회장을 '째째용', 전영현 부회장을 '전시황', 노태문 사장을 '노때문'이라고 희화화(戱畵化)한 그림을 바닥에 깔고 지나가는가 하면 '여기다 풀고 가세요'라며 사진의 이마를 뚫어 놓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저 그림은 반인륜적이다. 공산국가도 이렇게 못한다. 이재용, 전영현, 노태문이 마음에 안 들면 퇴직하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이런 세리모니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에 의해 끌려 다닌다면 국민이나 회사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다. 그 와중에 노조위원장은 해외로 휴가를 다녀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공계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서도 이 정도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같은 삼성전자라도 휴대폰이나 가전 사업부는 위화감만 느낄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면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 나쁜 모델이 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예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적용을 서두르면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올해 3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신입채용 공고를 지난해 3월과 비교한 결과, 작년 1438건에서 금년 791건으로 약 45%나 줄었다. 괜히 많이 뽑았다가는 노란봉투법이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다 뭐다 해서 노동자를 상전처럼 모셔야 하고 기업의 비용 지출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가 밝힌 원칙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당분간 막대할 수 있다. 하지만 햇살이 눈 부신 날이 있는가 하면 비오는 날도 있다. 사내에 유보되는 이윤은 대부분 다시 투자된다. 투자 확대를 통한 기업의 성장만이 노동자의 직장과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타당한 말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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