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부족한데 3년 만에 완성”… 교회 지원 ‘K신학’ 토대 마련

“논문을 한 편 이상 읽기 전에는 식사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논문을 만나면 오후 4시에 첫 끼를 먹은 날도 있었죠.” 금식을 병행한 신학 연구였다.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 강단에 선 신현우 총신대 교수는 분중신학총서를 집필한 3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신 교수는 “10년이 걸려도 부족할 연구를 3년 만에 완성했다”며 “교회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출판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중신학총서는 분당중앙교회가 신학자 학술 연구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한국 신학을 집대성해가는 개혁주의 신학 총서를 일컫는다. 1기에는 13명 학자가 참여해 번외편을 포함해 14권을 펴냈다. 2기 편집위원회는 지난달 16일 발족했고 다음 달 국내외 학자·전문가 공모를 진행한다.
13인 신학자의 작업은 몇 가지로 나뉜다. 한국 신학이 미뤄둔 과제를 정면으로 끌어낸 책이 한쪽에 있다면 다른 쪽에는 서구의 시각으로 익숙해진 주제를 새로운 각도로 살펴본 책이다. 이들은 분중신학총서가 ‘K신학’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2050년까지 150권을 출간해 K신학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최종천 목사는 “역사는 집단지성의 총합”이라며 “교회는 이들이 모일 장을 만드는 한편 복음을 전략적으로 조직할 인재와 더불어 사회에 통찰을 제시할 인물을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창욱 총신대 교수의 ‘개혁주의 비유 해석학의 모색’은 강단에서조차 자유로이 언급하기 어려웠던 예수님의 비유를 해석한 책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한 달 동안 미국 칼빈신학교 헨리미터센터에서 종교개혁자와 중세 신학자들의 비유 해석을 연구했다”며 “개혁주의 입장에서 정리한 비유 해석학이 목회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병호 교수의 ‘칼 바르트 신학 비판’은 20세기 신학에 영향을 미친 칼 바르트를 개혁신학 입장에서 비평한 책이다. 문 교수는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장 칼뱅으로 이어지는 정통 개혁신학 관점에서 ‘교회 교의학’ 전권과 ‘로마서 주석’ ‘괴팅겐 교의학’ 등 바르트의 주요 저술을 살폈다”며 “소개와 비교에 그치지 않고 칼빈주의 5대 교리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박현신 교수의 ‘개혁주의 설교와 설교자’는 그의 유학 시절부터 담긴 13년 연구의 축적물이다. 책에는 팀 켈러, 존 파이퍼, 마크 데버, 케빈 드영 등 칼뱅주의 부흥을 이끈 설교자들의 이야기가 총망라됐다. 박 교수는 “개혁주의 설교자들이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했다.
안인섭 교수의 ‘네덜란드 개혁교회 총회의 기원과 성격’은 1571년 네덜란드 엠던 총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어 단행본으로 다룬 사례는 드물다. 안 교수는 “총회는 권력의 장이 아닌, 말씀과 신앙고백 아래 순종으로 공교회 질서를 세우는 곳”이라며 “엠던 총회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 총회 정신을 되묻는다”고 말했다.
강대훈 교수의 ‘요한계시록 신학’은 요한계시록의 핵심 주제를 성경 전체 흐름 속에서 길어 올린다. 강 교수는 “그간 요한계시록이 이단 사상을 반대하는 목적 등 제한적으로 사용됐다”며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관통하는 요한계시록의 핵심어를 성경신학적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와 신학계가 익숙하게 바라봤던 주제에 새 각도를 제시한 책들도 있다. 신현우 교수는 ‘새 언약과 율법’을 통해 바울 신학을 복음서의 관점에서 다시 읽었다. 그는 “학계에는 바울이 율법을 무시했다고 보는 옛 관점과 유대교 역시 은혜의 종교로 보는 새 관점이 있었다”며 “두 관점과 달리 그리스도인은 받은 은혜로 율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관점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풍인 교수는 ‘히브리서에 나타난 거룩한 대화 연구’에서 “기도는 일방적 간구가 아닌 하나님의 뜻을 듣고 화답하는 쌍방의 만남”이라며 “기도가 거룩한 대화라는 점을 히브리서를 근거로 풀어 기도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했다”고 말했다.
김희석 교수는 ‘구약의 언약관점으로 본 하나님의 성품 연구’에서 조직신학 영역으로 다뤄지던 하나님의 속성을 구약 본문 안에서 풀어냈다. 김 교수는 “인자하심 거룩하심 선하심 등 하나님의 성품이 성경 속 어떤 사건에 드러나고 있는지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대웅 교수의 ‘구약과 신약의 언약들’은 신구약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약속을 주석 접근으로 보강했다. 그는 “교회사와 교리 접근과는 다르게 본문 자체에 대한 주석적 접근이 미비했던 언약 연구를 살폈다”고 말했다.
김요섭 교수의 ‘칼빈의 제네바 종교개혁’은 종교개혁 신학의 역사적 배경을 정리했다.
손병덕 교수는 ‘예수님을 본받는 교회’를 주제로 신학과 목회의 연결을 시도했다. 손 교수는 “교회의 사명은 예배당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닌 삶의 자리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드러나야 한다”며 “책은 거대 담론보다 교회가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실천적 모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주종훈 교수는 ‘기독교 예배 갱신 유형의 변화’를 통해 196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예배갱신운동의 범교단적 영향을 역사적으로 정리하고 예전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주 교수는 “기독교 예배가 문화를 적절하게 수용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예배자들의 신앙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목회적 과제를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성남=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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