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윤재찬 “롤모델은 박정민·구교환…스며드는 연기가 내 강점” [D:인터뷰]

류지윤 2026. 5. 1.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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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출연 중

지난 4월 8일 개봉한 ‘살목지’는 4월 28일까지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현재 누적 관객수 213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80만 명)을 크게 넘어섰고, ‘왕과 사는 남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침체된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살렸다.

저수지 로드뷰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형체를 계기로 재촬영에 나선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공포 장르 특유의 밀도 높은 체험을 앞세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촬영팀 막내 PD 성빈 역을 맡은 윤재찬은 일상적인 얼굴과 균열의 순간을 오가는 인물로 극의 긴장을 견인하며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으로 그룹 XRO 활동을 거쳐 연기에 발을 들인 윤재찬은 ‘반짝이는 워터멜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판사 이한영’, ‘세이렌’ 등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현재는 ‘오늘도 매진했습니다’에서 황기홍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는 ‘살목지’를 통해 스크린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극 중 촬영팀 막내 PD 성빈 역을 맡은 윤재찬은 일상적인 얼굴과 균열의 순간을 오가는 인물로 극의 긴장을 견인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흥행 성과가 이어지면서 배우들 역시 변화된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현장 안팎으로 퍼진 반응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팀 전체의 사기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첫 영화잖아요. 근데 처음부터 이렇게 스코어가 좋으니까 일단 기분이 너무 좋고요. 배우들도 다 기뻐해요. 저는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우리 영화 팀이 다른 영화 팀보다 분위기가 엄청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관객분들한테도 느껴진다고 하시고요. 팀워크가 좋아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성빈 역을 두고 경쟁 구도가 만만치 않았던 만큼, 그는 단기간 안에 캐릭터의 결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오디션 때는 1차 보고 나서 추려지잖아요. 그때 한 네다섯 명으로 줄었는데, 들어보니까 저보다 다 유명하시고 지금 드라마 주연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내가 경쟁력이 너무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연기로 진짜 설득을 시켜야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3~4일 동안 집에서 불을 다 끄고, 낮에도 암막 커튼 치고 생활을 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완전히 몰입해보자 했죠. 조용할 때 가끔 소리 나는 순간들 있잖아요. 그럴 때 더 쳐다보고, 그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고, 그때 반응하는 제 순간들을 많이 캐치하려고 노력했어요. 눈 감고 계속 비주얼을 상상했죠. ‘이걸 봤을 때 나는 이런 리액션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요. 공포라는 게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굉장히 극적인 감정이잖아요. 그걸 표현하려면 엄청 노력했죠.”

낮은 가능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캐스팅 소식은 현실감보다 먼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오랫동안 바라온 영화 작업이자 주연 기회를 동시에 거머쥔 순간을 떠올렸다.

“붙었을 때 저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죠. 왜냐하면 연기 경력도 많지 않은데, 영화는 꼭 해보고 싶었고, 주연 라인이니까 너무 탐나는 거예요. 근데 내가 노력해서 이걸 따낸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싶었는데, 그걸 넘어서 제가 된 거잖아요. 그때 기분은 진짜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였어요.”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는 성빈을 가장 현실에 가까운 인물로 설정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태도와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본능 사이의 간극에 주목했다. 일상적인 모습과 균열이 드러나는 순간을 대비시키며 인물의 변화를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성빈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현실에서 볼 법한 사람이요. 처음에는 사회생활에 길들여진 모습이에요. 선배한테는 싹싹하고, 여자친구한테는 남자친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공포를 맞닥뜨리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심하고, 추측하고, 배신하는 그런 모습들이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대비되게 준비했어요.”

앞서 설정한 ‘이성적인 인물’에서 ‘본능이 드러나는 인물’로의 전환은 카니발 내부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일상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성빈이 시선과 표정에서부터 균열을 드러내며, 인물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구간이다.

“카니발 안에서는 성빈이를 아예 흑화된 느낌으로 가려고 했어요. 룸미러에서 눈이 먼저 나오는데, 그때 이미 돌아있는 상태거든요. ‘얘 변했구나’라는 지점을 주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한수인을 의심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주고 싶었고요.”

극한의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촬영 환경 자체를 실제 상황처럼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반복적으로 상황을 주입하며 감각을 끌어올린 끝에, 자신도 몰랐던 순간적인 반응과 표정을 화면 안에 담아냈다.

“촬영할 때 귀신 보는 장면에서 카메라 감독님을 진짜 귀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준비했던 것처럼 계속 상황을 주입하면서요. 그래서 문 열 때 숨 참고 긴박하게 나가는 장면 같은 거 찍으면서 ‘내가 진짜 저 상황이면 저런 표정이 나오는구나’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극의 중심이 공포에 맞춰진 만큼, 그는 장다아가 연기한 세정의 남자친구로서 관계의 밀도를 과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눈빛과 동선 같은 미세한 표현에 집중했다.

“로맨스는 공포보다 비중이 적어서, 설레는 앉는 방식이나 눈빛 같은 디테일 위주로 맞췄어요. 그리고 다아가 유튜버 설정이니까 저는 도와주는 에겐남 같은 관계로 설정했어요. 그렇게 맞추다 보니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다아가 저한테 기대고, 제가 챙기는 흐름이 만들어졌어요.”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윤재찬이 바라본 이상민 감독은 배우의 해석을 열어두는 연출자에 가까웠다. 의견을 주고받으며 장면의 방향을 함께 조율해 나가는 경험은 그의 자산이 됐다.

“감독님은 굉장히 자유롭게 디렉팅하시고, 의견도 잘 들어주세요. 제가 의견을 드리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 주시고, 좋으면 반영해주시고요. 현장에서는 진짜 말벌 아저씨처럼 계속 뛰어다니세요. 그 모습 보면서 다들 ‘감독님 진짜 열심히 하신다’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많이 배운 현장이었죠.”

가수와 배우를 병행해온 그는 음악과 연기를 오가는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 겸 배우가 꿈이었어요. 실제로 음악도 하고 있고, 연기도 하고 있고, 이렇게 하이브리드로 계속 가는 게 재미있어요. 박정민 선배, 구교환 선배 같은 카멜레온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제 무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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