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독미군 감축 검토”…비협조 동맹 겨눈 뒤끝

김형구, 이유정 2026. 5. 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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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미군 준비태세의 조정 가능성을 꾸준히 시사해 온 만큼, 유럽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넘어 주한미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주독미군 감축 가능성을 연구·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결정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해 1월 출범한 이후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조에 따라 전 세계 주둔 미군 운용 방식의 재조정을 공언해 왔지만, 실제 특정 주둔국의 미군 병력 감축을 검토 중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언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최근 이란전쟁 국면에서 보인 독일의 소극적 태도가 우선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군사 지원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영국·프랑스·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요 회원국들을 향해 “기억해 두겠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표해 왔다. 최근엔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미국이 전략 없이 이란전쟁에 돌입했다”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차준홍 기자

유럽 전체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8만4000명이며, 독일엔 람슈타인 공군기지 등을 비롯해 약 3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이는 일본(약 5만5000명)에 이어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두 번째 규모다. 또 미국의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 본부가 모두 독일에 있을 만큼 유럽 방어의 전략적 중요성이 큰 곳이다.

물론 돌발적으로 말폭탄을 던졌다 접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도 독일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 기여도에 따라 동맹 등급을 나눈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가 지난달 22일 나왔다. 또 미국이 이란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나토 회원국의 주둔 미군을 협조한 회원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 미군기지 한 곳의 폐쇄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주독미군 감축이 강행될 경우 유럽의 안보 태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주독미군 감축을 넘어 미군 재배치가 현실화할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며 한국을 대상으론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활용해 방위비 증액을 관철시키곤 했다. 특히 최근엔 호르무즈해협 군사 지원 요구를 거절한 국가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한국을 콕 집어 거론해 왔다. 지난달 6일엔 나토를 향해 “내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을 오점을 남겼다”고 한 뒤 “나토뿐 아니다. 누가 우리를 안 도왔는지 아는가”라면서 “한국”을 첫손에 꼽았다. 이어 호주·일본을 거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과 연합 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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