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규제...세제 균형·공급 확대 처방 시급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4.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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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는 무겁고 매도는 막힌 구조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문법이 빠르게 바뀌며 시장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 보유세 현실화 기조, 실거주 요건 강화가 한꺼번에 시장을 압박하는 흐름이다. 과거 정부처럼 규제가 시차를 두고 도입되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금융·세제·실거주 규제가 패키지처럼 겹치며 시장이 적응할 시간조차 줄었다. 이에 다주택자의 임대 공급 유인이 약해지고, 비거주 보유 부담이 커지며 시장 전체가 실거주 1주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며 “매매 거래와 공급, 임대의 순환 구조를 함께 복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문법이 빠르게 바뀌며 시장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출·세금·실거주 동시 압박

양도세 완화가 거래 순환 해법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동시 압박’이다. 대출을 조이고,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규제가 거의 동시에 작동하는 기조다. 시장의 자금 흐름과 주거 이동, 임대 공급을 한꺼번에 흔들고 있다는 의미다. 충격은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는 현상이 굳어지는 추세다.

이런 변화는 임대인이 집을 운용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대출과 세금, 실거주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 다주택자는 전세를 놓아 수익을 내는 유인이 줄어든다. 1주택자도 세입자를 둔 채 장기 보유하는 전략보다 직접 거주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에는 규제가 차례차례 도입돼 시장이 적응할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출 강화, 양도세 강화, 보유세 현실화, 실거주 의무가 패키지로 묶이며 다주택자의 임대 공급 유인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는 것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임대인의 사업 모델 자체가 바뀌는 구조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정권 초반부터 향후 수년간의 정책 밑그림이 수요 억제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나타나는 시장 변화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더 가속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정권 1년 차에서 앞으로 4~5년 동안의 부동산 시장 밑그림을 그리는 국면”이라며 “대출과 세제를 통한 수요 억제 위주 정책이 유지되는 한 현재의 시장 변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입주 물량 부족에 다주택자 규제, 비거주 1주택 규제,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까지 모든 현상이 전세를 소멸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정책 변화가 없다면 전월세 가격 급등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높이더라도 거래세나 양도세를 낮춰 매물이 순환할 수 있는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유 부담만 높이고 거래 비용을 그대로 두면 집주인은 버틸수록 손해를 보고, 그렇다고 쉽게 팔 수도 없어 시장 전체가 굳어질 수밖에 없다. 단 정책의 순서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더해진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보유세를 급격히 올리고 양도세도 높다면 집주인은 팔지도 못하고 세금 부담에 허덕이는 구조”라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그 부담을 임차인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완화를 동시에 추진하거나 양도세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세제를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지해 랩장은 “세금은 입구인 취득세, 유지 단계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출구인 양도세와 증여·상속세까지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며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거래세를 낮추는 형태로 전체 균형을 맞춰야 부동산 시장 동맥경화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법리상 양도세와 거래세는 철저히 구분되지만 일반 납세자 입장에서는 거래할 때 발생하는 세금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세제 개편은 법리뿐 아니라 시장 심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거래 활성화를 원한다면 채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주택 공급 확대 없이 보유세만 올리면 실수요자와 임차인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싶다면 양도세 중과라는 채찍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거래세 인하 같은 당근을 함께 활용하는 ‘투트랙 세제 정상화’가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공급난, 지방은 미분양

수요 억제 넘어 맞춤형 처방해야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전국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주근접과 학군, 교통이 좋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은 여전히 공급 부족 압력이 크다. 반면, 인구 감소와 산업 이탈로 수요 기반이 약해진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며 시장이 정반대 고민을 안고 있다. 같은 부동산 시장 안에서 한쪽은 집이 부족하고, 다른 한쪽은 집이 남는 이중 구조가 굳어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역과 상품, 수요가 어긋난 공급 정책의 불일치가 문제”라며 “지역별로 공급 정책을 별도로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수요가 있는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전략적으로 완화하고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반면, 지방 미분양은 공급 문제가 아니라 인구 감소, 산업 이탈에 따른 수요 소멸 문제이기 때문에 별도의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해 랩장은 “똘똘한 한 채 보유를 유인하는 조세 제도까지 전면 개편해야 시장 왜곡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공급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진단도 잇따른다. 매매, 전세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것은 규제만으로는 공급 부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7127가구에서 내년 1만7012가구, 2028년에는 1만3565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서둘러 실수요가 원하는 지역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신보연 교수는 “2030년까지 대규모 공급 계획이 발표돼도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4~5년이 걸리고, 정비사업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주비 대출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 공공기여 부담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민간의 사업 추진 동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 미분양 문제는 보다 정교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미분양이 단순한 공급 과잉이 아니라 수요 기반 약화의 결과라면, 세제와 금융, 산업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소장은 “지방 미분양을 사면 파격적인 감면 혜택을 주는 양도세 특례를 한시적으로 시행해 서울로 향하는 투자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에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 대학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유형별 생존법 살펴보니
무주택자 청약, 1주택자 상급지 갈아타기 검토할 만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압박으로 작용하지만, 대응법까지 같을 수는 없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중심 정책,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부담이 동시에 작동하며 무주택자와 1주택자, 다주택자가 맞닥뜨린 현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먼저 내집마련을 고민하는 무주택자에게는 ‘무리하지 않는 실거주 매수’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 대출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임차로만 버티는 전략의 기회비용이 갈수록 커진다는 의미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무주택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안에서 상환 가능한 수준이라면 대출을 받아 실거주 목적 매수를 검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보연 교수는 “매수를 고려한다면 ‘최고의 입지’가 아니라 본인이 감당 가능한 범위 내 ‘최선의 입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주근접, 자녀 교육, 생활 인프라처럼 삶의 효용을 높이는 요소를 우선순위로 두고 지속 가능한 상환 구조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청약을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수도권 신도시 공공분양이나 서울 도심 민간분양은 여전히 안전한 진입 경로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주변 시세 대비 가격 이점이 확보된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무주택자에게 1순위 전략이 될 수 있다”며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역세권처럼 교통 호재가 분명한 지역의 공공분양은 자본이 부족한 무주택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윤지해 랩장은 “수도권에서는 본인 여유 자금과 함께 연식, 교통 여건 등을 따져 신축과 준신축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며 “경기도 신축 아파트 자산 가치가 서울보다 더 높아지는 경우도 많아, 핵심지가 아니라면 인서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사정상 임차를 유지해야 하는 세입자는 더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는 흐름이 고착화되면 단순히 현재의 임차 계약을 연장하는 선택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최근 계약 갱신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갱신을 선택할 경우 2년 뒤 다시 임차를 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단순 갱신보다 신규 계약을 통해 4년 거주를 확보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차를 유지하는 세입자라면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할 때 총주거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 가능성은 없는지, 비아파트로 옮길 경우 환금성과 보증금 안전성은 어떤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보연 교수는 “임차를 선택한다면 순수 전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는 현실을 고려해 보증금 비중을 낮춘 반전세 형태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생애최초 구입 혜택과 정책 금융을 최대한 활용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의 매수 가능성을 병행 검토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1주택자는 ‘무조건 장기 보유’보다 ‘어떤 집을 오래 들고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진단이 많다. 필요할 경우 상급지로의 갈아타기 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가격 방어력이 있는 주택의 조건은 역세권, 우수 학군, 직주근접”이라며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라면 장기 보유가 유리하지만, 입지 경쟁력이 낮은 주택이라면 규제 완화 시점에 선택적 갈아타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마포, 용산, 성동, 광진구 등 한강벨트 지역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내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 마용성처럼 직주근접 수요와 거래량이 탄탄한 한강벨트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며 “신축 프리미엄만 좇기보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준신축·구축 가운데 가성비 좋은 단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세금과 대출 규제가 강화돼 무조건 버티는 전략만 고집하면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여러 채보다 똘똘한 한 채로 압축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효선 전문위원은 “입지 경쟁력이 낮거나 공실 위험이 있는 주택은 양도세 중과 완화 시점 등을 활용해 정리하고, 금융 자산과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매도가 여의치 않다면 증여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로 인한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건수는 1387건으로 전월(903건) 대비 53.6% 급증했다. 전년 동월(649건) 대비로는 113.7% 늘어난 수치로, 2022년 12월(2384건) 이후 최고치다. 김인만 소장은 “양도차익이 크지 않은 지방 아파트를 보유했다면 주택 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똘똘한 다주택을 보유했고 보유세 감당 능력이 되면 보유도 괜찮지만,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증여를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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