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면허 시험 통과한 AI, 수의예과 학생이 바라본 미래

박선형 2026. 4. 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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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뒤에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나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박선형 기자]

▲ AI 수의사 시험을 통과한 AI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 Gemini 제작
최근 수의학 관련 신문은 일본 수의사 국가시험에서 통과점을 받은 수의학에 특화된 LLM 모델에 대한 글로 넘쳐난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임상을 하던 수의사가 대표로 있는 국내 AI 스타트업인 춘옥컴퍼니에서 수의학에 특화된 LLM 모델인 'VetJarvis-4B-Instruct'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기출 문제가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일본 수의사국가시험을 풀었고, 의료 AI가 아닌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한 AI가 실제 국가시험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다는 데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모델은 개발 과정 전반에 여러 수의사가 참여하여 데이터를 검증했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성과 전문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또한, 이번 인공지능 모델은 AI의 의료 진출에 대한 가장 큰 문제인 '환각 현상(Hallucination)'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환각 현상이란 LLM이 학습 데이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통계적으로 그럴 듯 하지만 사실과는 다른 답변을 생성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자칫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현장에서 치명적인 오판을 불러올 수 있기에 AI를 과신하면 안 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VetJarvis-4B-Instruct는 이 환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임상 수의사가 직접 검증한 전문 데이터를 학습시켰을 뿐더러,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 추가 진단이 필요하다고 답변한다. 즉, 애매한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수의사의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임상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완벽함을 주장하기보다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그 공백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를 얻는다.

그럼에도 해당 모델의 사용 범위는 의료용이 아닌 연구와 교육, 기술 평가를 위한 도구로만 한정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환각 현상이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평가이다.

수의학 특화 LLM 모델의 등장은 수의학 지식의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과거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의학 지식이, AI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제공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가 진료 및 무면허 의료 행위라는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보호자가 AI의 진단을 맹신하여 전문적인 검진 없이 처방을 내릴 경우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4월 23일, 한국임상수의학회와 춘옥컴퍼니는 기술을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단순히 의료용이 아니라고 기재해 두는 것을 넘어, AI를 진단의 주체가 아닌 의사결정 지원 도구(CDSS)로 정의하고 수의사의 최종 판단을 보조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미래에 수의사를 꿈꾸는 나는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이 시대에 사는 것이 두렵다. 6년 뒤에 내가 수의사 자격증을 따더라도 내가 일할 곳이 있을지 걱정이 되곤 한다. 내가 중학생이었던 때부터 의학과 수의학에 진단의 보조도구로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었다. 그때도 단순한 종양 사진이나 X-ray 같은 영상 진단 자체는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6~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미국의 경우 수천 개의 동물병원이 SignalPET이나 Antech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을 뿐더러 SK텔레콤에서 만든 엑스칼리버도 전국 500여 곳 이상의 동물병원에 도입이 되었다. 국내 동물병원의 약 15~20%에 도입이 되어 있는 것이다. 영상 진단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보호자들의 신뢰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수의사에게는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할 능력들이 아직 많이 존재한다. 첫째로, 현재의 LLM은 동물들의 미세한 물리적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없다. 수의사가 정확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자신의 증상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동물들의 미세한 물리적 변화를 직접 파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염증이 발생한 관절의 비정상적인 열감, 복부 촉진 시 느껴지는 장기의 미세한 경직도, 동물들의 통증 정도 등이 있다. 이러한 감각적 정보는 수의사들의 숙련된 촉감과 청각을 활용하는 임상적 직관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현재의 AI가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둘째, 진료실 내에서의 소통 문제이다. 보호자들 또한 자기 반려동물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보호자들이 본 동물들의 상태와 실제 증상 혹은 질병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간극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것 또한 수의사의 역할이다. 이 외에도 병원비나 신념 등의 문제에서 치료 여부나 검사 여부까지 설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수가제가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이 자주 발생한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만이 감정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신체적 감각과 사회적 소통 능력의 결합을 통해 수의사가 진료하는 행위는 의료적 책임을 지게 만든다. 수의사라는 사람은 단순히 지식을 출력해 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증상을 완화하고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이해하며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의 무게를 견디는 주체이다. 춘옥컴퍼니가 VetJarvis를 연구와 교육용으로 한정하고,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정의한 이유 역시 책임의 주체를 AI가 아닌 수의사에게 지게 함일 것이다.

수의예과 1학년인 내가 6년 뒤에 현장에서 진료하는 임상 수의사가 되어있을지, 연구하는 연구원이 되어있을지, 공중 방역을 지키는 공중 방역 수의사가 되어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내가 초등학생 때 책에서 보던 수의사들의 업무 환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선배들이 머릿속에 수많은 의학 지식을 집어넣는 것에 집중했다면, 인공지능과 공존할 우리들은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아픈 동물들을 어루만지는 것 그리고 나아가 그런 아이들과 함께하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 어느 시대보다 인간다운 수의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미래의 인간이 동물 진료의 최종 결정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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