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미혼 남녀 소개팅 지원하면 출산율 오르나요?
[민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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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에서 2024년에 진행한 미혼 남녀 만남 행사 '설렘 인 한강' 시즌2 홍보 사진 |
| ⓒ 서울특별시 |
한국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청년의 결혼·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는 미혼 남녀 100명을 선정해 만남을 중개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투입해 청년들의 연애를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쟁도 있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져 인구 재생산에 기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속에서 여러 지자체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 장려 정책이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자녀 계획을 두고 청년들은 "이렇게 사는 게 힘든데, 이런 삶을 내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청년들의 삶과 환경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방선거인 만큼 시야를 넓혀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금 청년들은 때가 되면 결혼하고 출산하는 K-타임라인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혼 상태가 길어지고 지속되고 있으며, 노년에는 자식에게 의지해 부담을 주고 싶지 않고 잘 살고 싶다 생각합니다.
오늘날 청년 세대의 가족 구성은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 비혼의 확산 및 장기화,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 등장은 기존 돌봄 체계가 전제해 온 '표준 가족' 모델을 흔들고 있습니다. 돌봄을 주고받을 가족 구성원 자체가 줄어들면서, 사적 돌봄의 기반은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돌봄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성-혼인 중심의 전통적 가족 개념이 놓치는 삶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필요성'에 대해서 동의하는 비율이 80.3%, '혈연이나 입양, 혼인으로만 제한하여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법·제도적인 변화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65.8%에 달합니다. 시민들의 인식은 이미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
그런데 법과 제도는 어떨까요? 가족구성권연구소의 2022년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 1,400여 개 현행 법률 중 240여 개에서 '가족'이 언급됩니다. 혈연·혼인 중심의 전통적 가족만이 피치 못한 순간에 보호자, 대리인, 후견인, 보증인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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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자발적으로 가족이 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관찰하는 프로그램 <조립식 가족> |
| ⓒ tvN |
그렇다면 지금 청년들은 누구와 살고 있을까요. 2020년 기준 25~29세 청년 중 1인 가구가 12.6%, 비친족 가구가 21.9%로 약 2배에 달했습니다. 혼자보다 같이 살아야 주거비와 생활비를 아낄 수 있고, 무엇보다 서로 의지하고 돌볼 상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어떤 집에서 같이 살면 좋을지, 앞으로 서로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며 생활공동체를 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가 섞이지 않았다거나, 동성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가족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가족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나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요.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은 이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입니다. 1인 가구 조례는 전국에 확산되었지만, 비혈연 생활공동체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지원하는 조례는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성별과 법적 관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서로를 돌보는 파트너로서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에 포용될 수 있도록, 사회적 가족 지원 조례의 제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청년부터 노년까지 돌봄 불안 없이 살 수 있는 삶을 찾습니다
돌봄을 개인과 전통적 개념의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워진 지금,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서비스의 확대를 넘어, 돌봄을 사회적 권리로 재정립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혼자 살든, 누군가와 함께 살든 조건 없이 주거·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누릴 수 있고, 내가 사는 동네에 촘촘한 지역 기반 돌봄 체계가 갖춰진다면, 그토록 바라던 '청년이 머무는 도시'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변화하는 가족의 현실을 반영하고, 누구도 돌봄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촘촘하고 실질적인 복지국가 로드맵이 지금 필요합니다. 지금 범청년행동이 내가 사는 동네에서부터, 그런 삶을 함께 누리자고 말할 후보를 찾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참여연대 부설 청년참여연대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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