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만·AI·희토류·북한…트럼프 방중까지 남은 지뢰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외교 채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의 한 고급 호텔은 오는 12~15일 나흘간 일반 예약을 전면 중단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부산 회담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베이징에서 만나 이란·대만·인공지능(AI)·희토류 등 지뢰밭처럼 복잡하게 얽힌 현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회담이 가까워질수록 급부상하고 있는 사안은 이란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일이다. 공세는 미국이 먼저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다롄(大連)의 정유기업 헝리석유화학(亨利石化)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단행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는 이란 정권에 재정적 압박을 가해 중동에서의 공격적 행보를 막고 핵 개발 야욕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세계 시장으로 운송하기 위해 의존하는 선박·중개인·구매 네트워크를 계속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중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였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헝리는 이란군으로부터 원유를 구매하는 데 막대한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의 이란 지원이 계속될 경우 중국 은행이 ‘세컨더리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석유 수출량의 90%를 수입하는 중국으로서도,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며 경제적 압박이 커지는 만큼 중국의 역할이 핵심 협상 카드로 떠올랐다.
두 번째 변수는 대만이다. 중국은 이달 초 10년 만에 국공회담을 성사시키며 “대만도 대화를 원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우신보(吳心伯)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대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미국의 무기 판매를 핵심 이슈로 꼽았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주길 원한다. 이에 반해 대만은 대만 문제가 미·중 협상 테이블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이슈다. 미국이 첨단 하드웨어의 중국 유입을 막는다면, 중국은 첨단 인력과 기술 유출을 막는 방식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 규제당국은 27일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 20억 달러 인수를 금지했다. 또 이달 들어 두 건의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공급망의 해외 이전이나 미국의 수출통제를 준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각각 ‘산업체인·공급체인 안전에 관한 규정(국무원 834호)’과 ‘반(反)외국 부당역외관할 조례(835호)’다.
미국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 상무부가 29일 중국 2위 파운드리 업체 화훙(華虹)에 특정 장비 선적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22일 MATCH(Multilateral Alignment of Technology Controls on Hardware Act, 다자간 하드웨어 기술 통제 정렬 법안)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중국 반도체 업체가 한국 등 협력국으로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 상반기 본회의 통과 및 발효가 예상되며, 이 경우 베이징이 강력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넷째는 중국이 위력을 보여온 ‘희토류 카드’다. 중국 자연자원부 지질탐사관리국의 슝쯔리(熊自力) 국장은 29일 월례 브리핑에서 “희토류·텅스텐·주석·몰리브덴·안티몬·갈륨·게르마늄·인듐·형석·흑연 등 14개 광물의 매장량에서 세계 1위, 석탄·바나듐·티타늄·아연·희토류·텅스텐·주석·몰리브덴·안티몬·갈륨·인듐·금·텔루륨·인·형석·흑연 등 17개 광물 생산량에서 세계 1위”라고 강조했다. 대만 연합보는 30일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앞두고 협상 카드로 희토류 매장량을 공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해당하는 1조2000억 달러(약 1782조 원)가 희토류를 사용하는 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국은 그만큼의 협상 카드를 쥐고 있는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방문을 두고 “역대 최악의 준비와 최고의 의전을 기대하는 측의 역설”이라고 묘사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GMF) 디렉터는 “대부분 위풍당당한 의식에 그칠 것”이라며 기대치를 낮췄다. 중국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자금성 관람을 연상할 수 있도록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단(天壇) 방문을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 등 초당파 의원 대표단 5명이 상하이와 베이징을 방문한다. 데인스 의원은 미국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 임원으로 6년간 중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베이징의 중요한 중개자로 알려진 데인스 의원이 이번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의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데인스 의원은 지난해 3월에도 베이징을 방문해 리창 총리와 회담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방중 직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도 예정돼 있다. 지난 1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박2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푸틴 대통령 방중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푸틴에 이어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10일 왕 부장의 평양 방문은 트럼프 방중을 앞둔 사전 포석”이라며 “다만 북·중 정상외교는 베이징과 평양 어느 쪽에서든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회담을 앞두고도 북·중 접촉은 활발했다. 왕 부장의 평양 방문(5월 3~4일)과 중국 다롄에서 북·중 정상회담(7~8일)이 연달아 열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이다 마셨다, 그래서 살았다” 말기암 이긴 의사 파격 식단 | 중앙일보
- 차에 샤넬백 숨겼다…부부관계 거부한 아내가 만난 남자 | 중앙일보
- 명문대 아들, 원룸서 죽자…매일밤 계단서 구더기 주운 아빠 | 중앙일보
- “사람 실종됐다” 봄 맞은 제주 발칵…이틀간 이런 신고 14건, 뭔일 | 중앙일보
- 9년 전 ‘여중생 집단폭행’…촉법소년 논쟁 다시 불지폈다 | 중앙일보
- “하닉 주식 사준 부모님께 보답”…돈다발 들고 금은방 온 10대 반전 | 중앙일보
- 숨진 누나 예금 30만원 찾으려…무덤 속 유골 파내 은행 온 인도 남성 | 중앙일보
- 마사지받다 잠들자 황당 서비스…“피부 괴사됐다” 무슨 일 | 중앙일보
- 하닉 조끼는 소개팅 불패룩? 웃픈 유머 뒤엔…직장인 덮친 ‘H공포’ | 중앙일보
- “울컥한다”…‘불화설’ 송은이·김신영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