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이나 회생은 실패가 아닙니다"

희망제작소 2026. 4. 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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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밀착형 법률서비스 '동네법통' 인터뷰 ③] 김정준 법무사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고민해야 할 때, 혹은 치매로 후견인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까지. 출생에서 상속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법적 조언과 지원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고령화, 주거 불안, 빈곤 등 한국 사회의 주요 과제를 법무사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봅니다. 삶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 일선에서 활동하는 법무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아울러 지역밀착형 법률 서비스의 필요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도 함께 전합니다. <기자말>

[희망제작소]

지난해 개인회생·파산 신청 건수로 보면, 한국인의 삶은 팍팍해졌다.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은 13만668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금융진흥원 등은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매출이 급감해 대출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개인회생으로 채무자는 본인 소득 중 생계비를 제외한 일정 금액을 채권자들에게 3~5년 동안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개인파산은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 법원에 신청해 채무를 정리하는 제도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의 '2025년 개인파산 면책 지원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 사례 8516건 가운데 58.0%가 60대 이상이었으며, 1인 가구가 70.4%로 가장 많았다. 채무 발생 원인으로는 '생활비 부족'이 7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 벼랑 끝에 몰린 채무자들에게 김정준 법무사는 무엇보다 "개인파산이나 회생이 패배나 실패가 아니다"라며 "혼자 감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17년 차 '생활법률가'인 김정준 법무사를 만나 현장의 상황과 대응 방법을 들어봤다.
 김정준 법무사
ⓒ 희망제작소
- 지난해 개인파산 건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현장에서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채무 문제로 찾아오시는 분들은 중장년층이 많았는데, 요즘은 연령대가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마음이 쓰이는 건 1인 가구입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는데 전세사기를 당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었습니다. 주변에 상황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보니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뒤에야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일찍 오셨다면 선택지가 더 많았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인정받으면 공공임대주택이나 금융 지원도 가능합니다. 또 30세 미만 청년 채무자는 변제계획 기간을 3년이 아니라 2년 범위 내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더 빨리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변제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죠. 코인이나 주식 투자로 빚을 져도 개인회생이 가능합니다. 이런 점도 청년들에게 알려졌으면 합니다."

청년과 1인 가구까지 번진 채무 위기

- 개인회생·파산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소송업무, 부동산 등기나 법인 설립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법적인 도움을 받을 방법을 몰라 그냥 버티고 계신 경우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법원에 신청 한 번만 해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데, 정보가 없어서 혹은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포기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이 분야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준 법무사
ⓒ 희망제작소
-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30대 중반 여성의 사례였습니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어린 자녀 둘을 키우고 계셨습니다. 근저당이 설정된 시가 2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가 있었는데, 남편이 돌아가신 이후 수입이 급감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기관에서 경매를 신청하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아이들과 함께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오셨을 때 "집만 지킬 수 있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검토해 보니 주택담보대출채권연계형 개인회생을 활용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이 제도는 주택담보대출은 기존 상환 조건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무담보 채무만 회생 절차로 정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입니다. 잘 활용하면 집을 지키면서도 채무 부담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신청서와 변제계획안을 꼼꼼히 준비해 법원에 제출했고, 10년 동안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납부하면서 경매를 유예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같은 집에 살면서 채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신용회복위원회와 대출은행을 설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 서류를 신속하게 준비하면서도 오류가 없어야 했습니다. 절차가 마무리된 뒤 "아이들에게 집을 지켜줄 수 있었다"고 하셨을 때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파산신청을 하신 30대 후반 여성도 기억에 남습니다. 퇴직금과 소액 대출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아이 둘을 키우던 분이었는데, 창업 2년 만에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임대차 보증금 반환 분쟁과 거래처 미지급금, 대출이 남아 있었습니다. 파산신청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파산·면책은 부모의 채무가 자녀에게 승계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 상황을 법적으로 정리해야 아이들과 함께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 사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살고 있던 집이 소액보증금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고 보증금 전액을 파산재단에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계비 면제 절차를 통해 약 4000만 원을 면제받아 보증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의뢰인의 깊은 자책을 덜어드리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 gemini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선택, 회생과 파산

- 그런 제도들을 일반인이 알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언이 있다면요?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래 혼자 감당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법무사나 법률구조공단의 무료 상담을 먼저 이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법무사는 동네에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입니다. 저 역시 간판에 무료상담이라고 적어두고 있습니다.
채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어떤 제도가 있는지 확인하고 빠르게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워크아웃도 있고, 요건이 된다면 세금 변제 유예나 분할 납부도 가능합니다.

개인파산이나 회생은 패배나 실패가 아닙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가 마련한 제도입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의 경우 변제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더 간소화하고 관련 제도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해당 인터뷰 진행 및 작성: 김소민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한상규 지역혁신팀 연구위원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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