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벨트'에 올라타지 못한 통계학 전공 학생입니다
평소 취미가 '딱히 없다' 말하지만 '에브리타임'과 같은, 대학생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매체에서 비슷한 세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그런 제 눈에 요즘 자주 보이는 게 '하이닉스 찬양글'입니다.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드는 생각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기자말>
[최강훈 기자]
"조선시대 이조판서 vs 2026년 하이닉스 입사자, 누가 더 대단함?"
|
|
| ▲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OOOO vs 하이닉스' 검색 하면 나오는 화면 |
| ⓒ 최강훈 |
"요즘 반도체 호황이라 대기업, 특히 하이닉스 들어가면 그게 최고의 효도야. 내 주변에 하이닉스 들어간 형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죄다 부러워 하더라."
하이닉스에 열광하는 사람들... 자본주의적 장원급제?
취준생 형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도 매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취업 얘기를 꺼내는 빈도가 늘었다(이제 대학교 2학년인데). 솔직히 내키지는 않지만 꾸역꾸역 듣다보면 나오게 되는 결론은 항상 비슷한데, 대강 이러하다.
"우리 강훈이 하이닉스 같은 데 들어가면 소원이 없겠네... 요즘 하이닉스가 대세잖아 대세."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런 말이 직관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궁금했다. 통계학을 전공하고 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왜' 갑자기(?) 대학가나 사회 전반에 하이닉스 열풍이 발생한 것인지 궁금증이 들어 뉴스를 찾아봤다.
가장 큰 이유는, 하이닉스가 역대 최고치를 아득히 웃도는 실적에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4월 23일 보도자료에 의하면, SK 하이닉스가 1분기에만 무려 37조 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7조4405억 원) 대비 405.5% 급증한 수치고, 바로 직전 분기에 달성한 19조1695억 원과 비교해도 96.2%가 늘어난 규모다. 1분기 영업이익율은 71.5%였다.
|
|
| ▲ 2025년 11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전시장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 HBM3E가 전시돼 있다. |
| ⓒ 연합뉴스 |
이러한 기업의 소식은 취업과 그것을 위한 학업에 매몰된 대학가에 큰 여파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내가 느끼기에 이런 분위기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번다'는 부러움을 넘어, 과거의 고시나 권력이 가졌던 위상에 버금가는, 혹은 능가하는 새로운 성취 지표가 된 듯하다. '압도적인 자본력과 보상'으로 성공이 재정의 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이닉스와 같은 기술 기업에 열광하는 현상은 가히 '자본주의적 장원급제'라 보아도 무방할 듯 싶을 정도다.
물론 '에브리타임'엔 반 진심, 반 농담으로 올린 게시물들이 대부분이다. 소위 '바이럴'처럼 올라오는 이런 게시물에 실증이 났는지 댓글도, '미국 대통령이랑 해도 하이닉스 압승임', '(그냥) 하이닉스라고 해주자' 등의 장난에 동조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다만 이 현상을 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
|
| ▲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29.46포인트(0.46%)오른 6417.93으로 마감했다. 2026.4.22 |
| ⓒ 연합뉴스 |
화려한 성과급 잔치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물론 존재한다. '하이닉스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정 기업과 학과에 자본과 관심이 쏠리는 사이, 반도체 벨트 밖에 서 있는 인문계나 기초과학 전공 학생들은 묘한 상대적 박탈감을 마주한다.
당장 통계학과인 나도 이 상황에 그다지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소식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겠지만, 나와 같은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 전공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가는 길이 정말 맞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여도나 학문적 가치와 별개로, 오직 '영업이익'이라는 단일 척도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듯한 분위기가 대학가를 거대한 '전공 양극화'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조판서'라는 과거 권력의 상징과 '하이닉스 신입사원'이라는 실리적 가치와 나란히 선 모습은 어쩌면 확실한 보상을 갈구하는 지금 청년 세대의 솔직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의 이면에 반도체 벨트에 올라타지 못한 이들의 소외감 또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승전 '반도체'로 귀결되는 취업 시장의 쏠림 현상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정권 추격하는 중국...미국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장면
- 부산 출격 '하GPT'알아본 주민들, 여든 야든 "단일화 안되면 하정우"
- 김부겸 "휴대폰 공개 후 쏟아진 문자 내용에 놀라...아들딸 위해 투표 호소"
- "구포시장 상인끼리 싸우기까지..." 한동훈 팬클럽은 선관위 '경고'
- 당신을 보고 웃어준다고요? 호감이 아닌 사회생활입니다
- "6월까지 포장재 확보, 이후는..." 식품업계가 직면한 위기
- '샤이 보수', 진짜 있을까
- [오마이포토2026]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전태일 열사 추모
- 하정우, 시민과 악수 후 손 털기? 캠프 측 "해프닝"
- 일본 언론 "6월말 서울서 한일 국방장관회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