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반출됐다 놀라운 몸값에 돌아온 ‘기하학 무늬’ 분청사기, 보물 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2018년 해외 경매에서 놀라운 몸값으로 낙찰됐던 독창적 무늬의 조선 분청사기가 보물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추상적 표현이 돋보이는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을 비롯한 동산 유물 7건과 ‘가평 현등사 극락전’ 등 사찰 전각 10건을 30일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이라고 이름지어진 이 술병 형태의 자기는 높이 23.5㎝에 몸체 양면이 납작한 편병(扁甁)이다. 한쪽 면엔 선으로 표현한 물고기, 또 다른 면에 현대적인 기하학 무늬가 두드러진다. 15~16세기경 전라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말 일본인 수장가의 소유가 됐고, 1996년 서울 서소문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조선전기국보전’ 전시 때 처음 국내에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2018년 4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분청사기 역대 최고가인 313만2500달러(수수료 포함, 당시 한화 33억2500만원)에 낙찰돼 현재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대체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앞뒤 두 면에 표현된 선문(線文)과 파어문(波魚文)이 독창적이며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 보물로 지정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관음보살 벽화’,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 ‘완주 위봉사 목조관음보살입상 및 지장보살입상’, ‘여수 흥국사 제석천·천룡도’,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도 각각 보물 예고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완주 위봉사 목조관음보살입상 및 지장보살입상’은 1605년 위봉사 북암에 봉안하기 위해 조성된 사보살상(四菩薩像) 가운데 두 점으로 현재 위봉사 보광명전에 봉안돼 있다. 1989년 도난당했다가 2016년 환수됐으며 도난 과정에서 유실된 보관(寶冠) 및 지물(持物)은 최근에 조성해 함께 모셨다.
호림박물관 소장의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은 조선 중기 대표 문인화가인 이경윤(1545~1611)의 작품으로 전하는 산수인물도가 수록돼 있다. 1~9면에는 이경윤의 산수인물도가, 10~13면에는 작자 미상의 금니산수가, 14~22면에는 작자 미상의 화조도 및 인물도 등이 실려 있다.

국가유산청 측은 “화첩에 선조대의 문장가 최립(1539~1612)이 쓴 제화시(題畫詩)와 발문(跋文)이 함께 수록돼 있는 등 원 소장자, 화첩 제작 경위와 감상 기록 등이 작품에 함께 전하는 드문 사례”라면서 “조선 중기 문인 문화의 교류, 작품 수집과 감상, 제화시 작성과 화첩 형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미술사적 자료”라고 의미 부여했다.
이날 무더기로 보물 지정 예고된 문화유산 중에 부불전 6건과 요사채 4건도 있다. 이들 부불전(부처·보살을 모신 중심불전과 떨어져 건립된 법당. 나한전, 영산전, 원통전, 비로전 등)과 요사채(사찰에서 승려들이 거처하는 집. 참선하는 선방 등)는 조선 중·후기(17~19세기)에 걸쳐 건립 및 중건(重建)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불전 6건은 ‘가평 현등사 극락전’, ‘괴산 각연사 비로전’, ‘고창 선운사 영산전’, ‘순천 선암사 원통전’, ‘순천 송광사 응진당’, ‘경주 기림사 응진전’이다. 요사채 4건은 ‘금산 영천암 무량수각’, ‘청양 장곡사 설선당’, ‘부안 내소사 설선당과 요사’, ‘익산 숭림사 정혜원’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그동안 불교 건축유산 가운데 불전(佛殿), 석탑, 석불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부불전과 요사채에 대한 가치조사와 발굴을 진행한 결과”라면서 “이번에 지정 예고하는 10건은 사찰의 산중수행과 생활공간으로 건립돼 시대에 따른 생활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향후 ‘국가유산위원회’ 개편 예정)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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