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큰 확신…임종언의 쇼트트랙 여정, 이제 시작 [영건N영건]
밀라노 동계올림픽서 은1·동1…“손 떨릴 정도로 긴장”
세계선수권 2관왕으로 기대주에서 ‘에이스’로 우뚝
“‘쇼트트랙’하면 떠오르는 선수 될 것”
<편집자 주> 스포츠에는 언제나 ‘영건(Young Gun)’이 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대주입니다. 쿠키뉴스 김영건 기자가 영건을 만납니다. 언젠가 더 큰 무대로 향할 이름들을 기록합니다.

임종언(19)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남자 1000m 동메달, 5000m 계주 은메달을 수확하며 자신의 기량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임종언은 메달 두 개를 따고도 만족하지 않았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그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에 아쉬움과 후회가 컸다. 세계선수권 끝나고, 다음 올림픽 때는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경기하면 이렇게 잘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더 아쉽고 후회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1000m 동메달을 땄을 때는 짜릿했다. 은메달은 같이 이룬 성과다. 다 같이 기뻐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면서 “자신 있던 1500m가 제일 아쉽다. 준준결승에서 넘어진 게 뼈아프다. 만약에 결승에 갔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하니, 더욱 아쉽다”고 돌아봤다.
“긴장을 덜 했거나, 즐겼으면 더 잘했을 것”이라는 그는 “올림픽 내내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도 몰랐고, 손도 떨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림픽이다 보니, 월드투어나 세계선수권과 경기장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관중들의 환호 소리도 너무 열광적이었다. 선수들도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경기 흐름도 차이가 났다”고 회상했다.

임종언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임효준(현 린샤오쥔)의 경기를 보며 쇼트트랙 선수의 꿈을 키웠다. ‘우상’ 임효준과 함께 500m 레이스를 펼친 그는 “효준이 형이 마음 편하게 먹고 긴장하지 말라고 조언해 줬다”며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제 꿈을 있게 해준 선수와 같이 뛴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 대 선수로 한 번 경쟁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더 화려한 성적표다. 임종언은 시니어 무대 첫 시즌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1차 대회 남자 1500m와 5000m 계주에서 정상에 올랐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는 개인전과 계주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임종언은 “월드투어 1차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경기에 나갔다”며 “마지막에는 여러 가지를 깨달으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 국내 대회나 주니어 무대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기였다.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백미는 세계선수권이었다. 임종언은 시즌 마지막 무대인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500m와 1000m를 모두 제패했다. 그는 “세계선수권에서는 긴장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탔다. 올림픽에서 보여주지 못했으니, 세계선수권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언의 장점은 경기 흐름을 읽고 레이스 후반부에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는 폭발력이다. 그는 “남자 선수들 중에는 앞에서 워낙 잘 끌어가는 선수들이 있다. 굳이 앞에서 체력 소비를 하기보다는 그 선수들이 끌 때 뒤에서 기다리다가 체력이 빠질 때 아웃으로 치고 나가면 승률이 더 좋다”며 “억지로 뒤에서 경기하는 건 아니다. 상황이 나았다면 앞에서 하는 경기도 있었겠지만,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경기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제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시즌을 준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1년 전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묻자, 임종언은 “그때는 스케이트 기술로만 국가대표가 됐다면, 지금은 세계 무대를 경험하면서 ‘자신감’이라는 큰 무기를 얻었다”며 “다음 시즌에도 그 무기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나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자신했다.
임종언은 큰 대회를 마칠 때마다 고 송승우 코치를 찾는다. 송 코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임종언을 지도했다. 지난 2023년 세상을 떠났지만, 임종언에게는 영원한 스승이다. ‘멋진 경기보다 완벽한 경기를 하자’는 좌우명도 송 코치의 조언에서 비롯됐다. 임종언은 “선생님과 유스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록 유스 올림픽에는 못 갔지만, 더 큰 무대인 올림픽에 가서 경기했다. 그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종언의 쇼트트랙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지금처럼 변함없이 쇼트트랙하고 싶다. 인성 좋고 실력도 좋은 긍정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며 “은퇴하고 나서도 ‘쇼트트랙’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다짐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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