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 은혜로교회, 피지 미국인 2명이 형사고소
탈출 여성들이 증언 준비 마쳤다”
미국 국무부, 피지 당국 대응 압박
은혜로교회 측은 폭행 등 혐의 부인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한국발 이단 단체인 은혜로교회를 둘러싼 인신매매·강제노동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잇따라 증언에 나서며 현지 수사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교주 신옥주씨가 국내에서 중형을 확정받았음에도 현지 계열 조직을 둘러싼 인권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탐사보도 언론 연합인 국제 조직범죄 부패보도 프로젝트(OCCRP)와 피지타임스 등에 따르면 은혜로교회 관련 단체 ‘그레이스로드 그룹’을 탈출한 미국인 여성 2명은 최근 피지 경찰에 형사 고소장을 제출하고 현지로 돌아가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로드 그룹은 은혜로교회가 운영하는 기업·공동체 조직이다.
보도를 보면 피해자들은 집단 내부에서 장기간 폭력과 학대를 당했고 무임금 노동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단이 운영하는 미용실과 식당 등 사업장에서 장시간 일하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외부와의 접촉도 통제됐다고 호소했다.
고소 내용에는 피지 정치권 인사와의 연관 의혹도 포함됐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집단 지시에 따라 현지 유력 인사들에게 무료 마사지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OCCRP에 말했다. 그는 또 같은 해 최소 세 차례에 걸쳐 당시 장관과 그의 부인에게 무료 치료를 제공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어머니를 구출하기 위해 피지로 돌아갔다가 이 그룹에 다시 갇히기도 했다. 그는 “제 바람은 그들이 갇혀 있는 상황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라며 “그들이 육체뿐 아니라 심리·정서적으로도 그레이스로드 그룹의 통제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혜로교회 측 변호인단은 “인신매매, 강제노동, 폭행 등 모든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며 “어떠한 공무원에게도 무보수 서비스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부도 그레이스로드 그룹과 관련해 피지 당국의 대응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인신매매 대응이 미흡할 경우 피지를 인신매매 보고서(TIP) 최하위 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그레이스로드 그룹과 관련해 “강제노동과 신체적 폭력, 임금 미지급 등 인신매매 징후가 확인된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앞서 신씨는 지난해 ‘타작마당’ 교리에 따른 신도 폭행과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신씨는 2014년부터 종말론을 주장하며 신도 400여명을 피지공화국으로 이주하게 한 뒤, 이들을 감금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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