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옥의 컬처 아이] ‘백남준 띄우기’ 국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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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최근 일본의 팝 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의 유화가 150억원에 낙찰되며 한국 경매 시장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걸 계기로 백남준(1932∼2006) 작품의 시장 가격을 취재하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부품이 단종된 상황에서 원본의 예술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현대적 기술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표준이 마련돼 백남준 작품에 대한 보존 매뉴얼이 세계적 권위를 갖게 되면 컬렉터들의 불안감은 해소되고 시장가치는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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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최근 일본의 팝 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의 유화가 150억원에 낙찰되며 한국 경매 시장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걸 계기로 백남준(1932∼2006) 작품의 시장 가격을 취재하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10억원 문턱을 넘기는커녕 6억원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백남준(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마르셀 뒤샹(개념의 탄생), 파블로 피카소(형태의 파괴), 앤디 워홀(상업과 예술의 결합), 요제프 보이스(사회적 조각)와 함께 20세기 미술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예술가 5명으로 꼽히지 않나. 예술 가치와 시장 가치가 함께 가는 건 아니라지만 이 정도면 무대접에 가깝다.
저평가 이유는 국민일보 기사(4월 15일자 ‘요시토모 150억 vs 백남준 6억6000만원…이상한 미술시장’)에 언급한 대로 모니터의 수명, 고장 시 수리문제, 딜러 배제에 따른 유통의 제약 등 여러 요인이 있겠다. 하지만 현상으로 드러나는 요인에만 핑계를 돌리기엔 국가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선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위대한 예술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나라가 나서야 한다. 전례가 있다. 영국은 조각가 헨리 무어를 세계에 세일즈하기 위해 영국예술위원회가 나서 브랜드화했고, 스페인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물을 국가적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맞서는 자유주의 미술로 잭슨 폴록과 추상표현주의를 국가 차원에서 홍보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탄생에도 지대한 공헌을 한 백남준은 한국 정부가 마땅히 세계에 마케팅해야 할 국가적 문화 자산이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시가 그의 사후에 없었다. 작가 생전인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비디오아트 창시 30주년을 기념해 ‘백남준-비디오때, 비디오땅’이 열리긴 했다. 하지만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장소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한 번도 개인전이 열리지 않았다. 뉴욕 구겐하임(2000), 런던 테이트모던(2019~2020) 등 해외 간판 미술관에서 백남준 회고전이 열렸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지역 미술관인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지난해 백남준 회고전이 열렸다. 그러니 백남준 사후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유족과의 불편한 관계 등은 핑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백남준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32년 서울관에서 전 세계인이 와서 오픈런하는 대대적인 백남준 회고전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그런데 성과 중심의 일회성 전시만으로는 부족하다. 백남준이 지금 왜 중요한지 알고, 또 알리기 위해서는 전시에 앞서 지속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제적이면서 다학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백남준의 작업은 예술과 기술, 철학, 인류학이 뒤섞인 결정체라 미술사학자들의 연구만으로는 그의 세계를 온전히 해석하기 어렵다. 또 영구 보존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다. 백남준 작품의 가장 큰 취약점은 브라운관 모니터 등 하드웨어의 노후화에 있기 때문이다. 부품이 단종된 상황에서 원본의 예술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현대적 기술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표준이 마련돼 백남준 작품에 대한 보존 매뉴얼이 세계적 권위를 갖게 되면 컬렉터들의 불안감은 해소되고 시장가치는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돈과 사람 문제로 귀결된다.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에 30억원을 흔쾌히 내줄 정도의 정부라면 한국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를 세계에 마케팅하기 위한 전시와 연구에 통 큰 예산을 배정할 정도의 인식과 태도는 충분히 갖춰진 것이라 믿는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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