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라져 가는 수학여행, 교사 책임만 따질 일 아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소풍·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이 빠르게 위축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교원단체들은 대통령 인식이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발언이라며 교사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라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 발언의 본뜻도 그게 아니었겠지만, 현장 체험학습 위축의 원인을 단순히 교사들의 책임 회피로 몰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최우선 과제는 교사가 안심하고 체험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호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2022년 강원도 춘천에 있는 초등학교 체험학습 현장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건이었다. 당시 담임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학생 안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 개인이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이 사건 이후 각급 학교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기피하는 현상은 통계 수치로도 드러난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5곳 중 지난해 당일치기 현장 체험학습을 한 학교는 51%에 그쳤다. 2023년(99%)에 비하면 2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올해 수학여행 등 숙박형 체험학습을 계획한 서울 지역 초·중·고교는 전체의 17%로 지난해(42%)보다 크게 줄었다.
한국교총은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체험학습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도 “교사들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현장 안전 인력이나 비용 지원 정도로는 현장 교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도 “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로부터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만큼 실효적인 대책을 서두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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