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문화참견] 중국 콘텐트의 역습

막강한 자본력과 전방위적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 중인 중국 콘텐트가 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여전한 한한령 속 C콘텐트의 공세가 커지는 상황이다.
#위기의 K게임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K콘텐트 수출 1위’라는 지위는 여전하지만 2022년 이후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서다. 게임 인구도 줄고 있다. 한국인들의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를 찍은 뒤 매년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50.2%로 3년 연속 급락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5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게임산업의 주소비층인 1020 세대가 OTT·숏폼 등 동영상 시청으로 빠르게 이탈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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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게임 상위권 절반 장악
‘중드’ 인기, 2040 여성들에 확산
숏폼 드라마 인기는 세계적
정부가 나서 중심추 역할 해야
」
중국 게임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리니지·오딘 등 한국산 MMO 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독점하던 우리 모바일 게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024, 2025년 국내 모바일 게임 앱 매출 1위는 국산인 리니지M이지만, 5위권 안에 ‘라스트 워:서바이벌’ 등 중국 게임이 각각 3편, 2편이 올랐다(모바일인덱스). 2021년에는 톱 10에 중국 게임이 한 편(9위) 들었었다. 2024년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 10위권 퍼블리셔(유통·배급사) 중 5~6곳이 중국계 회사기도 하다.
![중국 게임 ‘성세천하:여제의 탄생’.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진다. [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30/joongang/20260430001623585kipg.jpg)
다음달 2부가 출시되는 중국의 시네마틱 인터랙티브 게임 ‘성세천하:여제의 탄생’은 게임팬뿐 아니라 드라마 덕후, 일반 대중에게도 화제였다. 지난해 출시된 1부가 국내에서만 100만장 팔렸고, 웹툰작가 침착맨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200만을 육박할 정도였다. 후궁에서 여황제가 된 당나라 측천무후의 궁중 서바이벌 스토리를 실사 영상으로 구현한 게임으로, 유명 배우들의 출연, 숏폼적 서사, 화려한 영상미가 ‘중드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세계관을 설명하는 긴 도입부 없이 시작 즉시 인물의 생사를 결정하는 선택지가 주어지며, 게임의 각 단계(분기)도 3~5분으로 짧고, 매번 클리프행어(궁금증을 유발하는 결말)를 배치해 ‘게임적 숏폼’ ‘숏폼적 게임’으로 주목받았다.
#‘중티’에 빠진 중드 팬덤
![중드 최초로 우리 넷플릭스 톱10에 오른 ‘옥을 찾아서’. [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30/joongang/20260430001624890cyng.jpg)
‘촌스럽다’ ‘뻔하고 수준이 낮다’. 그간 중국드라마(중드)에 대한 세평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티’ 나는 중드에 빠졌다는 드라마 팬들이 나오고 있다. 중드가 점차 ‘중티’를 벗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지난 3~4월 중드 최초로 국내 넷플릭스 톱10에 오른 ‘옥을 찾아서(축옥)’가 대표적이다(최고 2위). 4월에는 ‘옥을 찾아서’ ‘월린기기’ 2편의 중드가 톱10에 들기도 했다.
‘옥을 찾아서’는 가상의 고대 왕조를 배경으로, 훗날 여장군이 되는 백정의 딸(치엔시티)이 신분을 숨긴 귀족 장군(장링허)을 구해주면서 시작되는 로맨스 액션 사극이다. 전쟁과 복수라는 활극적 요소에 계약결혼 커플의 로맨스를 버무렸다. 일부 의상·소품이 한국풍이란 동북공정 논란도 있었지만, 빼어난 외모의 주인공 커플의 로맨스 케미에 합격점을 주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중드의 인기는 여러 OTT를 통한 중드의 물량공세에서 시작됐다. 2025년 상반기 티빙·웨이브·왓차에 등록된 중드는 각 800편이 넘고, 이는 3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콘진). 28일 티빙의 ‘실시간 인기드라마 20’에는 6편의 중드가, 웨이브의 ‘해외시리즈 톱20’에는 14편의 중드가 올라왔다. 쿠팡플레이는 중국영화·드라마만 따로 서비스하는 유료회원제(모아패스)를 운영중이다. 고장극(고전복장극·팩션사극)·선협(신선 판타지) 등 중드 특유의 장르에, 최근에는 K로맨스의 어법을 차용한 현대 로맨스 중드도 호평받고 있다. 과거 중드 팬들이 주로 무협을 좋아하는 중장년 남성이었다면, 최근에는 20~40대 젊은 여성들로 확대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개성적인 외모의 배우들이 주목받는 반면 ‘남신’ ‘여신’급의 전통적인 미남 미녀 배우들이 많은 중드가, 배우의 비주얼을 몰입의 요소로 꼽는 한국팬들의 구미를 당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옥을 찾아서’는 중국 본토 드라마로는 최초로 글로벌 넷플릭스 비영어 톱10에도 진출했다.
#숏폼드라마도 중국 열풍
세로 화면에 매회 1~3분 내외 짧은 에피소드가 틈새 시간을 파고드는 숏폼드라마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중국이다. 드라마박스·드라마웨이브·릴숏 등 전세계 주요 숏드라마 앱이 전부 중국계다.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2023년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에서 2024년 120억 달러(약 17조6000억원)로 2배 이상 성장했다(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 국내에서도 중국 앱이 강세인 가운데, 5위권에 안착한 유일한 국산 앱인 비글루의 선전이 눈에 띈다. 중국이 자본과 플랫폼·AI 기술력을 무기로 전세계 숏드라마 시장을 접수하고 있는 가운데, 스토리텔링·제작 연출에 강점 있는 우리 드라마업계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중국은 숏폼으로 성장하고 일본은 브랜디드 드라마 확장 등으로 수익을 보완하고 있다. BBC는 송출 방식을 유튜브로 옮기기도 했는데, 한국은 숏폼 시장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국내 OTT 적자도 못 벗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서 열린 한국드라마PD협회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이은규 PD가 한 말이다. 여전히 K콘텐트 강국이지만, 혼돈스러운 시장에 중심을 잡아 방향을 제시할 정부의 정책·역할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양성희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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