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알파고 대국, 엄청난 AI 발전의 신호탄이었다”

홍상지 2026. 4.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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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29일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건넨 감사패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과의 알파고 대국은 지난 10년 간 일어난 이 엄청난 발전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9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 대국’ 이후 10년 뒤 다시 한국에 온 소감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허사비스 CEO는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에서 10년 전 대국을 치렀던 이세돌 9단과 재회했다.

허사비스 CEO는 이 9단, 조승연 작가와 가진 3자 대담에서 알파고 대국을 ‘현대 인공지능(AI)의 실질적인 시작점’으로 정의했다. 세 사람은 10년 전 알파고가 뒀던 2국 37수와 이 9단이 뒀던 4국 78수를 각각 AI와 인간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한 수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알파고의 37수는 인간 프로기사라면 절대로 두지 않을, 인간의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뜨린 수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9단의 78수 역시 AI의 허를 찔러 알파고에 유일한 1패를 안긴 수였다. 이 9단은 “알파고 대국은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시발점이자 원동력이었다”며 “알파고의 바둑을 보며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알파고 대국에서 확인한 AI의 가능성이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현 시점과 미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 9단은 “AI를 단순한 협업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주도권을 AI에 뺏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사비스 CEO는 AI가 과학과 질병, 환경 등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난제를 해결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에게 더 큰 질문, 더 야심찬 생각을 하도록 영감을 줄 것”이라며 “그날 역사적 한 수가 과학적 르네상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AI 시대에 한국이 갖고 있는 강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허사비스 CEO는 “한국은 반도체, 로보틱스, 유수의 대학과 연구진 등 모든 역량을 갖춘 국가이기에 AI 시대 기술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글 딥마인드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K-문샷 프로젝트’ 등 AI 연구에 협력하기로 했다. 미래 세대의 AI 교육에 대해 묻자 그는 “AI 시대에도 수학·과학 등 전통적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이 중요하다. AI 도구를 활용해 자신만의 프로젝트나 사업, 게임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허사비스 CEO는 한국기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현재 세계 바둑 1위인 신진서 9단과 만났다.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이라는 별명을 가진 신 9단과 10분 간 수담(바둑을 두는 일)을 나누기도 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신 9단은 “‘알파고의 아버지’답게 매우 AI 같은 수를 두셔서 방심하다 큰일 날 뻔 했다”는 농담 섞인 대국 소감을 전하며 “어릴 때는 승패에 집착했지만 AI가 도입된 이후 좀 더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바둑,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는 “AI는 여전히 바둑같은 게임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인간의 발명 정신은 아직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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