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도 이전으로 갈 수 없는 중동”

김철오 2026. 4. 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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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두 달… 무너지는 질서
호르무즈·OPEC·걸프 균형 ‘흔들’
사망 6077명… 부상자 4만2564명
미국 제31해병원정대 대원들이 28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 해상에서 민간 화물선 ‘블루스타Ⅲ’호 내부를 수색하기 위해 헬기에서 강하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 군사작전을 수행 중인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엑스에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미국의 봉쇄 조치를 위반해 이란으로 향하던 것으로 의심된 블루스타Ⅲ호를 조사한 뒤 석방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지난 2월 28일 시작한 전쟁으로 중동 전역에서 2개월간 누적된 사망자 수가 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안보를 담당하며 균형을 유지했던 역내 지정학적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책임졌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와 역봉쇄를 거듭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 판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전쟁이 마무리돼도 이전의 중동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이 개전 60일째인 2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집계한 중동 내 총사망자 수는 6077명, 부상자 수는 최소 4만2564명이다. 이는 중동에 주둔한 미군 인명 피해를 포함한 숫자로, 사상자의 대부분은 이란과 레바논에 집중됐다. 비교전국 가운데 가장 많은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에너지 시설과 공항, 금융가가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막대한 물적 피해를 떠안았다. UAE가 오래전부터 검토했으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확정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탈퇴는 중동 내 지정학적·지경학적 질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강화하자 중동에선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에 자국 통화인 리알화, 달러·위안·유로화로 통항료를 징수할 수 있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자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육상을 통한 우회 수출로를 찾아 나섰다. UAE는 OPEC·OPEC+ 탈퇴 외에 이스라엘 방공방인 아이언돔 포대와 운용 인력을 자국에 배치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걸프협력회의(GCC)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리 알라비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 부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수습돼도 중동은 2월 28일 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며 “각국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고 기업들은 새로운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을 위해선 미국과 이란의 2차 대면 협상부터 성사돼야 하지만 파키스탄 등 중재국을 통한 양국의 물밑 대화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의 핵 포기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비핵 협정을 체결하는 방법을 모른다. 상황을 빨리 파악하라”며 합의를 독촉했다. 이란도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고위 안보 소식통이 미국의 해상 봉쇄를 해적 행위 및 강도질로 규정하며 지속될 경우 전례 없는 군사적 조치가 조만간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교전도, 합의도 없는 협상의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악시오스에 “지금처럼 정체된 상태로는 대통령에게 정치적·경제적으로 모두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교착상태 장기화를 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지난 27일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포함한 최근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장기적인 해상 봉쇄를 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이란의 최신 제안인 ‘선(先) 호르무즈 해협 개방, 후(後) 핵 협상’을 놓고 참모들과 논의한 끝에 해협 역봉쇄를 지속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 당국자들은 WSJ에 “대통령이 해협 봉쇄를 지속하는 것이 공습을 재개하거나 전쟁에서 당장 손을 떼는 선택지보다 덜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계속되는 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결국 휘발유값 상승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협회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50개주 평균 휘발유값은 갤런당 4.176달러로, 2022년 8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캘리포니아주 평균가는 5.965달러로 6달러에 근접했다. 미국에서 ‘갤런당 4달러’는 고물가를 체감해 다른 소비를 줄이는 심리적 방어선이면서 집권당에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인식된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이날 공개한 트럼프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4%로 지난해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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