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뒤에 숨었던 쿠팡 김범석, 결국 '총수' 명단에 올랐다

김종철 2026. 4. 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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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공정위,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쿠팡 동일인으로 김 의장 지정, '동생 경영 참여'가 결정적 족쇄로 작용, 쿠팡 "행정소송할 것"

[김종철 기자]

 쿠팡 창업주이자 쿠팡 모회사 쿠팡아이엔씨(Inc)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
ⓒ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 이앤씨(Inc) 의장이 쿠팡 재벌의 '총수(동일인)'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미국 국적자로 외국인 특혜 논란의 당사자인 김 의장은 이제 대기업 총수로서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게 됐다. 쿠팡 쪽은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김 의장과 가족 등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법에 따른 엄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9일 공정위는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쿠팡의 동일인, 이른바 '총수'를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 개인(자연인)으로 바꿨다. 그동안 쿠팡은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사례였다. 김 의장이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공정위는 그동안 관련 법령의 미비를 들어 2021년 이후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었다.

이후 공정위는 지난 2024년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동일인이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같아야 하고,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과 친족 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나 채무보증이 없고, 친족의 임원 재직 등 계열사의 경영 참여 등이 없어 사익 편취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정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쿠팡이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했던 것.

김 의장의 동생 경영 참여가 결정타…'미국인' 뒤에 숨은 김범석 '총수'가 되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5.12.25
ⓒ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공정위는 쿠팡이 더 이상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쿠팡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이 경영에 사실상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공정위의 이날 발표를 보면, 김씨는 쿠팡 내에서 부사장급 직위를 갖고 있으며, 이는 등급상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유사한 수준에 해당했다. 연간 보수와 처우도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이었고,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재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또 쿠팡로지스틱스(CLS) 대표이사 등을 회의에 초대해 주간 업무 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고, 주요 사업의 구체적 업무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이는 그동안 "친족의 경영 참여가 없어 사익 편취 우려가 없다"라는 쿠팡 쪽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근거가 됐다.

공정위가 쿠팡 건에서 주목한 것은 직함보다 실질이다. 김유석씨가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급과 비슷한 위치에서 물류·배송 정책을 주도하고, 핵심 계열사 경영진을 상대로 업무실적을 점검했다면 이는 경영 참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정위는 "사익편취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이 깨졌다고 판단했고,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총수' 김범석 의장에 대한 법적 책임도 커질듯…쿠팡 "행정소송 통해 설명"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025년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서 쿠팡은 향후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으로서 더 높은 수준의 공시와 감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매년 친족 현황을 비롯해 계열사 주주 현황 등을 보고해야 하고, 허위로 자료를 제출하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내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 편취에 대한 규제도 받게 된다. 김 의장과 친족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밖에 김 의장 개인이 지배하는 계열사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기게 된다. 이에 따라 쿠팡의 지배구조가 좀더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해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쪽은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했다. 행정 소송을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날 기자들에게 "김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 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라고 해명했다. 또 "쿠팡 Inc는 미국 상장사로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의 예외 조건을 충족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김 의장의 '총수' 지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김씨 일가의 사실상 경영 참여 등을 확인한 만큼 김 의장의 총수 지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쿠팡 계열사에 대한 경영 참여를 입증할 만한 근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라면서 "(쿠팡의) 행정소송에서도 적극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102개 기업집단, 소속회사 3538개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지난해보다 기업집단은 10개, 소속회사는 237개 늘었다. 케이푸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콜마와 오리온이 새롭게 지정됐고, 최근 주식시장의 급성장으로 토스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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