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한예종” 대구 “기업은행”…곳곳서 선심성 이전 논란

여성국, 양수민 2026. 4. 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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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를 한 달가량 앞두고 공공기관 지방 유치 공약과 이전 법안으로 선거판이 들썩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주요 국정과제인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이 하반기 발표 예정인 가운데, 여야 후보들은 표심을 겨냥해 너도나도 상징성이 큰 기관 유치 공약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가장 논란이 큰 건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인 민형배 의원이 지난 22일 같은 당 정준호 의원 등과 함께 발의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서울 석관동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있는 한예종 캠퍼스를 전남·광주로 이전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사진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

행정통합 확정 후 전남·광주는 이미 농협·수협중앙회 등 40개 기관 이전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월 대정부질문에서 “통합 지자체 우선 고려” 방침을 밝혀 공공기관 유치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한예종 이전 추진은 무리수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예종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물리적 이전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며 이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민주당이 발의한 이 법은 오로지 선거 승리에만 혈안이 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가 지역구(성북을)에 있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뉴욕, 런던 등에 있는 세계적인 실용 예술 대학은 모두 도심에 캠퍼스를 갖고 있다”며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도 존중해야 하는데 선거철에 다소 뜬금없이 법안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대구에서는 기업은행 본점 이전이 선거판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지난 16일 “10인 이상 중소기업이 3000개인 개인 대구에 기업은행 정도는 유치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TV조선 인터뷰)고 밝혔고, 민주당 소속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와 중구청장 후보는 물론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지방이전 공동대응 TF가 2일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전국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 노조는 절차적 정당성 등을 이유로 반발하며 상급단체인 금융노조(한국노총)와 대응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2일 금융노조 지방이전 공동대응 TF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 금융기관 지방이전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무분별한 지방 이전 부작용에 공감하면서 기업은행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파기”라고 했다.

야권에선 재선을 노리는 현역 단체장들이 유치전에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3개 중·대형 기관 이전 배치를, 이철우 경북지사는 1차 이전 기관과 연계한 43개 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산업은행 이전을 물고늘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7일 BBS 라디오에서 “산업은행 이전은 10여 년 전부터 추진한 부산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민주당 정권이 안 해주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남아있어 지속해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사진 연합뉴스

문제는 정부의 공식 로드맵 발표 전부터 지역과 후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후보들이 선제적 공약을 쏟아내지만, 정부와 지자체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향후 유치에 실패하면 지방정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효과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쓴 KDI 문윤상 연구위원은 지난 28일 통화에서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때처럼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것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듯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이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지역 산업 특색과 주변 대도시 기반 시설 등과 연계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전이 타당한 기관은 지역 간 조정, 노조와 이해관계자 소통을 통해 갈등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국·양수민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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