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섭단체 의원 만난 李 "외교·안보 대외 문제서 자해적 행위…공적 입장 가지길" (종합)

임철영 2026. 4.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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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들과 첫 오찬…초당적 협력 당부
李 "정치는 본질적으로 남의 일을 대신하는 것"
李 "정치 양극화 극복이 필요…국익 중심에 둬야"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 다투더라도, 외교·안보 등 대외 문제에서 자해적 행위를 하는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다"며 "아쉽게도 우리 안에는 그런 요소들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비교섭단체 및 무소속 의원들과 오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비교섭단체 및 무소속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대외 여건 악화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 등 야권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외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의 대외적 상황이 매우 안 좋다"며 "국내 상황도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그것은 우리 자체의 힘으로 이겨나갈 수 있는데,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문제는 사실 우리만의 힘으로는 쉽지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특히 국내에서의 대외 관계에 있어서는 입장을 공적으로 가져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해당 발언 직후 "여기 계신 분들이 그런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통합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가 통합의 역량을 발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실 것 같다"며 "물론 그중에 가장 큰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저도 노력할 테니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힘을 모아서 대내외적인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잘 이겨내 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정치의 본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남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각자의 정치적 신념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나 국민들의 더 나은 삶과 미래"라고 했다.

또 "정치에서는 넓은 시야가 정말로 필요하다"며 "작은 차이들이 있고 각자의 이익도 있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게 더 나은지를 고민하고 누가 더 잘하나를 경쟁해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게 진정한 정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원내 비교섭단체 5개 당과 무소속 의원 등 총 21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조정식 정무특보, 홍익표 정무수석 등이 배석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우리의 정부로, 대통령님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생각한다"며 정부의 경제 성과를 평가했다. 이어 고유가와 물가 부담을 언급하며 "화석연료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에너지 안보의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서 원내대표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등 지역 통합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평택 등 안보상 희생을 감내한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안정적 지원 체계 마련을 건의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부동산 정상화와 노조법 개정안의 현장 안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가지신 데 깊이 공감한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초고가 주택 보유세 부담 현실화,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과다 보유 문제 등을 언급했다.

윤 원내대표는 "전월세 시장 불안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임차인 권리 보장 방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노동위원회에 넘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비교섭단체 및 무소속 의원들과 오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전남·광주 통합 예산 지원 문제와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를 건의했다. 천 원내대표는 전남·광주 통합 관련 필수 예산 573억원이 추경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고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주요 5극3특 어젠다로 추진한 것인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결혼 비용은 알아서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또 "일선 선생님들이 민원을 받지 않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민원 처리 시스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생님들이 경찰서와 법원에 불려 다닐 필요가 없게 하는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를 추진해달라"고 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겸 원내대표는 쿠팡 문제, 홈플러스 사태, AI 전환에 따른 일자리 불안, 노조법 2·3조 개정 후속 조치, 개헌 논의 등을 폭넓게 제기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한 의제나 정책 과제들이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관계 부처의 적극행정을 주문했다. 쿠팡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털린 것뿐 아니라 소상공인 갑질 문제와 노동권 훼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온라인 플랫폼 환경 정상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를 요청했다.

비공개 오찬 과정에서는 참석자들 모두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의원들은 각각의 전문 분야에 대한 현안들과 상임위별 발의 법안에 대해 설명과 제안을 이어갔다. 조국혁신당 이혜민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 진입을 위한 의견을 개진했고, 같은 당 박은정 의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료개혁 완수에 대해,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노동조합 활동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전종덕 의원은 농협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추경안 처리에 신속하게 협조해 준 것에 감사를 전하며 양당 중심의 양극화된 정치 토양에서 비교섭단체들이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치 양극화 극복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외교 관련 사안은 정치 양극화와 무관하게 국익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촬영 과정에서 "이재명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오찬 메뉴로는 마늘소스의 새우 무 말이 냉채, 단호박죽, 도미전과 녹두전, 밤과 은행을 올린 갈비찜, 버섯 솥밥과 조개 미역국 등 한식이 준비됐다.

청와대는 "오늘 오찬 간담회는 위기 극복과 국정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함께 협력해 온 의원들에 대한 연대와 감사의 의미를 전하고 민생 현안 해결과 입법 과정에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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