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명박이야? 죽고싶어?” 박정희 경호실과 맞짱뜨다

서승욱, 박진석, 김상진, 김기정 2026. 4. 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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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청와대 경호실과 맞서다 」

" 파세요! "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발령자는 나였고, 수령자는 불도저 운전기사였다. 옆자리에 앉은 내 지시에 그는 지체없이 땅을 파헤쳤다. 곧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곳은 도로였다. 또한 외길이었다. 그 길의 한쪽 끝에는 레미콘 공장이 있었다. 공영사라는 회사가 운영하던 그 공장 정문이 그 도로와 연결됐다. 레미콘 원료를 들여오고 완성품을 내보내려면 그 길을 통과하는 수밖에 없었다.

현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통했다. 가운데 선글라스 쓴 남성이 이 전 대통령이다. 사진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그런데도 나는 그 길 한가운데를 크게 파버린 것이다. 공영사 공장장이 깜짝 놀라 황급히 달려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에선 연방 욕설이 튀어나왔다.

" 야 이 자식아! 이 레미콘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 "
이윽고 무시무시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 청와대 경호실이야, 청와대 경호실! 거기서 발주한 특수 공사 현장에 가야 한단 말이야! 당장 복구해! "
왜 나는 그 무시무시한 조직과 맞서려 했을까. 아니 그에 앞서 왜 나는 멀쩡한 남의 공장 앞길을 파헤쳐 못쓰게 했을까. 지금부터 간 크게도 청와대 경호실과 일 합을 겨뤘던 젊은 날의 이야기를 펼쳐보겠다.

앞서 말했듯이 당시 서울 서빙고동에 있었던 현대건설 중기사업소는 국가적 대사였던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속도전이었다. 조속한 준공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열망이 컸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공사에 매진했다. 24시간 연속 작업은 일상이었다.

당연하게도 중기사업소 역시 한시도 가동을 멈출 수 없었다. 관리과장이던 나는 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공사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장비를 매만진 뒤 현장으로 속속 투입했다.

1966년 당시 전예용 건설부 장관이 서울 서빙고동에 위치한 쌍용시멘트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당시 서빙고동엔 쌍용양회를 비롯해 공영사 레미콘공장 등 복수의 시멘트 회사가 가동 중이었다. 사진 국가기록원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그게 바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공영사의 레미콘 공장이었다. 레미콘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시멘트 가루 등 분진이 그 공장 창문을 통해 중기사업소로 대거 날라와 장비들에 박혔다. 그 때문에 애써 매만진 중장비들이 다시 멈춰 서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나는 참다못해 공영사로 달려갔다.

" 당신네 공장에서 날아오는 시멘트 가루 때문에 장비 수리가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우리 쪽으로 난 창문은 모두 폐쇄하고 아예 열 수 없도록 고정하십시오. 또 방진 시설도 보강해주십시오. "
하지만 공영사 측은 콧방귀만 뀌었다. 새파란 20대 과장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최후통첩을 했다.

" 계속 시멘트 가루가 날아온다면 내가 직접 레미콘 공장 가동을 못 하도록 조처를 하겠습니다! "
사실상의 협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나를 비웃었다.

" 자네가 무슨 수로 우리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한단 말인가. "
하지만 나는 빈말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어느 날 수리를 마친 불도저 한 대에 시동이 걸렸다. 삽이 달려 있어서 땅을 팔 수 있는 불도저였다. 현장 투입을 위해 막 출발하려던 순간, 나는 기사 옆자리에 훌쩍 올라탄 뒤 이렇게 지시했다.

" 공영사 출입문 앞길로 가서 땅을 깊게 파헤쳐 버립시다. "
유일한 출입로가 파헤쳐지자 레미콘 차들은 꼼짝달싹 못 하게 됐다. 여기까지가 공장장이 청와대 경호실을 들먹이면서 복구를 요구한 경위다.

무소불위의 권력 핵심부를 들먹였으니 내가 지레 겁먹고 원상복구에 나설 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레미콘이 청와대에 가든, 어디에 가든 알 바 아니오. 당신들이 창문만 막으면 나도 즉시 원상복구 해주겠소. "
나는 보란 듯이 중장비로 구덩이를 더 깊고 넓게 파버렸다. 공장장은 안 되겠다는 듯 공장으로 되돌아갔다.

5.16 군사정변 직후의 박정희(가운데)와 박종규(맨 왼쪽), 차지철(오른쪽). 박종규와 차지철은 뒷날 모두 청와대 경호실장이 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얼마 뒤 검은 양복 차림의 건장한 청년들이 들이닥쳤다. 공장장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에워싼 뒤 겁박했다.

" 당신이 이명박이야? 젊은 놈이 간이 부었구먼. 당신은 겁도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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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회고록 및 단독 인터뷰

「 〈이명박 회고록〉
“난 대통령 될거야, 당신은...” MB 경악한 정주영 폭탄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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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연?” 정주영 분노했다…MB 곤혹케한 ‘유인촌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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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인마, 그딴 걱정을 왜 해!” MB 고대 보낸 ‘헌책방 욕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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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2263

“이명박 잘 나간다더니 끝났군”…기피부서 발령, MB 인사 반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3343

〈이명박 전 대통령 단독 인터뷰〉
“인정하자, 보수는 참패했다” 이명박, 13년만에 처음 입 열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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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말 하니까 눈물이 다 나네” MB 울린 ‘한반도 대운하’ 좌절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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