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회 SOOP리그 초대 우승자 송지훈 9단 “세계대회 우승이 목표” [쿠키인터뷰]

이영재 2026. 4. 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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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회 SOOP리그 우승자 송지훈 9단 인터뷰
랭킹 10위권 진입…“마음가짐 달라진 게 비결”
4월 한국 바둑 랭킹 10위에 오른 송지훈 9단. 소소회 SOOP리그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이영재 기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저는 익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웃음). 언젠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선수이니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송지훈 9단)

요즘 바둑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사 중 한 명인 송지훈 9단(1998년생)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겸손과 자신감이 묘하게 공존하는 이 한 마디 안에, 그의 바둑 인생이 함축돼 있다.

송 9단은 최근 소소회 SOOP리그 첫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압도적인 랭킹 차이를 감안하면 당연한 우승으로 보이기도 한다. 송 9단은 이번 4월 랭킹에서 두 계단 상승해 입단 후 처음으로 10위에 올랐다. 언뜻 체급이 맞지 않아 보이는데, 그럼에도 소소회 SOOP리그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제가 바둑리그도 뛰고 있고, 국가대표도 하고 있다 보니, 처음에는 어린 기사들이 서로 경쟁하고 상금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가를 고사했다는 송 9단은 소소회 임원진의 요청에 마음을 돌렸다. 출전 인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열리는 소소회 SOOP리그를 지원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매주 월~화요일 오후 8시에 대국이 시작되는 만큼 쉽지 않은 강행군이었다. 송 9단은 “오후에 시합을 두고 밤에 또 소소회 SOOP리그를 둔 적도 있었다. 체력적 부담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랭킹은 제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바둑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위기도 많았고, 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판이 있었다.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한국 랭킹 TOP10 진입…달라진 비결은 ‘마음가짐’

송지훈 9단은 바둑리그를 비롯해 다수의 기전에서 활약하면서 TOP10 진입에 성공, 바야흐로 상위 랭커 반열에 올라섰다. 2015년 1월 제134회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가 된 이후 11년 만에 정상권을 노크하고 있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점을 비결로 꼽은 송 9단은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면 성적이 자연스레 향상된다”면서 “어차피 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송 9단은 “자신감을 갖고 제 바둑을 두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송 9단의 기풍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두터운 공격형’이다. 6살부터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운 송 9단은 어릴 때부터 대국과 복기, 그리고 사활문제 풀이를 즐겼다. 이는 중국 바둑 레전드이자 ‘철의 수문장’으로 불린 고(故) 녜웨이핑 9단이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바둑 실력이 느는 비결’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저는 홍성지 9단이나 박정환 9단과 같은 결이 좋은 바둑과 거리가 멀다”고 정의한 송 9단은 “한 수 한 수 쥐어짜 내며 치열하게 정답을 찾아가는 바둑”이라고 본인의 기풍을 정의했다. 층이 두텁다는 얘기를 듣는 중국 바둑과도 비교했다. 송 9단은 “중국 기사들이 80점짜리 수를 빠르게 두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100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과거 이세돌 9단의 발언도 소개했다. 송지훈 9단은 입단 무렵부터 언제나 존경하는 기사로 이세돌 9단을 첫손에 꼽는다. 송 9단은 “예전에 이세돌 9단은 중국 기사들이 80점짜리 수를 빠르게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둑을 계속 둔다면 어느 정도 선까지는 올라갈 수 있겠지만 절대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다고 얘기했다”면서 “저 역시 어떨 때는 마이너스를 두더라도 결국 100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바둑을 추구한다. 그게 제 바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 입단 전 지도사범에게 “단점을 보완하려 하지 말고, 장점을 극대화하라”는 조언을 들었던 송 9단은 지금도 두텁게 판을 짠 이후 공격에 나서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리 위주의 포석도 시도해봤지만 역시 잘 맞지 않았다”는 송 9단은 “역시 두텁게 두고 공격하는 스타일이 저와 가장 잘 맞는다. 다만 매번 같은 바둑을 두면 상대에게 읽힐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지훈 9단이 가장 존경하는 기사로 꼽는 이세돌 9단의 저서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영재 기자

송 9단은 대학교에서 바둑 보급을 맡았던 경험, 소소회 회장을 역임하며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한국기원 ‘바둑발전기금 TF’에서 활동하며 젊은 프로기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MBTI로 치면 ‘I 성향’이 강한 기사들이 많아 대부분 수동적”이라고 짚은 송 9단은 “바둑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내가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프로기사들의 의상과 인터뷰 방식 등에 대한 의견도 개진했다. 송 9단은 “최근 여자 기사들 시합이 많아지고 상금도 증액되고 있다”면서 “여자 기사들이 방송 대국을 할 때 의상에 신경을 쓰고, 메이크업을 받는다거나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 개막식 때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했던 그런 모든 부분이 쌓이고 쌓여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송 9단은 “남자 기사들도 바둑을 두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도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면서 “인터뷰를 하면 솔직히 다 똑같지 않나. 질문도 비슷하고 답변도 비슷하다. 박정환 9단과 같은 스타일로 다들 겸손하게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그게 미덕이고 예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저도 요즘은 솔직하게 인터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제 얘기를 들었을 때 불편한 사람이 있더라도 솔직한 제 마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5년 후, 혹은 10년 후 송지훈 9단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송 9단은 “아마 지금처럼 바둑 공부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지낼 것 같다”면서도 “그때쯤이면 세계대회 우승 트로피가 하나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송 9단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저는 익으려면 한참 멀었다(웃음)”면서 “언젠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선수이기 때문에 항상 관심 가지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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