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방미에 찬물…주미 英대사 “미국과 특별한 관계는 이스라엘”

이근평 2026. 4. 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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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특별한 관계인 나라가 (영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진단이 영국의 대미 외교 최전선에서 나왔다. 마침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으로 기대한 양국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가든파티에 참석해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대사와 함께 서 있다.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대사는 지난 2월 워싱턴을 방문한 영국 학생들과의 행사에서 미·영 간의 ‘특별한 관계’라는 표현에 대해 “향수에 젖어있고 과거 지향적이며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해당 표현은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2차 세계대전 직후 만들었다. 영국 전후 외교의 자산을 상징해왔다.

터너 대사는 이어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나라가 하나 있다면 그건 아마 이스라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영이 안보 측면에서 깊게 얽혀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영국과 유럽은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할 게 아니라 국방 분야 등에서 양국 관계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언 시점이 주목할 만하다. FT는 터너 대사의 발언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감행하기 몇 주 전에 나왔다고 짚었다. 이후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미·영이 온도차를 드러내며 양국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영국이 이란 전쟁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찰스 3세 국왕의 방미 일정과 맞물리며 더 큰 외교적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입장에서는 왕실 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 균열을 봉합하려는 시기에 악재를 맞았다.

찰스 3세 국왕은 28일 미 의회 연설에서 “두 나라가 수 세기에 걸쳐 구축해 온 동맹은 진정으로 독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동맹은 유럽과 미국이라는 두 축에 기반을 둔 ‘대서양 파트너십’의 일부”라며 “그 파트너십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대사(가운데)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엡스타인·스타머 리더십까지 건들다


터너 대사는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 스캔들이 영국 왕실의 고위 인사, 주미 영국대사, 심지어 총리(키어 스타머)까지 흔들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사실상 아무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양국 정치 시스템의 책임성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터너 대사는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 위기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평가를 했다. 만델슨 전 대사의 임명과 해임 논란을 놓고선 “스타머 총리의 임기를 끝낼 뻔한 위기였다”고 말했다. 또 노동당이 5월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할 경우 당내에서 스타머 총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고위 외교관이 현직 총리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영국 외무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외무부 대변인은 해당 발언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적이고 비공식적인 발언일 뿐”이라며 “영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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