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금지 파장-①] 외국선 1사 1상장…핵심자산 집중해 기업가치 제고

양용비 기자 2026. 4.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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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필요한 조치"…투자자 보호 효과 명확

[※편집자주 = 정부가 '중복상장 불허' 입장을 고수하면서 자회사 IPO를 주된 자금조달 및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활용했던 산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향후 밸류업 기조가 확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하게 형성돼 있지만, 연착륙을 위해선 부작용에 대한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중복상장 금지 조치가 가져올 변화를 총 3편에 걸쳐 송고합니다.]

금융위,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6.4.16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복상장 금지'가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단순히 기업의 자본 조달 방식을 규제하는 차원을 넘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모회사 밸류에이션 훼손…소액주주 외면하는 물적분할

중복상장 금지 논의가 본격화된 배경에는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로 상장할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알짜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잃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모회사의 가치를 자회사 지분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지주사 할인'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9월 일어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이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하고, 이후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신설법인 주식을 모회사가 100% 소유한다. 때문에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

당시 LG화학 소액주주들은 껍데기만 남은 회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했는데 정작 배터리 사업이 빠져나가 석유화학 기업으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도 핵심 사업부를 연쇄적으로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대표적인 기업이다.핀테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카카오페이를 설립, 상장했다. 카카오게임즈도 게임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자회사로 키운 뒤 상장한 케이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핵심 자산이 빠져나간 모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며 "핵심 자산을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 입장에선 중복상장이 주주 가치를 현저히 낮추는 핵심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자회사 이익, 모회사에 귀속…1사 1상장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는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의 경우 수백 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거대 기업이어도 모회사 한 곳만 상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회사의 이익이 모회사의 가치로 온전히 귀속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중복상장이 드문 이유는 제도로 강제하기보다 시장의 압력과 강력한 주주 보호 문화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유튜브, 웨이모(자율주행), 딥마인드(AI) 등 수많은 유망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장된 주식은 모회사인 알파벳 하나뿐이다. 최근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알파벳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도 이같은 일관된 지배구조와 핵심 자산의 집중도가 매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성장의 핵심 동력인 클라우드 서비스 AWS(Amazon Web Service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1위 사업자다. 별도 상장 시 엄청난 몸값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아마존의 사업부로 남아있다.

메타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했을 때도 이들을 별도 상장시키지 않고 메타 플랫폼스라는 하나의 법인 아래 묶었다.

시장에서는 중복상장 금지 논의가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복상장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보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금지는 우리 증시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며 "투자자 보호 효과가 명확한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byang@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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