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돈 더 받는 오사카 라멘집, 직접 가봤습니다

김용국 2026. 4. 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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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의 오사카 생존기] 일본에서 논쟁 중인 오버투어리즘 ① 이중가격제 어떻게 봐야 할까

도톤보리, 글리코상, 타코야키, 유니버설스튜디오, 우메다, 난바.... 오사카,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오사카라는 지명 뒤에 무슨 말이 가장 어울릴지 AI에게 물었더니 '여행'이라고 답을 합니다. 여기, 오사카 여행이 아닌 오사카살이를 시작한 특이한 중년 남성이 있습니다. 마천루가 즐비하고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불빛을 자랑하는 오사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두리에서 오사카 주민으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독거 일기를 시작합니다. 반년간 펼쳐질 좌충우돌, 실수 만발 오사카 생존기를 시작합니다. <기자말>

[김용국 기자]

 일본 오사카의 라멘 가게
ⓒ 김용국
올해 초 일본 오사카에서 유명한 한 라멘 가게가 구설에 올랐다. 맛이나 서비스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이중가격제 때문이었다.

발단이 된 건 이 라멘 가게가 "중국인이 가게에서 트러블을 일으켜서 앞으로는 중국인을 출입 금지하려고 한다"며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이었다. 그런데 라멘의 일본어 메뉴 가격과 외국어 메뉴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중국인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외국인 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중국과 한국 등 해외에서는 이 가게를 성토했다. 점주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차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도대체 어떤 가게이길래 이런 구설에 올랐는지 직접 찾아가 봤다.
 해당 라멘집은 전부 카운터석이었다. 주방을 바라보며 의자가 길게 한 줄로 놓여 있었다.
ⓒ 김용국
해당 라멘 가게는 관광객이 붐비는 오사카 지하철 난바역 입구에 있었다. 주말이라 주변은 인파로 가득했으나 가게 앞은 의외로 한산했다. 토요일 오후 5시 20분, 줄을 서리라 예상했지만 대기 없이 매장 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내부에 대기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식당은 전부 카운터석이었다. 주방을 바라보며 의자가 길게 한 줄로 놓여 있었고 일행끼리 따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석은 없었다. 그 뒤쪽에 손님들이 순서대로 대기하는 의자가 길게 놓여 있었다. 자리가 비면 대기 손님이 한 칸씩 앞으로 이동하고 자기 차례가 되면 발권 후 카운터석에 앉는 구조였다. 내 앞에는 이미 열댓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 메뉴판는 없고 대신 스프와 조미료 종류에 대한 안내, 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자만 있었다.
ⓒ 김용국
안내 직원은 한 명뿐이었다. 혼자서 대기 손님 이동, 자리 안내와 식당 외부 고객 응대 등을 전부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말을 붙일 여유도 없어 보였다. 가게 안에는 메뉴판도 없었고, 어디에도 메뉴나 가격 관련 설명이 없었다. 이중가격 논란 탓인지 손님 대부분은 일본인으로 보였다.

내 바로 뒤에는 20대 일본인 남성 일행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추천 메뉴가 있느냐"고 물어보자, "토핑만 다를 뿐 기본 베이스는 같다"며 답변 대신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그중 한 명에게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여기는 일본인과 외국인 가격이 다르다던데요"라고 물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일본어 메뉴로 입력하면 될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발권기 첫 화면은 전부 일본어 설명
 라멘 가게 발권기 첫 화면은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외국인이라면 화면 맨 아래쪽에 적혀 있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유튜브 캡처
30분 정도 지나자 직원이 발권기에서 메뉴를 주문하라고 안내했다. 이제 이중가격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발권기는 혼자 서서 화면을 보고 주문하는 구조였는데 첫 화면에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외국인이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였다. 십중팔구 화면 아래에 적혀 있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 중 하나를 선택하기 쉬운, 아니 일본어를 모른다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발권기 중앙에는 일본어로 주문할 수 있는 사람이 적혀 있었다.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① 일본 거주 & 일본어를 아는 사람
② 일본 국적 & 일본말을 하는 사람

문구대로 해석하자면, 일본어를 이해하더라도 일본인이 아니거나 일본에 거주하지 않는 단순 관광객은 자국어로 주문하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 밑에는 "다른 언어를 선택하는 경우 상품 종류와 가격이 다릅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이 모든 것이 일본어로 적혀 있으니 외국 여행객들은 그런 사정을 알 도리가 없다.

한국어 메뉴를 선택해 봤다. 거의 모든 메뉴가 2000엔대였다. 뒤에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어 하나씩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일본 라멘치고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초기화면으로 돌아가서 일본 메뉴를 선택했다. 가격대가 갑자기 1000엔대로 떨어졌다. 가게 추천 메뉴를 곱빼기로 주문해 봤다. 1460엔(1만 3500원)이 나왔다. 일본어를 몰랐다면 이보다 1000엔 정도는 더 냈어야 한다.

고기나 파 등 토핑 없이 기본 라멘만 주문하면 세금 포함 900엔대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어 등으로 주문했을 땐 1500엔 정도가 된다. 얼핏 보아도 일본어 메뉴와 외국어 메뉴는 적어도 500엔, 많게는 1000엔 이상 차이가 났다. 게다가 일본어 메뉴에 있는 면의 단단함 정도, 국물의 농도, 기름의 양 조절 등을 선택하는 과정이 외국어 메뉴에는 없었다.
 라멘 가게 앞에 놓인 패스트 패스 안내 입간판. 직원에게 물어보니 1인당 500엔을 더 내면 대기 없이 바로 주문과 입장이 가능했다.
ⓒ 김용국
대기 줄이 거의 없었는데도 주문까지 50분 걸렸다. 그사이 대기 줄에 없던 남성 2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들은 발권 후 곧바로 카운터석에 앉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패스트 패스'라고 했다. 1인당 500엔(4600원)을 더 내면 대기 없이 바로 주문과 입장이 가능했다. 놀이공원 패스트 트랙이 라멘집에도 있을 줄 몰랐다. 일본인 지인에게 물었더니 "일본 라멘집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라멘은 차슈와 반숙 계란, 시금치, 김이 토핑으로 나왔다. 반찬은 없고 탁자에 소스 몇가지만 놓여 있다.국물맛을 보니 짠맛이 아주 강했다.
ⓒ 김용국
자리를 안내 받고 라멘이 나오기까지 1시간 걸렸다. 라멘은 차슈와 반숙 계란, 시금치, 김이 토핑으로 나왔다. 반찬은 없고 탁자에 소스 몇가지만 놓여 있다. 라멘은 짠맛이 아주 강했다. 한국에서도 어지간히 맵고 짠 맛에는 반응하지 않는 내가 짜게 느낄 정도라면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바삐 움직이는 직원에게 "일본어 메뉴와 외국어 메뉴는 맛과 가격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짧게 답한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점주가 이중가격에 대해 유튜브에서 해명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스페셜과 프리미엄만 제공하고 있다"며 "종류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언어만 다를 뿐 동일한 메뉴로 구성된 라멘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가게를 나온 오후 6시 30분경 바깥에선 본격적으로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금발 여성 2명이 눈에 띌 뿐 외국 관광객은 많지 않아 보였다. 서른 명 이상이 대기 중인데 이제 줄을 선다면 라멘을 먹기까지 2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였다.

일본 라멘을 여러 군데서 먹어봤지만, 여기가 이 정도로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의 맛집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중가격제로 외국인에게 돈을 더 받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연초에 중국인이 화를 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오후 6시 30분경 라멘 가게 바깥에선 본격적으로 긴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 김용국
'차별' 아닌 '구별'이라지만

유튜브를 확인해 보니 해당 라멘 가게 점주의 의중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점주는 논란을 의식한 듯 이중가격에 대해 몇 차례 영상을 올렸다. 그는 "가게마다 룰이 있다. 우리 가게의 룰은 일본인 퍼스트 정책"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 외국인은 회전율이 떨어진다. ▲ 음식을 늦게 먹는다. ▲ 응대에 어려움이 있다. ▲ 입맛을 맞추기가 어렵다. ▲ 코로나 시대 등 어려울 때 도와준 건 외국인이 아닌 일본인이었다. 따라서 일본인을 우선시하기 위해 외국인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프리미엄급 맞춤형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가격을 달리 책정했다는 말과는 모순된 주장처럼 들렸다.

점주는 "외국에서도 이중가격은 드문 일이 아니고 법률 위반이 아니다"라며 "이번 문제로 인하여 더 이상 외국인이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점주는 이중가격이 "차별이 아닌 구별"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일본인, 그다음으로 일본과 관계되는 사람'을 우선할 뿐 "모든 손님을 전부 소중히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차별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통문화 중에 '오모테나시'가 있다. 최선을 다해 손님을 대접하고 환대한다는 뜻이다. 오모테나시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관광객들은 안 와도 그만'이라는 식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것도 한 해 4000만 명 이상을 관광객으로 받는 나라에서.

의외인 것은 적지 않은 일본인이 점주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곳이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이중가격을 포함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고 정부 차원의 대책도 나오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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