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잘하니 김용남” “지역사람 유의동” “조국이 열심히 해” [평택을 민심]

경기도 최남단에 위치한 평택시가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인구 61만명의 평택, 그 중에서도 재선거가 치러지는 평택을은 삼성전자 등 세계적 반도체 벨트의 중심지인 고덕국제신도시가 새롭게 부상하지만 전통적 농촌 부락 또한 건재한 도·농 복합 지역이다.
토박이와 외지인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지역인 만큼 여야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후보가 난립하며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유의동 국민의힘, 조국 조국혁신당, 김재연 진보당,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 등 5파전이 성사됐다. 대혼전 속에 각개전투가 시작된 평택을을 중앙일보가 28일 찾았다.



후보 난립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안중읍에 사는 진모(76)씨는 “평택이 핫바지도 아니고, 뭐 때문에 다 평택으로 몰려와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혀를 찼다. 이러한 민심은 평택을에서 3선(19~21대)을 지낸 유의동 후보를 향한 지지로 이어지기도 했다. 평택에서 20년을 거주했다는 팽성시장 상인 이정애(78)씨는 “이번 선거는 무조건 유의동이다. 평택 사람이고 인성도 좋다”고 했다. 이날 유 후보가 ‘평생을 평택에서’라고 쓰인 빨간 점퍼를 입고 팽성시장을 돌 때는 “지역사람!”, “지역에 잘해야지”란 응원이 터져 나왔다.
반면 전국적 관심지로 떠오른 걸 환영하는 여론도 상당했다. 팽성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김모(61)씨는 “평택이 갑자기 핫해져서 당황스럽다”면서도 “큰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지역 발전에 도움되고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중읍에 10년 살았다는 김재우(80)씨는 “이놈 저놈 무주공산으로 여기고 평택으로 온다”면서도 “그래도 국무총리까지 한 황교안에게 한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안중읍으로 전입한 조국 후보가 이날 오전 하얀 점퍼를 입고 안중 아파트 단지 인근 상가를 일일이 돌며 “저 안중으로 이사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자 반기는 시민도 많았다. 휴대전화 판매점장 김선영(35)씨는 “출마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는데 가게를 찾아온 건 조국이 처음”이라며 “발로 뛰는 모습이 감동”이라고 했다. 만둣가게 사장 박점이(68)씨는 “항상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민주당 공천이 늦는 새에 조국이 일찍 와 열심히 해서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고 했다.
전날 유력 후보 중 가장 늦게 공천이 확정된 김용남 후보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과 연결지어 기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중읍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서정(73)씨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잘해서 용남이를 찍어줄 것”이고 했다. 수원시 출신이어서 아직 김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집권 여당 간판을 주목하는 시민이 많은 것이다.

유권자의 호불호가 엇갈리듯 평택을 초반 선거 분위기는 초박빙이었다. 프레시안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5~26일 만 18세 이상 평택을 주민 7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김용남 21.4%, 유의동 21.2%, 조국 23.4%, 김재연 9.4%, 황교안 12.0%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석학교수는 “상위 세 명 중 누가 최종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접전 상황”이라며 “심지어 김재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도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농촌 선거구였던 평택을이 신도시 개발로 외부 유입 인구가 많아지며 유권자 특성이 다양해졌다”며 “도시와 농촌, 토착민과 외부 유입 세력 사이 표심이 갈리며 굉장한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초접전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실제 벌써부터 범여권 지지층에선 “조국도 좋은 사람이고, 김재연도 근로자 많은 평택에서 만만치 않다”며 “셋(김용남·조국·김재연)이 통합을 안 하면 유의동이 된다. 김용남과 조국이 힘을 합해야 한다”(서정씨)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범여권은 단일화에 일단 선을 그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28일 SBS 라디오에서 “이제 김용남 후보 공천 결정을 했는데 무슨 단일화 얘기를 하겠느냐”며 “지금 단일화 관련 얘기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국 후보도 이날 평택 소상공인연합회장 방문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인위적 단일화는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용남 후보는 YTN 라디오에서 “처음부터 단일화가 목적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꽤 보이게 되면 본격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현우 교수는 “김재연 후보가 본인 색을 선명히 해서 끝까지 남아 정당 존재감을 높이기로 한다면 민주당과 혁신당이 연대해도 여권표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후보가 경로당과 교회를 중심으로 일찍부터 표심을 다진 건 보수 진영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팽성시장 인근 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아무래도 교인에게 마음이 가는데 황 후보가 교회를 59년 다녔다더라”고 긍정 평가했다.
고덕신도시의 핵심 현안인 고속철도(KTX) 경기 남부역 신설을 둘러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조국 후보가 “KTX 경기 남부역 신설의 해법 중 하나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이 사업을 광역교통 개선 대책에 정식으로 재포함시키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 유의동 후보가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되는 철도는 광역교통법에 따른 ‘광역철도’만 가능하다”며 “KTX는 ‘고속철도’로 계획이 담기는 바구니가 다르다”고 지적한 게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고덕에서 만난 시민들은 교통 현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복진(36)씨는 “심각한 교통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유튜브에서 김재연 후보 영상을 봤는데, KTX역 문제 해결 공약이 구체적이더라”고 관심을 보였다.

평택=김나한·양수민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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