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인정한 터프가이… 삼성전자 노조에도 돌직구

굵직한 현안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할 말은 하는’ 돌직구 발언이 화제다. 미국 관세 협상부터 중동 전쟁,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예고까지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터프가이’ 면모로 대중의 눈길을 끌면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도 에두르지 않는 그의 작심 발언은 이재명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장관은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그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런 엄중한 상황에 파업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며 경고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의 직격탄은 대미 투자 협상 과정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그는 “미국은 돈 한 푼 안 내는데 수익 배분은 5대 5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사상 첫 수출 7000억 달러 달성, ‘가짜 일 줄이기’ 등 공직사회 혁신 노력은 김 장관의 대표 성과로 꼽힌다. 시원하게 말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이지만 한계는 있다. 반도체 호황 뒤에 가려진 산업 양극화 심화, 석유 최고가격제 등 시장 통제 정책의 모순은 그의 ‘사이다 발언’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로 거론된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입체적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요직과 한국은행 등을 두루 거친 경제 관료였던 그는 2018년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부문장(CMO)과 사장 등을 지냈다.
공직 사회와 시장의 생리를 모두 경험한 그의 이력은 업무 스타일에도 단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적장(러트닉 미 상무장관)에 밀리면 안 되겠다 싶어 책상을 치며 덤볐다”라는 일화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매우 터프한 협상가’라는 평가에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분(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가문의 영광”이라고 응수한 대목은 그의 실리주의적 협상관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노사 문제에서도 이런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전자 노조가 천문학적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자 김 장관은 “역대급 이익이 났다고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결실을 나누면 끝나는 일인지 묻고 싶다”며 대승적 타협을 촉구했다. 중동 전쟁 이후 기름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도 “가격을 정부가 컨트롤하는 건 마뜩잖은 대책이지만 초유의 비상 상황이라 불가피했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김 장관의 행보에는 행운이 뒤따른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관세 부과라는 파고를 넘는 과정에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란 호재가 뒤를 든든히 받쳐줬다. 인공지능(AI)발 수요 폭증으로 지난해 사상 첫 연간 7000억 달러 수출 시대를 열었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이 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조직 축소 위기도 겪었다. 분위기 쇄신을 겸해 김 장관이 신설한 산업자원안보실은 최근 중동발 에너지 수급 위기 국면에서 강력한 자원이 됐다. 산업자원안보실은 석유·가스 등 자원 분야와 핵심 광물 등 산업 공급망, 무역 안보 등 제각기 흩어졌던 기능을 통합 관리한다. 이 조직은 중동 전쟁 이후 대체 원유 확보, 최고가격제 시행 등 발 빠른 정책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김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전체 수출을 반도체가 견인하는 사이 한국 경제의 뼈대를 지탱하는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주력 산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관치 논란도 김 장관이 짊어진 짐이다. 시장 경제를 가장 잘 이해해야 할 기업인 출신 장관이 가격 통제의 총대를 멨다는 점에서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은 넘어야 할 숙제다.
반도체 기업의 역대급 실적이 촉발한 노사 성과급 갈등과 노란봉투법 등 노동 이슈에서도 산업 정책 수장인 김 장관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장관은 사석에서 “고용자는 고용자로서, 사용자는 사용자로서 각자 부담을 지고 정상적인 고용 형태를 가져가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전례 없는 복합 위기 속에서 김 장관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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