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장기 교착' 우려 속 트럼프, "이란 정신차려라" 압박

강태화, 전민구 2026. 4. 2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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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트루스소셜 캡처


이란 전쟁이 두달을 넘기고 있지만, 호르무즈해협과 이란의 핵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장기 교착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본인이 총기를 들고 있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와 함께 “이란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비핵 협정을 어떻게 체결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빨리 정신 차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른 게시물에서 “이란이 방금 우리에게 그들이 ‘붕괴 상태’(State of Collapse)에 처해 있다고 알려왔다”며 “그들은 지도부 상황 해결을 시도하면서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입장을 전달한 주체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쟁 장기화로 정치적 부담이 가중하는 상황 속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을 가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지시간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환영 행사에 참석해 찰스 3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8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4~27일 미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0%p)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4%를 기록하며 15~20일 조사(36%)에 비해 2%P 하락했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당시 지지율은 47%였다.

지난 28일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도 합의도 없는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과 관련 “이 같은 교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경우 미국은 중동에 대규모 병력을 장기 주둔시켜야 하고,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맞선 역봉쇄 조치 역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일,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속에서, 이란의 신임 최고 지도자 모지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실린 광고판 근처를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참모 5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군사 공격을 감행할지, 아니면 대이란 ‘최대 압박’ 제재의 효과를 지켜볼지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참모에게 “이란 지도부에 통하는 건 오직 폭탄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참모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을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원과 잭 킨 전 육군 대장,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 등 행정부 밖 강경파들과도 접촉하며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군사행동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27일 엑스(X)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국가와 세계의 이익을 위해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라. 문제는 이란 정권과 그들의 행동이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이란의 최근 제안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란 내 강경파에 대한 숙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마크 티센의 칼럼을 인용한 뒤 “정말 맞는 말”이라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지난 27일 국가안보팀 회의를 열고 이란이 제안한 ‘중간 합의’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이란이 제안한 협상안은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는 대신 핵 프로그램 등 복잡한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미루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현지시간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도서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이란은 푸틴 대통령과의 접견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핵 협상 등을 미루는 내용의 '중간 합의안'을 미국에 제안했다. 연합뉴스


다만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핵 문제를 모든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워왔던 만큼 핵 협상을 사실상 뒤로 미루는 내용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와 동맹국들이 제재를 통해 이란이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이런 조치가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란 역시 전쟁에 대비하며 미국의 압박에 정면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미르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전날 자국 국영방송에 출연해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표적 목록을 새롭게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들이 조국을 다시 침략해온다면 이란과 이란군은 새로운 무기와 방법으로 새 전장에서 맞설 것”이라며 “전쟁이 멈추고 전장에서 휴전과 침묵이 흐른 날 이후에도 전시와 같은 신중함으로 훈련을 계속하고 목표를 갱신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지도부가 구심점을 잃어 분열하고 있다는 서방 세계의 추측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강경 노선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전민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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