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영의 마음 읽기] 늑구를 향한 마음

늑대가 돌아왔다. 제 발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원래 있던 곳으로 귀환했다. 죽거나 죽이지 않고 살아서 무사히. 그곳을 원래 늑대가 있어야 할 곳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다행한 일이었다. 흙을 파고 동물원을 탈출해 다시 돌아오기까지 아흐레. 그 사이 ‘늑구’는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다른 동물들처럼 사살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늑구맵으로 위치를 공유하는가 하면, 각종 밈과 더불어 합성 이미지가 돌기도 했다. 늑구 얼굴을 딴 빵이 출시되고, 늑구라는 이름의 SNS 계정과 가상화폐까지 등장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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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구 빵에 가상화폐까지 등장
관심과 애정인가 감정 소비인가
늑구는 현상 아닌 질문이 되어야
」

동물원이나 사설 농장에서 탈출 동물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같은 동물원 출신의 사살된 푸마 ‘뽀롱이’뿐 아니라, 포천 산림동물원에서 달아났다가 인근 숲에서 사살된 암컷 늑대 ‘아리’. 차들과 나란히 도로를 달리던 타조와, 주택가 골목을 뛰어다니던 얼룩말과, 식당에 난입한 코끼리까지. 그때마다 사람들은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를 좋아했다.
처음 늑구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책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과 지브리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늑대 이미지를 떠올렸다.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책은 한 시절 옆에 끼고 성경처럼 읽었고, 알래스카 전설 속의 늑대 여인에 영감을 받아 ‘늑대가 왔다’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었다. 나에게 늑대는 야성과 야생성, 신화와 전설, 생명과 공존을 떠올리는 존재였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늑대가 영영 잡히지 않고 야생으로 돌아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쪽이었다.
그런데 늑구에 관련된 소식을 접하면서 궁금해졌다. 늑대 얼굴 빵을 출시하고 그걸 사 먹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늑구가 돌아온 후 공개된 사진을 보고 왜 음식을 그릇에 담아주지 않느냐 항의하는 마음은 또 무엇인가. 늑구 캐릭터와 굿즈를 바라는 마음과, 동물원에 직접 가서 늑구를 직접 보고자 하는 마음은 같은가 다른가. 어떤 존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마음은 어떻게 관찰과 소비의 태도로 변모하는가.
몇 해 전 호랑이를 보러 백두대간 수목원에 간 적이 있었다. 호랑이 울음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발밑에서부터 몸 구석구석까지 전달되던 그 울음소리. 그 짜릿한 울음소리를 다시 느껴볼 수 있다면. 갑자기 떠난 길이었다. 겨울이었고 눈 덮인 산길이 꽤 험했다. 호랑이를 만나려는 데 이 정도 수고는 해야지 했다. 인근 숙소에서 자고 아침 일찍 호랑이숲으로 가 한나절을 꼬박 보내다 왔다. 과연 호랑이는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 두려움이 교감 같은 거라 믿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겨울이었지만 관람객이 꽤 되었다. 꽃 피는 계절이 아니었으니 대부분의 목적은 호랑이. 그중에는 매일 출근하듯 와서 영상을 찍어 올리는 이도 있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무궁이 태범이 팬클럽 회원도 있었다. 호랑이숲 방사장에 도착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어흥 해봐 어흥’이었다. 자연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면 덜덜 떨었을 나약한 인간들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의기양양 어흥 해봐 어흥.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 또한 그 소리 듣자고 그 먼 길을 혼자 운전해 갔던 게 아닌가.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뿐.
생각해보니 갈비뼈 사자로 유명해진 바람이를 보겠다고 청주동물원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늙고 병들고 다치고 구조된 동물들이 있는 ‘이상한 동물원’ ‘이상적인 모습의 동물원’에 대한 궁금함이었다고 변명해보지만, 귀환한 늑구를 보겠다고 동물원에 줄을 선 사람들이 가진 관심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일이었다.
늑구가 만들어낸 어떤 현상 혹은 여파들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늑구를 향한 내 마음은 무엇이었나. 동물원을 찾아간 마음은 무엇이었나. 동물에 대한 순수한 마음, 선한 마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나? 늑구를 향한 당신의 마음은 무엇이었나?
한 존재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눈길을 주고 마음을 주고,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일에 대해서도. 늑구에 대한 마음이 소비욕 관람욕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기를. 늑구는 현상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맺음에 관한 수많은 질문이 되어주기를.
천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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