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멈춰있는 배구 FA…선수도 구단도 운다

김효경 2026. 4. 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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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승주. [사진 흥국생명]

여자배구 표승주가 현역 복귀와 함께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21일 본지 단독 보도). 표승주는 1년 전 정관장 소속으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으나 미계약 선수가 돼 은퇴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지난 2월 표승주와 접촉해 컴백 의사를 확인했고, 이후 그가 뛰길 원하는 흥국생명과 삼각 협상을 진행했다. 표승주는 FA 시장이 열린 직후 정관장과 우선 재계약한 뒤 27일 트레이드 형식으로 흥국생명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정관장은 대신 흥국생명의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받고 2라운드 지명권을 건넸다.

같은 날 여자부에선 세 건의 트레이드 소식이 추가됐다. 존폐 위기에 놓인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와 이한비를 각각 도로공사와 현대건설로 보내며 현금을 받았다. 도로공사는 배유나를 현대건설에 내주는 대신 이수연을 데려왔다. 표승주까지 네 건 모두 FA로 먼저 계약한 뒤 이적하는 이른바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이다.

같은 절차를 거쳐 이적한 선수들은 모두 30대 베테랑들이다.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하락해 재계약이 쉽지 않은 데, 이적 절차는 더 까다롭다. FA 규정상 연봉 1억원이 넘는(A등급)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해당 선수 전년도 연봉의 200%+보상선수 또는 연봉의 300%를 원소속팀에 줘야 한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복잡한 거래다. 선수 연봉은 물론, 구단 간 보상 수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기가 힘든데 규정은 따라야 하니 구단들은 협상 과정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크고 작은 손해를 감수한다. 선수 또한 등 떠밀리듯 팀을 옮긴다.

이렇듯 비효율을 양산하는 FA 등급제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변별력이 사라진 등급 기준 재조정이 절실하다. 지난해 여자부 FA 선수 14명 중 무려 13명이 A등급이었다. 올해도 20명 중 15명이 ‘A’ 도장을 받았다. 지난 2018년 여자부 등급제를 처음 도입할 당시 정한 기준(1억원)을 8년 째 변동 없이 적용하는 게 문제다. 당시 14억원 수준이던 구단별 연봉 총합(샐러리캡)은 현재 두 배 가까운 27억원에 이른다.

세 번째 FA 자격을 얻거나 35세 이상인 선수는 연봉과 상관 없이 C등급으로 분류해 베테랑의 이적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야구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선수 의사와 상관 없이 무조건 FA 자격을 부여하는 현재 방식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선수에겐 권리이고 구단에겐 전력 보강의 기회인 FA가 서로에게 족쇄로 작용하는 현재 상황은 어떻게 바라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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