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은 로템, 로봇은 위아 그리고…
현대차그룹이 수익성이 높은 현대위아의 방산 사업을 현대로템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해 전반적인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열사별로 분산된 방산 역량을 통합해 전문성을 높이고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확보한 재원을 로봇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 투입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로템 수직계열화, 위아 미래 집중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방위 사업 부문의 매입과 매각을 각각 고려하고 있다.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지난 4월 16일 공시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미 거래가 성사될 경우 각 회사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위아 방산 부문은 1976년 창립과 함께 시작된 모태 사업이다. 방산 부문 매출은 2023년 2230억원에서 지난해 약 4000억원으로 확대되며 단기간에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전체의 5% 수준에 그치지만, 영업이익의 약 20%를 책임지는 고수익 사업으로 회사 실적을 지탱해온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이 이 사업을 떼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단기 손익보다 계열사별 역할 재정립을 우선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현대로템이 현대위아 방산 부문을 인수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지상 무기체계의 수직계열화’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와 장갑차 등 완성 체계를 맡고, 현대위아는 K2 전차 주포와 K9 자주포 포신 등 핵심 화포를 공급해왔다. 이번 인수가 이루어질 경우 현대로템은 핵심 화력 기술을 내부에 편입하게 된다.
여기에 현대위아가 보유한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대드론방어체계(ADS), 일부 해상 무기체계 역량까지 더해질 경우 현대로템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현대위아의 기술 확보를 통해 연구개발(R&D) 기반의 무기체계 다양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위아 입장에서 당장 수익성이 좋은 방산을 내주면 단기 실적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업계는 지난해 공작기계 사업 매각에 이어 이번 방산 매각 검토까지 한 흐름을 하나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해 7월 현대위아는 사모펀드 릴슨프라이빗에쿼티(릴슨PE)에 공작기계사업부를 3400억원에 넘겼다. 해당 사업을 정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올해 추가 매각에 나선 셈이다. 파편화된 사업군을 줄이고 로봇과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현대위아 공작기계 사업 매각 이후 확보한 자금은 현대위아의 미래 사업인 통합 열관리 시스템과 주차 로봇, 물류 로봇, 협동 로봇 등 로보틱스 사업 연구개발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매각 가격도 중요한 변수로 본다. 사업부 가치가 적정 수준 이상에서 평가돼야 현대위아 소액주주를 설득할 명분이 생기고, 확보한 실탄이 실제로 미래 사업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신증권은 현대위아 방산 부문의 가치를 산정 방식에 따라 최소 3700억원에서 최대 8800억원까지 추정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위아는 공작기계 사업 매각 이후 사업부 매각을 통한 추가 현금 마련이 가능하다”며 “적정 가치에 매각한다면 재원 확보와 신사업 투자 확대, 성과 가시화로 이어지는 기업가치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위아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재평가될 경우,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전략적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25.35%)와 기아(13.44%)가 주요 법인 주주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으로 1.95%를 보유 중이다. 향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직접 지배력 확보가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현대위아의 기업가치 상승은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로 평가된다.

방산·로봇·SDV 재배치 목표
이번 매각 검토는 현대위아 한 회사의 사업 조정으로만 보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마다 흩어져 있는 사업을 다시 배치하고, 비핵심 자산을 덜어내며, 미래 투자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큰 흐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피지컬 AI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전념하기 위한 ‘군살 빼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사업 재편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SDV,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수소 등 미래 축을 제시해왔지만, 모든 계열사가 여러 사업을 조금씩 들고 가는 방식으로는 속도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위아 방산을 현대로템으로 모으는 방안은 가장 실행 가능한 재편 카드다. 현대로템은 방산 전문성을 강화하고, 현대위아는 자동차부품과 열관리, 로봇에 힘을 싣는 식으로 역할을 또렷하게 나누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다른 계열사에서도 감지된다. 현대모비스는 램프와 범퍼 등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섰다. 현대모비스 램프사업부는 연매출 약 2조원 규모의 탄탄한 수익원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자산 매각이 아니라 미래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본다. SDV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 측면에서도 계열사 간 교통정리 가능성은 계속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 간 합병 시나리오에도 무게가 실린다. 두 회사의 결합은 ‘AI·소프트웨어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1년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하며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도입 계획과 맞물리며 인공지능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94%를 보유한 가운데 스마트 물류와 로보틱스 영역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다만 그룹 사업 재편 과정에서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는 소액주주와 시장을 설득할 명확한 논리다. 수익성 높은 사업을 떼어내는 현대위아 주주 입장에서는 재무적 손익만 놓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둘째는 조직과 인력 문제다. 매각이 구체화하면 인력 승계와 조직문화 융합은 피할 수 없는 실무 과제가 된다. 셋째는 사업 재편의 속도다. 너무 빠르면 내부 저항이 커지고, 너무 늦으면 시장 기대가 식는다.
주목할 점은 현대차그룹의 사업 재편 논의는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위한 큰 그림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로보틱스와 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만 50조5000억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이는 그룹의 투자 계획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업 재편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어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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