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산을 오른 검은 야수… 디펜더, 채석장을 달리다

김종철 2026. 4. 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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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 2026 데스티네이션 디펜더 드라이빙 체험기...진짜 오프로더는 무엇인가

[김종철 기자]

 JLR 코리아가 마련한 ‘2026 데스티네이션 디펜더 코리아’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진천 더 빌리지 캠핑장과 벨포레 모토 아레나 일대에서 진행됐다.
ⓒ 김종철
기자의 눈 앞엔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찼다. 지난 17일 충북 진천의 산자락은 이날 거대한 오프로드 무대로 바뀌어 있었다. 평소라면 덤프 트럭과 굴착기의 굉음이 어울릴 법한 채석장 한복판이다. 깎아낸 암벽은 그대로였고, 바위와 자갈로 만들어진 급 경사로, 널리 흩어져 있는 흙먼지와 물 웅덩이도 위험천만해 보였다. 자동차 시승장이라고 했지만, '모험'이라는 생각 뿐 이었다. 또 디펜더라는 차가 '왜 디펜더인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JLR코리아가 마련한 '2026 데스티네이션 디펜더 드라이빙 익스피어린스'는 단순한 시승 행사가 아니었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이 차가 여전히 오프로더의 상징으로 불리는지를 몸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도심에서 보는 디펜더는 고급 스포츠다목적차(SUV)에 가깝지만, 채석장 한복판에 선 디펜더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차체, 두툼한 타이어, 각진 차체 모습은 이 차가 애초에 포장 도로만을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날 가장 시선을 끈 모델은 단연 디펜더 옥타(OCTA) 블랙이었다. 나르비크라는 검은색을 두른 차체는 회색 암벽과 흙먼지 사이에서 더 강렬하게 드러났다. 단순히 검은색을 입힌 특별판이 아니었다. 디펜더 OCTA 블랙은 디펜더 패밀리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고급스러운 모델인 OCTA에 30개 이상의 블랙 익스테리어 디테일을 적용한 모델이다. 차량 범퍼부터 시작해 외관의 거의 모든 부분에 고급스런 검정을 입혔다. '터프 럭셔리'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외관만으로도 보여줬다.

굴착기 굉음 사라진 채석장 한복판에 서다
 충북 진천의 산자락은 이날 거대한 오프로드 무대로 바뀌어 있었다. 평소라면 덤프트럭과 굴착기의 굉음이 어울릴 법한 채석장 한복판. 깎아낸 암벽은 그대로 배경이 됐고, 바위와 자갈, 흙먼지와 급경사로가 디펜더를 시험하는 코스로 다시 짜였다.
ⓒ 김종철
본격적인 오프로드 코스에 들어섰다. 채석장을 활용한 첫 구간은 거친 자갈길이었다. 운전석에서는 바퀴 아래로 돌이 튀는 소리가 그대로 올라왔다.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듯 했지만, 디펜더는 허둥대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네 바퀴는 노면을 붙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어지는 거의 20도에 이르는 경사면 구간에서는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조수석 쪽 창문으로는 땅이 가까워졌고, 반대편으로는 하늘이 보였다.
이 장면에서 디펜더의 기술은 숫자가 아니라 감각으로 다가왔다. 디펜더 OCTA 블랙은 기존 디펜더보다 지상고를 28mm 높이고 스탠스를 68mm 넓혔다. 더 길고 견고한 위시본, 독특한 액티브 댐퍼, 유압식 인터링크와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은 오프로드에서 태연하게 움직이는 디펜더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열쇠들이다. 실제 이들 기술은 바퀴 하나가 들릴 정도의 급경사 험로 순간에도 차체의 균형을 잡아준다. 차가 길을 읽고, 바퀴가 지형을 움켜쥐는듯한 느낌이었다.
 오프로드 코스에서 디펜더는 노면이 바뀌면 차의 반응도 달라졌다. 자갈길에서는 미끄러짐을 줄이며 구동력을 잘게 나눴고, 진흙이 섞인 구간에서는 바퀴가 헛도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도강 능력도 뛰어났다. 무려 1m의 깊이에도 전혀 무리없이 빠져 나왔다.
ⓒ 김종철
급경사 구간에서는 앞유리 너머로 하늘만 보였다. 진행요원의 수신호에 맞춰 천천히 차를 밀어 올리자, 거대한 차체가 바위턱을 넘었다. 내려가는 길은 더 인상적이었다. 기자가 본능적으로 정지페달을 밟으려 하자, 조수석의 인스트럭터는 "밟을 필요 없다"고 했다. 글고 차량은 스스로 속도를 다스리며 움직였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모래, 진흙, 잔디, 자갈, 눈, 암석 등 다양한 노면 조건에 맞춰 차량 설정을 조정한다. 랜드로버 차량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여기에 차량 앞쪽 등에 위치한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지면을 화면으로 그대로 보여줘, 앞바퀴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오프로드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도 일종의 '보이지 않는 길잡이'가 붙은 셈이다.

물 웅덩이를 건너는 구간에서는 디펜더의 정체성이 더 분명해졌다. 물길 앞에서 잠시 멈춘 뒤 천천히 진입하자, 물살이 범퍼 주변으로 갈라졌다. 디펜더 일반 모델도 최고 90cm의 도강 능력을 갖췄지만, 디펜더 OCTA는 최고 1m까지 물을 건널 수 있다. 센서로 수심을 파악해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표시하는 웨이드 센싱 기능은 운전자가 물속 상황을 보다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채석장 물길을 빠져나온 검은 차체 위로 물방울과 흙먼지가 동시에 튀었다. 그 모습은 세차장보다 야전이 더 잘 어울리는 차라는 인상을 남겼다.

바위산을 넘나들던 디펜더, 거대한 SUV가 단 4초만에 시속 100 km
 디펜더 옥타 블랙은 V8 4.4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5kg·m를 낸다.
ⓒ JLR 코리아
하지만 이날의 체험은 오프로드에서 끝나지 않았다. 트랙 드라이빙 코스로 이동하자 디펜더는 또 다른 성격을 드러냈다. 앞서 바위와 흙길을 기어오르던 차가 포장 트랙에서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움직였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거대한 차체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디펜더 OCTA 블랙에 탑재된 4.4리터 V8 트윈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은 최고출력 635PS, 최대토크 76.5kg·m를 발휘한다. 다이내믹 런치 모드에서는 최대토크가 81.6kg·m까지 올라가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0초 만에 도달한다.
숫자로 보면 슈퍼 SUV에 가깝지만, 체감은 더 묵직했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각진 보닛 때문에 속도감은 더 크게 밀려왔다. 코너 진입 전 강하게 제동하자 전면 400mm 대구경 디스크와 6피스톤 모노블럭 알루미늄 브렘보 캘리퍼가 차체를 단단히 붙잡았다. 급격한 무게 이동에도 차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6D 다이내믹스 시스템은 온로드에서 피칭과 롤을 억제하고, 스티어링 반응은 디펜더 역사상 가장 빠른 조향비에 맞춰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바위산을 오르던 차가 트랙에서는 의외로 정교한 고성능 머신처럼 움직였다.
 디펜더 OCTA BLACK은 단순한 블랙 에디션이 아니다. JLR 코리아가 선보인 이 모델은 디펜더 라인업 최강 모델인 OCTA를 바탕으로 30개 이상의 외관 요소에 블랙 마감을 적용한 모델이다.
ⓒ JLR 코리아
스티어링 휠의 투명 시그니처 로고 버튼도 인상적이었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스티어링, 스로틀, 서스펜션 설정이 바뀌며 다이내믹 모드로 전환된다. 길게 누르면 디펜더 최초의 퍼포먼스 중심 오프로드 드라이빙 모드인 OCTA 모드가 활성화된다. OCTA 모드는 거친 노면에서 최적의 가속 성능을 끌어내는 오프로드 런치 모드와 함께, 모래와 자갈길에서 제동 성능을 높이는 전용 오프로드 ABS 캘리브레이션을 제공한다. 이 차가 단순히 힘만 센 SUV가 아니라,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계산해 만든 모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내는 거친 주행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디펜더 OCTA 블랙에는 에보니 컬러의 세미 아닐린 가죽과 크바드라트 소재가 적용됐다. 대시보드의 시그니처 크로스 카 빔은 새틴 블랙 파우더 코트로 마감됐고, 13.1인치 터치스크린은 차량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새롭게 추가된 운전자 주의 모니터는 안면 인식 카메라로 운전자의 시선을 감지해 경고를 제공한다. 거친 길을 달리는 차 안에 첨단 안전 기술과 고급 소재가 함께 들어와 있는 셈이다.

진짜 오프로더는 무엇인가
 JLR 코리아가 마련한 ‘2026 데스티네이션 디펜더 코리아’는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진천 더 빌리지 캠핑장과 벨포레 모토 아레나 일대에서 진행됐다.
ⓒ JLR 코리아
특히 바디 앤 소울 시트는 디펜더 OCTA만의 독특한 경험이었다. 15개 스피커를 갖춘 700W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오디오 신호를 활용해 저주파 베이스를 진동으로 바꿔주는 촉각 오디오 시스템이다. 음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다. 흙길과 트랙을 달린 뒤 실내에서 느껴지는 이 진동은 디펜더가 성능뿐 아니라 감각적 경험까지 브랜드의 일부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채석장과 트랙을 오간 이날의 디펜더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고급 SUV가 많아진 시대에, 진짜 오프로더란 무엇인가. 디펜더의 답은 명확했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첨단 인포테인먼트를 갖추되, 본질은 여전히 험로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위를 넘고, 물을 건너고, 트랙을 달리며 디펜더는 자신이 단지 도심의 과시용 SUV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채석장 바닥에는 굵은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그 자국은 이날 디펜더가 지나간 길이자, 랜드로버가 지키려는 브랜드의 방향처럼 보였다. 더 강하고, 더 고급스럽고, 더 빠르게 진화하되, 결국 가장 험한 길에서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는 차. 이날 디펜더 드라이빙 익스피어린스의 주인공은 그래서 단순한 신차가 아니었다. 검은 바위산 위에서 다시 깨어난, 디펜더라는 이름 그 자체였다.
 디펜더 옥타 블랙은 V8 4.4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해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5kg·m를 낸다.
ⓒ JLR 코리아
 진천의 먼지가 가라앉을 무렵, 채석장 코스에는 굵은 타이어 자국만 남았다. 디펜더가 지나간 흔적이었다.
ⓒ JLR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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