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아무 데서나 담배 피우는 아이들, 어찌하오리까

서부원 2026. 4. 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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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금연교육, 더는 학교에만 맡겨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서부원 기자]

 담배
ⓒ kofoed66 on Unsplash
어제는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 오더니, 오늘은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직접 연락이 왔다. 며칠 전에는 유치원에서 항의를 해와 전화기에 대고 머리를 조아린 적이 있다. 학교폭력과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부서인 학생부는 언제부턴가 학교마다 민원 창구 기능을 담당하는 '콜 센터'가 됐다.

이게 다 담배 때문이다. 등하굣길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피워대는 담배로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니 교사들이 나와서 직접 단속하라는 요구였다. 그들이 아이들의 학교를 특정할 수 있는 건 교복을 입어서다. 예전 같으면 눈치라도 봤겠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교복을 입은 채 담배 피우는 건 예삿일이 됐다.

또래들끼리 동네의 으슥한 곳에 숨어서 몰래 피우는 것도 옛말이다. 요즘엔 아파트의 놀이터나 쉼터, 버스를 타기 전 정류장 근처에서도 버젓이 피운다.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길을 걸어가면서 대놓고 담배 연기를 뿜는 아이도 드물지 않다. 경범죄로 단속당할 만한 일인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골초' 아이들은 왜 계도가 되지 않을까

전화기 너머의 하소연은 대동소이하다. 아무 데서나 담배 피우고 길바닥에 침을 찍찍 뱉는 그들의 되바라진 행동을 주민들이 보기 민망해하며, 동네 어린아이들이 따라 배울까 두렵다는 거다. 경찰에선 담배로 인해 산불이 날 위험이 크다는 또 다른 이유를 댔다. 학교가 야트막한 산으로 에워싸여 산을 넘어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 교육은, 거짓말을 조금만 보태면, 국영수 교과 수업만큼이나 잦다. 교육부 등에서 제공하는 영상 자료는 대사까지 다 외울 정도가 됐다. 학칙에 별도의 처벌 규정도 명시되어 있고, 생활교육위원회(생교위, 옛 선도위원회)를 개최하는 가장 흔한 '죄목'도 상습적 흡연이다.

당근과 채찍처럼 교육도 하고 처벌도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지금껏 그로 인해 '골초' 아이들이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계도에 아이들은 하품으로 반응하고,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담배를 사준다는 부모의 하소연 앞에선 처벌도 쉽지 않다.

공식 통계에선 10대 청소년의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질병관리청은 2025년 기준 남자 고등학생의 흡연율이 8.3%라고 발표했다. 통계대로라면 한 반에 2명 남짓에 불과하다는 건데, 아이들조차 수긍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전자 담배로 갈아탄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장담하건대 최소 15%는 넘는다고 본다.

담배를 시작하는 나이도 시나브로 내려가 이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처음 피웠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배웠다고 선선히 말해 주위에 충격을 줬다. 열 살도 되기 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건데, 더욱 놀라운 건 그의 부모조차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청소년은 담배를 살 수 없고, 그들에게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다. 부모가 사주는 거야 막을 길이 없겠지만, 그런 경우는 어디까지나 극소수다. 절도가 아니라면, 아이들이 담배를 구하는 통로는 오로지 두 갈래뿐이다. 남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부탁하거나 '선배'를 통하는 것. 한 '골초' 아이가 귀띔해 준 것이다.

생교위 때 더 추궁해 보면,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나 행색이 추레한 이들에게 접근해 대신 사달라고 부탁한다는 아이가 적지 않았다. 1만 원을 건넨 뒤 담뱃값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례비'라고 하면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만약 4500원짜리 담배라면, 그들에겐 5500원 벌이가 되는 셈이다.

물론, 가장 안전한 '조달처'는 '동네 선배'들이다. 그들은 담배를 매개로 선후배의 유대 관계를 강화한다. 그들이 함께 어울려 담배를 피우는 건, 서로 '원팀'임을 확인하는 의례 행위이기도 하다. 누군가 학교 밖 '선배'들과 친하게 지낸다면, 그들의 호주머니엔 담배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이고 관행화한 교육과 기껏해야 생활지도 수준의 미미한 처벌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교문만 나서도 '화수분 같은 공급처'가 도처에 널려 있는 마당에 아이들의 담배를 끊게 하는 건 어느새 학교 교육의 능력 밖의 일이 됐다. 한 동료 교사는 학교 내에서만은 피우지 말라고 훈계하는 게 금연 교육의 전부라고 토로했다.

금연 교육은 '오지랖'이 필요한 영역
▲ 담배 꽁초 
ⓒ julez97 on Unsplash
솔직히 10대 아이들의 흡연이 진정 걱정된다면,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해결해 달라고 부르대기보다 직접 그들에게 다가가 지도하는 게 맞다. 어른들이 보고도 모두 외면해 왔기에 아이들이 길을 걸으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해코지당하게 될까 봐 두렵다는 핑계는 그대로 방치하자는 말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교사도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학교 밖 청소년들에겐 그냥 '아저씨'일 뿐이다. 아직도 학생부장이라고 하면 비행 청소년들을 잡아다 일망타진하는 '강력계 형사'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오랫동안 학생부장 소임을 맡아오고 있지만, 덩치 큰 아이들 앞에서 몸을 움츠리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짝다리로 건들거리며 담배 피우는 그들을 맞닥뜨리면 솔직히 겁도 나지만, '해야 할 일'은 한다. 학생부장 교사이기 이전에 아이들의 눈에 '어른'이기 때문이다. 정작 그들의 비행 앞에선 나 몰라라 하면서, 돌아서선 말세라며 혀를 끌끌 차는 건 비겁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 앞에 어른으로서, 시쳇말로 '쪽팔린' 짓이다.

흔히 '요즘 아이들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고들 하지만, 그들을 '괴물'로 키워낸 건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다. 등하굣길에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는 아이들이 남이 아닌, 내 자녀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모두 나와는 상관없다며 외면하는 순간, 그들은 더욱 '기고만장'해질 것이다.

요컨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 교육은 '오지랖'이 필요한 영역이다. 더는 학교에만 맡겨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을 걱정한다면, 사회의 어른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는 결코 쓸데없는 '참견'이나 '꼰대 짓'이 아니며, 기성세대의 마땅한 도리이자 책무라고 생각한다.

어디 금연 교육만의 문제일까마는, 아이들의 생활지도는 손뼉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학교에선 스마트 기기 사용이 철저히 통제되지만, 집에선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한다. 학교 매점에선 탄산음료와 에너지음료를 몸에 해롭다며 팔지 않지만, 교문만 나서면 가게마다 지천이다.

학교에서 못 피우고, 못 쓰고, 못 마신 걸 스스로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아이들이 하교 후에 더 탐닉하는 거라는 분석도 있다. 교사는 하교 후 일상은 학교의 책임이 아니라며 학부모에 화살을 돌리고, 학부모는 학교의 생활지도가 허술하다며 교사의 무능을 탓한다. 그 틈바구니에서 방치된 아이들의 비행과 일탈은 나날이 대담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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