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기강’ 잡는 日장관 앞에서 코란 낭독한 기자의 의도[이세계도쿄]
“다문화 공생, 국민엔 다문화 강요”
외국인 토장 요구에 지역사회 갈등
전면금지 아니지만 허가·장소 제한
무슬림이 땅 사 묘지 신설 추진도

28일 일본 내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의 기자회견장에서 한 프리랜서 기자가 “참고하라”며 갑자기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낭독했다. 기자는 “다문화 공생이 ‘다문화를 강요하는 공생’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듣던 장관이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방송 영상에 담겼다. 각의(국무회의) 후 열린 오노다 기미 특명담당대신의 기자회견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과 함께 취임한 뒤 “외국인도 일본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규칙을 어기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한 프리랜서 기자는 오노다 장관에게 “현재 전국적으로 외국인과 일본의 전통문화와 관련한 마찰이 보도되고 있다”며 “실제로는 다문화 공생이 ‘국민에게 다문화를 강요하는 공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란의 일본어 번역을 조금 살펴보니 장관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구절이 있었다”며 장과 절을 특정하며 3개 구절을 차례로 읽었다.

기자가 읽은 구절은 ‘이 종교에는 강제가 없다’(제2장 256절),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 복종하라’(제4장 59절), ‘당신들에게는 당신들의 종교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종교가 있다’(제109장 6절)였다.
이들 구절을 두고 기자는 “요컨대 ‘다문화의 종교와 법을 존중하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인내를 강요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토장(고인을 땅에 묻는 장례 방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법을 정비하고 체류 외국인에게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정부가 나서서 토장을 금지하라’는 요구였다.
토장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묘지·매장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매장’을 시체를 땅속에 묻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토장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일 뿐이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는 조례와 운영 기준으로 토장을 제한하고 있다.
조례로 금지한 지역이 아니라고 산이나 들에 자유롭게 시신을 묻을 수는 없다. 매장할 수 있는 곳은 허가받은 묘지뿐이다. 실제로는 대부분 묘지가 자체 운영 규칙으로 ‘화장한 유골만 수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매장을 원해도 장소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토장을 하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매장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위생 문제나 주민 반대를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각 지역에 맡기고 있다.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으니 허용 여부는 지자체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토장 요구와 이를 둘러싼 갈등은 무슬림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토장을 요구하는 외국인 상당수가 동남아와 중동 출신 무슬림이다. 이슬람교는 화장을 금지한다. 프리랜서 기자가 갑자기 코란 구절을 꺼낸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는 코란을 읽은 이유에 대해 1980년대 초 방영한 NHK 드라마 ‘오싱’이 이슬람권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드라마에 공감했다면 공중도덕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일본인을 포함한 일본 내 이슬람교도는 적어도 40만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례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순조로워 보였지만 지역 주민 사이에서 지하수 오염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제동이 걸렸다. 정서적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다만 지자체는 법으로 금지된 사항이 아닌 만큼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 번에 묻는 시신의 수를 제한하거나 식수원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위치를 조정하는 등 조건부 타협안이 논의됐다. 공공 부지를 후보지로 선정하는 등 상황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는 듯도 했다. 하지만 2024년 8월 히지마치 지자체장(정장) 선거에서 토장 묘지 건설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아베 데쓰야 후보가 현직 정장을 큰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계획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취임 후 아베 신임 정장은 “공공 부지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히지마치는 지난해 3월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공공 부지를 매각하지 않기로 방침을 결정했다”며 “정장 선거 결과를 통해 히지마치에는 토장 묘지가 필요 없다는 민의가 드러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히지마치에서는 화장만 허용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라는 청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토장을 금지해달라는 요구다. 이 청원은 지난 3월 13일 마을 의회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다수 반대로 부결됐다. 이런 진정이나 청원이 부결되기는 세 번째라고 당시 오이타현 지역 방송 OBS가 설명했다.
이밖에 시즈오카현 등에서도 외국인 커뮤니티가 토장 구역 증설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지자체는 ‘화장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부 지침을 내세웠다.
오노다 장관은 “외국인도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을 기본적인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일본에서의 공생 사회의 축은 틀림없이 일본 문화”라며 “이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선이라고 늘 말씀드려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묘지 매장 등에 관한 법률은 후생노동성이 소관이므로 그쪽에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에 물으면 질문은 다시 되돌이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매장법은 토장을 금지하지 않고, 허용 여부는 지차체가 정하도록 돼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정권에서 외무상을 지낸 이와야 다케시 중의원 의원은 지난해 12월 슈에이샤 인터뷰에서 “지자체는 (토장 문제에 대해) 관할 부처인 후생노동성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권한은 지자체에 있으니 자체 판단하라’는 답변만 반복됐다”며 “문제는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벳푸 무슬림들이 토장 묘지 신설을 추진한 오이타현 히지마치가 이와야 의원의 지역구다. 이와야 의원은 “이번 사례는 우연히 제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전국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이 문제를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좀 더 관여해 달라는 건의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와야 의원은 일본 사회가 토장에 더 관대해져야 한다고 본다. 그는 “충분히 타당한 요구라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문제가 아니라 다문화 공생을 위한 과제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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