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문병학 이사, 제19회 '녹두대상' 수상
[김경준 기자]
평생을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에 바친 문병학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가 제19회 '녹두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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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5일, 전북 고창군에서 제 19회 녹두대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
| ⓒ 고창군 제공 |
이달 25일, 제 19회 녹두대상 시상식 발언대에 선 문병학 이사는 "태평양의 허브이자 동북아시아 중앙에 자리한 대한민국, 그 심장부인 수도 서울 종로에 위대한 역사인물 세 분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며 "광화문 바로 앞에 '관(官)'의 대표 세종대왕, '군(軍)'의 대표 이순신 장군, 그 왼편 서울 지하철 종각역 5번 출구에 '민(民)'의 대표 녹두 전봉준 장군 동상이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왕의 나라를 민의 나라로 바꾼 동학농민혁명 최고 지도자 녹두 전봉준, 그분의 고향, 바로 이곳 고창에서 그분의 별호가 붙은 녹두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더욱이 지금으로부터 132년 전 바로 오늘, 동학농민군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혁명의 대장정에 오른 '무장기포 기념제' 행사장에서 이 상을 받게 되어 더욱 뜻깊다"고 덧붙였다.
간단한 수상 소감을 말한 문병학 이사는 고(故) 김남주 시인의 시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중에서 '녹두장군 전봉준' 부분을 낭송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내용은 해당 내용 전문이다.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위험에 굴하지 않았던 사람, 암울한 시대 한 가운데 말뚝처럼 우뚝 서서 한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온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던 사람
뒤따라오는 세대를 위해 승리 없는 투쟁, 어떤 고통 어떤 불행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그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그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고, 그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 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
우리는 그를 녹두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농민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수령이라고 해서 동도대장 녹두장군 전봉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아 다오 이 사람을 거만하게 깎아 세운 그의 콧날이며 상투머리는 죽어서도 풀지 못한 원한! 원한! 저 압제의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 않는가 죽어서도 감을 수 없는 저 부러진 눈동자 눈동자는 132년이 지난 오늘에도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 어둠을 되쏘아보며 죽음에 항거하고 있는 않는가
보아 다오! 동학농민군의 의로운 깃발을
다함께 외쳐 다오! 갑오선열의 피맺힌 외침을
척양척왜 보국안민, 척양척왜 보국안민, ...다시, 척양척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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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문병학 이사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 ⓒ 전북특별자치도 제공 |
문 이사는 1993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을 시작으로 지난 30여 년간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혁명 정신 선양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서울 종로 '녹두장군 전봉준 동상' 건립이 꼽힌다. 2016년 8월 18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전봉준 장군 순국 장소인 서울 종로 네거리에 녹두장군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을 건의했고, 같은 해 9월 8일 박원순 시장과 함께 종로구 서린동 영풍빌딩 앞 일대 부지를 답사했다. 이어 역사학자 고(故) 이이화 선생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청 문화관광과장과 담당 직원을 만나 부지 제공과 관련된 실무적 논의를 진행했고, 마침내 2018년 4월 24일 전봉준 장군 순국일을 기해 서울 한복판인 종로 네거리에 '녹두장군 전봉준' 동상이 제막됐다.
문 이사는 1993년 5월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회' 사무간사를 시작으로 2023년 12월 31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기획운영부장으로 정년퇴직 때까지 30년 동안 기념사업에 몸담아왔다. 이 과정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에 힘을 쏟았으며, 특히 2014년 실시설계 단계에서 답보 상태에 빠져있던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위해 전액 국비 지원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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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병학 이사가 기자에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
| ⓒ 김경준 |
기자는 녹두대상을 받은 문병학 이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이달 27일, 전북 순창군에 있는 그의 자택을 찾아 대화를 나눠봤다. 그는 녹두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담담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상도 아니고 전봉준 장군의 별호가 붙은 상이라서 기분이 참 좋았어요. 제가 옛날에 학생 운동을 할 때부터 전봉준 장군을 굉장히 존경해왔습니다. 우리 역사에 이런 훌륭한 분이 계셨는데, 100년이 넘도록 역적으로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왔다는 게 안타까웠고고, 일제강점기 때 철저하게 왜곡ㆍ축소되어 반란군 수괴로 기록되어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이사는 동학농민혁명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과 국가가 나아갈 방향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고,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역사의 큰 분수령입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고 기억하는 이유는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이 어디를 향해서 가야 하는지 교훈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의 삶 자체가 다 역사인데 큰 분수령을 이루는 역사가 있는데 동학농민혁명이 그것에 해당합니다. '왕의 나라'에서 '민(民)의 나라'로,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바꿔내는 과정이었던 거죠. 왕의 나라를 만인이 평등한 '국민의 나라'로 바꾸는 초석을 깔고 자신(전봉준 장군)은 기꺼이 그 시대와 함께 사라진 겁니다. 그래서 그분과 동학농민혁명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지금 우리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거죠."
한편, 문병학 이사는 2년 전에 전북 순창군 순창읍 백야마을로 귀향하여 현재 순창항일정신계승회 수석 부회장을 맡아 지역 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문 이사는 1987년 <남민>과 1989년 <노동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노동문학>(창간호)에 실린 '달개비꽃'이 <이달의 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동학농민전쟁 인식'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학술 활동에 전념했고, '동학농민혁명의 노래'를 작사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열린순창에도 실립니다.열린순창은 전북 순창군에 있는 지역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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