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채권혼합’ 14조 돌파…주식 비중 70→85%까지, 틈새 노린 상품 봇물

박유미 2026. 4. 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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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계좌에 쌓인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가 1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 ‘불장’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더 담으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올해만 6조원 넘게 늘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채권혼합형 ETF 순자산은 지난 24일 기준 14조24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 8163억원에서 2년4개월 만에 17.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품 수도 37개에서 64개로 늘었다. 지난해 말(59개, 8조1043억원)과 비교해도 4개월 새 6조1387억원이 불어났다.

2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99포인트(0.39%) 오른 6641.02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퇴직연금(IRP·DC형) 계좌를 활용한 투자 열풍과 최근 증시 호황이 맞물려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퇴직연금은 주식 등 위험자산을 70% 넘게 담을 수 없다. 나머지 30%는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최대 50%까지 주식으로 메울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형 ETF 같은 위험자산으로 70%를 담고, 나머지 30% 안전자산을 채권혼합형 ETF(주식이 절반)로 채우면 연금계좌 포트폴리오에서 실질적인 주식 비중을 최대 85%까지 높일 수 있다. 연금계좌를 활용해 절세도 하고, 주식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혼합형 ETF에 자금이 밀려 들고 있다.

중앙일보 AI에이전트 생성


상품 출시도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랠리를 반영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절반까지 채운 상품 경쟁이 뜨겁다. KB자산운용이 지난 2월 출시한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지난 21일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상장한 삼성자산운용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도 2주 만에 5000억원을 돌파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도 최근 각각 ‘삼전닉스’ 채권혼합ETF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날 코스닥 기반으로는 처음으로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도 신규 상장했다.

이런 흐름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중앙일보가 삼성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기준 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의 평균 위험자산(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비중은 68.3%로 대부분 ‘70% 한도’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70% 한도’를 넘긴 고객도 10명 중 6명(63.2%)꼴이었다. 한도를 넘긴 비율은 지난해 49%에서 올해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시장이 좋아 투자한 자산의 평가이익이 늘었고, 채권혼합형 상품을 활용해 한도를 높인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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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을 반영해 금융투자업계에선 퇴직연금의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현행 70%에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가입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지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윤철 삼성증권 연금전략담당 이사는 “미국 TDF(생애주기펀드)는 주식 비중 80%에서 시작하는 상품도 많고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로 은퇴 시점에 가까울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는 구조인데, 인위적 한도를 두는 것은 선택권을 제약한다”며 “연금은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 성격인 데다, 우량주나 인덱스에 투자한다면 변동성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퇴직연금의 본질이 노후 소득 보장인 만큼 한도 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시장이 좋지만 언제든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어 위험자산 한도를 없애거나 높이자고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사실상 채권혼합은 주식에 방점을 두고 ‘플러스 알파’를 노리는 만큼 시장 변화에 맞춰 수시로 리밸런싱(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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