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람들이 '한국인'을 기막히게 알아맞히는 방법
미국의 역사를 온몸에 품고 있는 뉴욕. 누군가 살아냈고, 누군가 살아가는 빌딩 숲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하나씩 담아 보려 합니다. <기자말>
[장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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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 문화로 도배된 뉴욕 타임스퀘어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은 물론, BTS와 TXT, 쿠키런 게임, 케이팝데몬헌터스, 파리바게뜨, 한글 안내가 뜨는 뮤지컬 라이언 킹 등 타임스퀘어가 한국 문화로 가득 찼다. |
| ⓒ 장소영 |
우리 가족은 뉴욕 인근의 주택 지역에 살고 있다. 고등학생 딸이 스마트폰 게임 '쿠키런'을 할 때마다 그저 한인 2세라 한국의 게임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딸아이는 지난해 한국 방문 중에도, 서울의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꼭 가야 한다고 졸랐다. 쿠키런 체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까지도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라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거겠지 싶었다. 그런데 뉴욕 타임스퀘어에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소식에는 조금 놀랐다. 쿠키런 뉴욕 팝업스토어는 4월 17일부터 26일까지 타임스퀘어 라인프렌즈 매장에서 운영됐다. 쿠키런 게임 관련 상품은 물론 자유의 여신상 코스튬을 한 진저브레드 인형 등 뉴욕 한정판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18일 오후가 되어서야 타임스퀘어에 도착했다. 매장은 저쪽인데 딸이 나를 데리고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이 긴 줄이 매장에 들어가려는 대기 줄이란 걸 깨닫고 또 한 번 놀랐다. 직원들은 매장 질서를 위해 일정 인원만 입장을 시키고, 빌딩 외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시시때때로 정비하며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매장 오픈 시간이었던 오전에는 2시간 반을 지나서야 입장이 가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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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키런 뉴욕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위해 오전에는 두 시간 반, 오후에는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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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문화가 점령한 뉴욕 타임스퀘어 삼성과 LG 같은 기업은 물론 쿠키런 게임, BTS와 TXT,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파리바게뜨 등이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을 채우고 있다. |
| ⓒ 장소영 |
매장의 매대는 고객들에 의해 금방 비워졌다가, 직원들이 다시 바쁘게 채워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우리 앞쪽에도 두 개의 쇼핑백 가득 상품을 채운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계산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중에도 계속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손자들을 위해 선물을 사기 위해 왔는데,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어떤 종류의 굿즈면 좋을지를 묻다가, 굿즈를 원하는 가족이 점점 더 늘어나서 결국 양손 가득 선물을 들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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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키런 뉴욕 팝업 스토어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입장한 팝업 스토어.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과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코너가 있어 즐거움을 더했다. |
| ⓒ 장소영 |
맨해튼은 이미 한글과 한식당, 한국어를 쉽게 만나는 장소가 되었다. 한식당에서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식사를 주문하는 고객이나, 관광 명소와 각종 매장에 '한국어 패치'가 된 직원을 어렵지 않게 본다.
지난 3월 31일, 미국 맥도널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특별 한정 메뉴를 출시했다.
다음 날인 4월 1일, 아들은 친구들과 모닝 메뉴를, 나와 딸은 오후 늦게 세트 메뉴를 주문하러 갔다. 미국 이민 생활 20여 년 만에, 만우절에 보는 거짓말 같은 풍경이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에는 목소리를 높여 '헌트릭스' 세트를 외치는 차들이 줄을 이었고, 주문 화면에 커다랗게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케릭터 그림과 한글이 띄워졌다. 박스 안의 포장에도 한글이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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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맥도날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밀세트 아침 메뉴인 사자 보이즈 세트, 일반 밀세트인 헌트릭스 세트 그리고 더피를 모티브로 한 디저트 맥프러리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었고 박스에는 케릭터 카드가 선물로 들어있었다. 각 메뉴에는 한글이 인쇄되어 있다. |
| ⓒ 장소영 |
세계 문화의 중심인 맨해튼이나 대기업과 협업한 문화 상품에만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는 건 아니다.
며칠 전, 딸의 학교 공연이 있어서 이른 저녁 시간 집을 나섰다. 시간이 여유로워 딸과 함께 인근 주유소에 들렀다. 미국은 주유소마다 편의점이 같이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 안쪽에 '팀홀튼(Tim Hortons)'이라는 캐나다의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사려고 팀홀튼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려는데 인도계로 보이는 직원이 "한국 사람이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넨다. 깜짝 놀랐다. 우리 동네는 맨해튼에서 꽤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이고, BBQ 치킨 가게가 하나 있을 뿐 한식당도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마을에서 제법 유창한 한국말을 듣다니.
6~7년 전부터 한국어를 혼자 조금씩 공부했다는 직원에게 내가 한국계인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그녀는 매장에 들어올 때 나의 '어디 보자...'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속으로 '한국 사람이다!'하고 반가웠단다. 반가운 건, 사실 나였다.
"한국 사람은 (매대의) 물건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아요. 그리고요, 줄을 잘 서요. 그리고요, 도-너-츠(한국식 억양)라고 해요. 아 (이름표에 쓰인), 이거는 저의 이름이 아닙니다. 여기에 (낯선) 사람들 많이 와서 조심합니다. 저는 한국 이름 원해서 고민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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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공간에 있는 주유소와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커피를 사러 들렀다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직원을 만났다. |
| ⓒ 장소영 |
한글이나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인 특유의 버릇도 이제 곧잘 알아본다는 뜻이다.
한국이 덜 알려졌을 때는, 나의 행동을 보고 고국이 평가된다는 생각에 '내가 곧 한국의 얼굴'이라는 마음으로 단정하게 행동하려 애썼다. 그러나 요즘은 또 다른 의미로 좋은 태도를 가져야 할 듯싶다. 널리 알려지고 고평가된 한국의 위상에 흠집을 내지 않도록 말이다.
관광객이 넘치는 맨해튼의 명소나 우리 동네의 주립 공원과 유명 해변을 걷다 보면 내게 한국인인지 물어오는 이들이 꼭 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한국인들이 사진을 잘 찍기도 하지만 '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달아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중도덕을 깨거나 비매너 행동을 하는 아시안을 보면 미국인들도 특정 국가 사람일 거라 넘겨짚는다. 문화 자긍심과 함께 한국인의 도덕성과 질서 의식에 대한 자긍심도 충분히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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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쿠키런 팝업 스토어 기념 사진 촬영 셋트 |
| ⓒ 장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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