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서 수원까지 1시간40분…“이 자리가 간절히 필요했다”

박윤서 2026. 4. 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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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에서 500명으로 청년부 성장
중심엔 기도 집중 월요기도회 있어
기도회 참석한 청년이 27일 경기도 수원제일교회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월요일 저녁 도심의 소음이 잦아든 시간. 경기도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100㎡(약 30평) 남짓 영유아부실에는 희미한 조명 몇 개가 켜져 있었다. 사람의 형체만 겨우 식별할 수 있는 어슴푸레한 불빛 속 한 뼘 간격을 두고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방석 위 무릎을 꿇은 이들 사이에는 휴지갑이 놓여 있었고 180여명 기도 열기는 비 오는 밤의 냉기마저 무색게 했다.

이날 새벽이슬 대학청년부의 월요기도회였다. 오후 8시30분에 시작한 기도는 쉬는 시간 없이 꼬박 한 시간 이어졌다. 말씀도 성경 봉독도 없었다. 피아노 찬송가 반주에 묻혀 “주여”를 외치는 청년이 있었고, 눈을 감고 고요히 앉아 있는 청년도 있었다.

의과대학 2학년 정한나(24)씨는 이틀 뒤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지만 이 자리에 나왔다. 정씨는 “불안하고 번잡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온전히 기도에 몰입하며 하나님과 대화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도회 참석한 청년이 27일 경기도 수원제일교회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청년들이 일상의 피로와 분주함을 제쳐두고 기도 자리로 나오는 건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세헌(29)씨는 잠실에서 수원까지 1시간40분을 달린다.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고 마을버스까지 타야 도착한다. 박씨는 “이 자리가 삶에서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유명 강사나 콘텐츠가 없다. 그런데 예배 본질이 지켜지는 곳에서 채워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2년간 복용했던 공황장애약을 끊고 반주자에서 인도자의 자리까지 나온 임수빈(25)씨도 기도회를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임씨는 “월요기도회에서 반주하고 싶다는 마음을 주신 것이 시작이었다”며 “반주자로서 기도 자리를 출석하게 하셨고 이 시간을 통해 기도 훈련을 시키셨다”고 했다. 이어 “골방에서 혼자 기도도 하지만 공동체와 함께 기도했을 때 그 열기가 다르다”며 “혼자 하면 30분 할 기도를 공동체와 함께하면 1시간, 길게는 3시간까지 러닝메이트처럼 달린다”고 덧붙였다.

수원제일교회 대학청년부 청년들이 27일 경기도 수원제일교회에서 서로에게 손을 뻗어 축복하고 있다.


한 사람의 변화는 공동체 성장으로 이어졌다. 기도회 첫해 참석 인원은 30명이었다. 수련회 준비기도 모임으로 출발한 이 자리는 ‘소수 훈련자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은혜를 경험한 청년들이 주변에 권하며 움직임이 일어났다. 4년이 지난 지금 대학청년부 절반 이상이 월요기도회를 참석한다. 은혜 자리로의 초청은 청년부 내부를 넘어 외부까지 퍼졌다. 2022년 월요기도회 시작 당시 150여명 출석 인원은 현재 500명에 가까워졌다.

청년들은 성장의 중심에 월요기도회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숫자만이 아니다.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대학청년부를 지켜온 박씨는 “나를 포함해 기도로 다져진 청년들의 영적 성장이 느껴진다”며 “하나님과 세상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 청년들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선택을 할 때가 많고 예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흘려보내는 모습도 본다”고 설명했다.

월요기도회로 다진 기도 습관은 지난 1월 밤샘기도, ‘브니엘의 밤’에서 저력을 보였다. 또래들이 불타는 금요일을 즐길 때 오후 11시30분부터 밤을 새워 새벽 5시까지 기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수원제일교회 대학청년부가 27일 경기도 수원의 교회 영유아부실에서 진행한 월요기도회 모습. 기도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30평 남짓의 공간에 빼곡하게 앉아 있다.


기도회가 끝날 무렵 청년들은 두세 명씩 모여 기도 제목을 나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무너질 때가 많아요. 하나님이 내 자랑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청년들은 짧은 침묵 뒤 서로를 위해 손을 모았다.

홍민정(34)씨는 요즘 “한번 와서 직접 경험해봐”라며 소그룹 내 청년들을 기도회 자리로 인도하고 있다. 홍씨는 “언덕 위, 교통이 불편한 곳, ‘월요병’이 찾아오는 한 주 시작인데 청년들이 이곳에 모인다. 은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청년부 담당 김동욱 목사는 “기도회가 습관적 신앙인 모습을 넘어 하나님과 직접 교제하는 예배자로 훈련시키는 장이 된다”며 “기도가 영적 상태를 건강하게 만들자 주일 예배, 수련회를 통해 선순환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수원=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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