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20대 청년 10명중 8명 부모와 동거…삶의 질 개선해야”

한국이 경제 규모와 교육·건강 지표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진단이 나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가계 자산, 기대수명, 교육 수준은 OECD 평균에 근접하거나 웃돌았지만 청년 자립, 정신건강, 사회적 고립, 성별 격차 등 ‘행복 지표’에서는 구조적 약점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OECD는 최근 발간한 ‘한국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웰빙’ 보고서에서 한국의 OECD 가입 30년 성과를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OECD는 한국이 1996년 가입 이후 짧은 기간에 예외적인 사회경제적 전환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의 총 국내총생산(GDP)는 1996년부터 2024년까지 거의 세 배로 늘었고, 1인당 GDP는 두 배 이상 증가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했다.
물질적 생활수준도 크게 개선됐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 평균소득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낮지만, 2004년부터 2022년 사이 평균과의 격차가 절반으로 줄었다. 가구 자산은 2013년 이후 OECD 평균을 꾸준히 웃돌았다.
소득 불평등도 2011년 이후 완화돼 현재는 OECD 평균을 소폭 웃도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상대적 빈곤율 역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특히 아동 빈곤율은 2011년 OECD 평균보다 높았던 수준에서 2022년에는 회원국 중 낮은 편으로 떨어졌다.

건강과 안전, 교육 지표에서는 한국의 성과가 더 두드러진다. 2022년 기준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약 83세로 1996년보다 8년 이상 늘었고, OECD 평균보다도 약 2년 높았다. 살인율은 지난 30년간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1996년 이후 80% 줄었다. 25~34세 청년층의 중등·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고, 한국 학생들은 수학·읽기·과학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국민의 주관적 행복과 사회적 관계, 미래 안정성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OECD는 한국의 삶의 질을 흔드는 핵심 과제로 청년의 경제적 독립 지연, 높은 자살률과 정신건강 위험, 노년층 사회적 고립, 성별 격차를 꼽았다.
가장 뚜렷한 지표는 청년 자립도다. 2020년 기준 한국의 20~29세 청년 중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81%였다. 2006년 79%에서 거의 달라지지 않은 수치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2022년 기준 50%였다. OECD는 한국 청년들이 교육에서 일자리, 성인기 생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 주거 여건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정신건강 지표도 취약하다. OECD는 한국의 자살률이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자살률 증가를 우려 요인으로 제시했다.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도 심화하고 있다. 2024년 정부 조사에서 19~34세 청년의 5.2%가 ‘극단적 사회적 위축’ 상태로 분류됐다. 이는 2022년 같은 조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들 중 32.8%는 고립 이유로 구직 어려움을 꼽았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은 11.1%, 학업 중단은 9.7%로 나타났다. OECD는 청년 고립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최소 7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했다.

노년층의 사회적 관계망도 약했다. 70세 이상 한국인 중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61%, 여성 65%에 그쳤다. OECD 평균은 남성 89%, 여성 87%였다. 한국인은 더 오래 살게 됐지만, 노년기에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망은 선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의미다. OECD는 특히 고령층의 빈곤, 낮은 건강 인식, 외로움이 정신건강 위험과 맞물릴 수 있다고 봤다.
성별 격차 역시 한국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OECD는 한국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성별 임금 격차, 경제·정치 의사결정 분야 여성 대표성에서 OECD 평균보다 낮은 성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한국 여성 비율도 2018년 기준 약 9%로, OECD 평균 4%의 두 배를 넘었다.
OECD는 한국 정부가 향후 단순히 성장률 제고만 신경쓸 게 아니라 성장의 성과를 국민 삶의 질로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청년의 고용·주거·자산 형성 지원, 전 생애주기 정신건강 관리, 노년층 사회 연결망 강화, 성평등한 노동시장 조성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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