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캐즘 우려②] "캐즘 없다"는 SK하이닉스…AI메모리 확장의 시간차

윤영숙 기자 2026. 4. 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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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1분기 영업이익 37조6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급 실적을 내놓고도 시장의 눈높이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5% 증가한 37조6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AI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압도적인 이익을 냈지만, 시장 컨센서스였던 38조5천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4월 들어 일부에서는 분기 영업이익 40조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만큼, 이번 실적은 '놀라운 숫자'인 동시에 '높아진 기대에는 못 미친 숫자'로 받아들여졌다. 사상 최대 이익보다 시장의 과도해진 눈높이가 더 부각된 셈이다.

이 같은 실적은 최근 D램 가격의 피크아웃(peak-out: 정점 후 하락)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을 받았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모습[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D램가 3월에 전달과 보합…"현물가 계약가 반영 못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00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DDR4 평균가는 2025년 4월(1.65달러) 이후 11개월 연속 상승하다 상승세가 멈췄다.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의 첫 질문도 현물 가격 움직임에 따른 업황 '피크 아웃'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물 가격의 완만한 흐름은 업황 '피크 아웃'의 신호가 아니라,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부 유통 채널 물량이 시장에 유입되며 나타난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당장에 현물 시장이 전체 D램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매우 작아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현물 시장의 변화가 전체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SK하이닉스 측의 설명이다.

이수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시장의 실질적인 수익성과 실적을 결정하는 것은 스팟(현물가)이 아니라 계약 가격"이라며 "메모리 업체 평균판매단가(ASP) 기준 올해 4분기까지 계약 가격 상승 사이클 지속이 전망돼 업황과 실적 흐름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HBM4 16단 내부를 보여주는 모형 전시물[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추론·에이전틱 AI'로 이동하며 메모리 수요 증가

더 중요한 것은 수요의 성격 변화다.

SK하이닉스는 AI가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추론과 에이전틱 AI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단순한 구조를 넘어, 계획하고 실행하고 검증하는 반복형 워크로드가 늘어나면서 생성·저장·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 모듈과 기업용 SSD 등 시스템 전반의 메모리 총량이 확대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BNP파리바의 진단도 이 대목에서는 회사 측 논리와 맞닿아 있다. BNP파리바는 2026년에도 AI/HPC가 반도체와 장비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남을 것으로 봤고, 에이전틱 AI가 본격화할 경우 추가 투자와 업황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동시에 로보틱스는 미래 전략 시장이지만 대량 채택을 이끌 촉매가 아직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가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피지컬 AI와 로보틱스가 대량 생산·대량 채택 단계로 넘어가기까지는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현대차증권은 AI데이터센터(AIDC)에서 AI-RAN, 피지컬 AI로 수요가 순차적으로 넘어갈 경우 캐즘이 오더라도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 전제는 '순조로운 크로스오버'다. 전환이 늦어지면 HBM 이후의 성장 공백은 다시 시장의 의심을 키울 수 있다.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 세리머니[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력 인프라 공백 우려…AI 확산의 시간차

물리적 인프라의 벽도 남아 있다.

BNP파리바는 AI 투자가 반도체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려면 칩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물리 자산 투자가 함께 필요하다고 짚었다. 병목이 칩 자체보다 인프라 쪽에서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KPMG 조사도 같은 우려를 보여준다. 2026년 반도체 산업 전망에서 업계 리더의 93%는 올해 매출 성장을 예상했지만, 응답자의 58%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향후 3년간 AI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전력과 부지, 장비 리드타임은 당장 실적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막히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 주문이 실제 가동률과 매출 인식으로 이어지는 속도도 늦어진다.

SK하이닉스가 말한 "고객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돈다"는 설명은 현재의 수주 환경을 보여주지만,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그 수요가 얼마나 빨리 설치되고 소비되느냐다.

쟁점은 AI 수요의 소멸이 아니다. HBM 밖의 제품군이 실제 매출로 얼마나 빨리 커지는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가 대량 채택의 촉매를 언제 확보하는지, 전력 병목이 AI 투자 속도를 얼마나 제한하는지가 관건이다. 캐즘은 수요가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다음 성장 축이 숫자로 확인되기 전까지 생기는 공백일 수 있다는 게 최근 나오는 경고음의 본질로 풀이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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