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갈 줄 알았는데...美유탄에 개미들 비명
자사주 처분·기술적 불확실성에 투심 꺾여
국내 우주 ETF, 과당경쟁속 소형주 대거 편입
스페이스X 상장 초읽기에 '세컨 티어' 종목 매도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미국 우주항공 테마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우주항공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상품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를 대거 편입한 것이 화근이 됐다. 개별 종목의 악재가 섹터 전체의 하락으로 번지자 중소형주 편입 비중에 따라 ETF 간 낙폭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날아가던 우주株 '궤도 이탈'
현지시간 24일 미국 증시에서 로켓랩의 주가는 6.23% 하락한 79.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만에 주가가 11.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인튜이티브 머신스, 레드와이어, AST 스페이스모바일 등 미국 우주 테마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주가도 두자릿수대 낙폭을 보였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 우주항공 관련 ETF 5종도 유탄을 맞았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TIGER 미국우주테크는 6.35% 하락했고,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와 SOL 미국우주항공TOP10은 각각 6.12%, 5.57% 내렸다. 1Q 미국우주항공테크는 2.88% 하락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TIGER 미국우주테크는 상장(15일) 이후 지금까지 개인투자자들이 2641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같은 날 상장한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상장 이후 개인 투자자가 532억원어치 순해수했다.
▲ 자사주 매도와 기술 한계가 지핀 하락 불씨
미국 우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핵심 원인은 주요 경영진의 행보와 기술적 한계가 꼽힌다.
달 착륙선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피터 맥그래스를 포함한 이사진이 자사주를 대거 처분했다는 공시가 나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피터 맥그래스 CFO는 15일 주당 23.61달러에 자사주 2만 4554주를 매각했다. 카말 가파리안 이사도 20일 14만 1909주를 주당 27~29달러선에서 매도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국내에 상장된 미국 우주 ETF들이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는 종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는 인튜이티브 머신스를 17.48% 담고 있는데 주가가 급락하며 ETF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궤도 위성 통신 기업인 AST스페이스모바일의 기술적 불확실성도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21일 AST스페이스모바일은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로켓에 실어 보낸 블루버드7 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발사 당시 로켓 2단 엔진의 출력 부족으로 위성이 너무 낮은 궤도에 투입됐고, 이로 인해 위성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악재에 22일 주가는 하루 만에 15% 넘게 급락했다. AST스페이스모바일도 미국 우주 ETF 5종이 모두 편입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SOL 미국우주항공TOP10은 AST스페이스모바일의 비중이 15%에 육박한다.

▲ GE에어로스페이스 '깜짝 실적'에도 보수적 가이드라인
우주 섹터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 GE에어로스페이스의 보수적인 태도 역시 관련 섹터 하락의 원인이 됐다. 21일 발표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GE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 123억9200만달러, 순이익 19억4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 또한 1.86달러로 예상치인 1.60달러를 웃돌았다.
양호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올해 EPS 가이드라인을 기존 7.1~7.4달러 수준으로 유지하며 보수적인 전망을 고수했다. 특히 항공기 운항 횟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를 자극했다. 대형주가 성장의 상한선을 긋자 자본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형주들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 국내 ETF, 美 우주 소형주 대거 편입
국내에서는 지난해 하나자산운용이 출시한 '1Q 미국우주항공테크'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자 KODEX, TIGER, ACE, SOL 등 대형 운용사들이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이들 5종 ETF에 유입된 국내 투자자 자금만 1조원을 훌쩍 넘겼다.
후발 상품은 기존 상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대형 방산주 비중을 낮추는 대신 시가총액이 작은 '순수 우주 기업' 비중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시가 총액이 10억 달러를 밑도는 소형주 세틀로직, 시가 총액이 30억달러를 밑도는 △블랙스카이 테크놀로지 △보이저 테크놀로지 △레드와이어 코퍼레이션 등도 대거 편입됐다. 해당 종목들은 이번 우주 관련 테마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훨씬 컸다.
▲ 스페이스X 상장 앞두고 수급 '블랙홀' 우려
운용사들이 우주항공 ETF의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던 스페이스X의 6월 상장 예정 소식은 향후 미국 우주 ETF 투자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관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IPO 참여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로켓랩, 인튜이티브 머신스 등 '세컨 티어' 기업의 비중을 선제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또한, 전문가들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기술력과 수직계열화 역량을 갖추고 상장할 경우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주의 존재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타버스나 2차전지 ETF처럼 테마형 ETF 줄상장은 해당 섹터의 고점의 신호일 수 있다"며 "이번 우주항공 ETF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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